에이스로 키워서 트레이드하고 미국 보내고···또다시 백지에서 시작하는 키움의 무한 굴레
마치 시시포스의 돌 같다. 정상에 올라간 선수를 다른 팀에 내어주고 다시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 키움의 스토브리그 행보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방점이 찍혀 있다. 키움 식 장기전이다. 우승 자원을 축적하는 과정이라지만 당장은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키움은 지난 19일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인 조상우(30)를 KIA에 트레이드로 보냈다. 내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 원을 대가로 받았다. 내년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는 조상우는 2024시즌 내내 트레이드 대상으로 논의됐었다. 결국 그는 ‘디펜딩 챔피언’ KIA의 내년 소방수를 맡게 됐다.
선수를 ‘키워 내보내는’ 패턴으로 인해 키움에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메말랐다. 지난해 여름에는 3점 초반대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되찾은 최원태를 LG로 보냈다. 당시 키움은 막 전역한 이주형과 신인 김동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LG로부터 받았다. 올해 5월에는 국가대표 유격수를 NC로 트레이드하며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에이스 트레이드를 통해 지명권을 수집한 키움은 고교야구 정상급 선수들을 신인으로 쓸어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즉시전력감은 드물다. 30대 방출 선수 영입 러쉬까지 이어지며 키움 선수단의 나이는 ‘신인 아니면 베테랑’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키움의 간판스타였던 김혜성까지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 키움의 중심을 잡아줄 안정적인 중견 선수는 사실상 주장 송성문이 유일하다.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정점을 찍은 뒤 키움의 기조는 한결같은 ‘리빌딩’이다. 키움 관계자는 “리빌딩 과정에서 조상우 트레이드와 같은 과감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상위권으로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라며 “전력 뎁스를 준비 못 해 하위권으로 떨어진 거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전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상우의 유출로 키움은 또 한 번 혼란기를 겪어야 한다. 키움에는 실전 경험을 거친 마무리 후보들이 여럿 있다. 주승우는 올해 8월 조상우가 어깨 염증으로 시즌아웃된 후 주전 클로저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빠른 직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이강준, 올해 불펜에서 활약한 좌완 김성민도 키움의 소방수 오디션에 합류할 전망이다.
이번 트레이드로 인해 키움은 3년 연속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두 명의 신인을 지명하게 됐다. 차곡차곡 유망주가 축적되고 있다. 키움이 다시 리그 정상에 도전하는 시점까지 이들이 얼마나 성장해주는지가 관건이다.
외국인 타자 두 명과 빼곡한 신인들, 그리고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고참들까지 독특한 전력을 구성한 키움은 다음 시즌 또 한 번 모험에 나선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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