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테마주’, 조기 대선 국면에 422% 주가 폭등
"비상계엄 해제되는 걸 보고 이제는 조기 대선에 이재명이 뜨겠구나 싶어 다음 날부터 상따(상한가 따라잡기)로 이재명 테마주에 몰빵했다."
최근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이재명 테마주' 투자 상황과 향후 전망을 공유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증시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서도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지목된 종목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백%씩 주가가 급등한 오리엔트정공, 오리엔트바이오에 이목이 쏠린다.
오리엔트바이오 "이 대표와 접점 無"
오리엔트그룹 주식이 이재명 테마주로 떠오른 이유는 이 대표가 과거 오리엔트정공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의 시계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9대 대선 당시 경기 성남에 위치한 이 공장 앞에서 "대한민국 최초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자 이 대표와 이들 기업의 연관성이 재차 부각되며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오리엔트정공(422%)과 오리엔트바이오(150%)는 12월 3~17일 국내 증시에서 각각 주가 상승률 1~2위 종목에 올랐다.
주가가 급등하자 오리엔트그룹의 업력 및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시장 관심이 커졌다. 오리엔트그룹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오리엔트정공과 바이오 사업 부문 계열사 오리엔트바이오를 두 축으로 한다. 모태는 한국 시계 산업의 초석을 다진 오리엔트다. 오리엔트는 1959년 영명산업으로 출발해 1970~1980년대 합리적 가격대의 고품질 시계로 국산 시계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다 1988년 수입 자유화 등 영향으로 외국 시계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2003년 바이오 기업 바이오제노믹스에 흡수합병됐다. 당시 바이오제노믹스는 적자 기업이던 오리엔트를 인수해 코스닥에 우회 상장한다는 전략이었다. 사명 또한 오리엔트바이오로 바꿔 달았다. 이후 시계 및 주얼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오리엔트시계라는 계열사를 설립했고(2005), 현대자동차의 엔진용 부품 제조 협력업체 넥스텍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오리엔트정공이 탄생했다(2011).
오리엔트그룹은 이 대표가 청소년 시절 잠시 거쳐 간 일터라는 것 외에 이 대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장재진 오리엔트그룹 대표가 성남하이테크밸리 상생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내기는 했지만 이는 오리엔트바이오 본사가 성남하이테크밸리에 위치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여느 정치 테마주가 그렇듯 비이성적 과열 양상을 보였고, 이달 들어 오리엔트정공과 오리엔트바이오는 각각 투자위험종목,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돼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를 요구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오리엔트바이오 측 관계자는 "2021년에도 이재명 테마주로 묶여 최근과 비슷하게 주가가 오른 적이 있다"면서 "그때도 지금도 회사는 (이 대표와) 과거 인연 외에 아무런 접점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리엔트정공, 오리엔트바이오 주가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월 각각 7000원대, 2000원대로 폭등한 뒤 올해 11월 1000원대, 400원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정치 테마주, 매번 결과 처참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 다른 종목들도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스타코는 이 대표의 공공주택 공약과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로,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대표 고향인 경북 안동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코나아이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지역화폐 운영대행을 맡겼다는 이유로 12월 3~17일 모두 세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3~5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관련주로 분류되는 디티앤씨알오, 대상홀딩스도 비슷하게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가 한 대표의 대표직 사퇴 이후 급락했다. 그 밖에 윌비스, 넥스트아이 등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관련주와 뱅크웨어글로벌, 효성오앤비 등 우원식 국회의장 관련주도 최근 부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는 재료가 소멸되면 매번 처참할 정도로 주가가 빠졌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미국 테슬라의 경우 같은 정치 테마주라도 정부의 확실한 정책적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오르는 것이라면, 한국은 학연·지연 등 실체 없는 기대감을 받는 중소형주들이 우후죽순 급등한다"면서 "특히 여권은 아직 유력 대선 주자가 나오지 않아 추후에 인물을 따라 테마주가 이리저리 옮겨 다닐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염 이사는 "또 최근 국내 증시 분위기가 어두운 탓에 시장이 정치 테마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는데, 기존 주도주 주가가 정상화되기 시작하면 테마 장세가 더는 힘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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