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행복 축구하자"…'호랑이 감독' 최용수가 변한 이유
'호랑이 감독' 최용수가 변했다.
지난 22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예능 '슈팅스타'는 K리그를 대표했던 전설적인 선수들이 다시 한 팀으로 모여 K리그 현역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용수 감독이 다시 뛰는 'FC슈팅스타'의 감독을 맡았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선수들을 최 감독은 노련한 감각과 용병술로 이끌고 있다. 레전드 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는 전반전 총공세로 열악한 체력을 극복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쓰리백 수비를 과감하게 버린 투톱 공격 축구로 상대 팀의 예상을 깼다. 여기에 공격형 쓰리백으로 변화를 주며 첫 승을 거뒀다.
예상했던 모습과 다른 반전도 있다. 최 감독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전에 없던 면모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슈팅스타' 초기부터 박지성 단장, 설기현 코치와 유쾌한 케미로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깨어 있는 지도자'를 자청하며 선수들과 티키타카로 예능적 재미를 견인하고 있는 것.
'슈팅스타' 연출자 조효진 PD와 함께 인터뷰에 나선 최 감독은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며 "선수들과 즐겁고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다"라고 자신이 변한 이유를 밝혔다.
최용수 감독(이하 최) : 예능은 좀 낯설지만, '슈팅스타'를 통해 경기 준비 과정이나 소통 방법 등 관중들이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들려주고 싶었다. 은퇴한 선수들도 내가 감독일 때 선수로 다 뛰었던 친구들이니까,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감독 입장에서 부담이나 압박을 주기보다는 행복한 축구를 할 수 있는 그런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첫 경기 후 희망을 봤는지, 아니면 걱정이 됐는지?
최 : 걱정이 좀 앞섰다. 은퇴 이후에 공백기가 긴 친구들도 있고, 갓 은퇴한 친구들도 있다. 저는 지기 싫어하는 성향이니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훈련과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이 좋아지고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Q. 선수 영입이나 배치는 어떻게?
최 : 일단 '슈팅스타'에 합류했을 때 팀 분위기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선수들 위주로 꾸렸다. (실제 리그가 아니라서) 과연 최선을 다해줄까 우려도 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제작진하고 소통을 하면서 영입을 했는데, 내가 원했던 선수들도 많이 들어왔고, 들어와서는 안 될 친구들도 있었고… (일동 웃음)
조효진 PD (이하 조) : 45세 최고령인 현영민 선수는 박지성 단장이 추천했다. 처음에 제안했을 때는 '코치 말고 선수로요?' 그런 느낌이었는데, 흔쾌히 해보겠다고 하더니 몸을 만들어 왔더라.
최 : 고요한, 신세계, 강민수, 김창수 이런 친구들도 아주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조 PD를 향해) 근데 영민이는 코치로 들어오기 한 게 아니었어? 하하하.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성숙한 친구다. 후배들을 독려해 주고 경기 피드백을 주는 걸 보면 내가 감독임에도 배울 게 참 많은 친구다. 축구는 뛰어내지 못하면 버틸 수 없는 스포츠인데 할 수 있을까란 걱정도 했다. 그런데 경기 운영 능력으로 다 커버하더라. 그만큼 '슈팅스타' 안에는 다양한 사연이 있는 친구들이 모여 있다.
Q. 감독님이 '깨어 있는 지도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최 : 이전에는 강성이랄까, 어지간한 타협은 절대 하지 않을뿐더러 오로지 결과만 생각했다. 근데 그것 말고도 더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는 걸 요즘 알게 됐다. 이번에 선수들과 소통에 있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감독이 시키니까 한다'기보다, 본인들이 갖고 있는 걸 끄집어내도록 유도하고 싶다. 선수들에게도 '뭐든지 얘기해라. 너네 편에서 들어줄게' 그런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어차피 감독이 성공하려면 결국 선수들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좀 바꾸고 싶었다.
조 : 안돼요~! 하하하. 설기현 코치가 '시즌2는 날 믿고 가자' 이런 식으로 장난을 많이 친다. 물론 아직 시즌2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계속 그러면 감독님이 '그래. 그럼 네가 해' 이런 식으로 티키타카를 하고 있다.
최 : 선배 앞에서 자기 입으로 말이야. 너무 뻔뻔스러워. (웃음)
조 : 두 분 타이틀곡도 '톰과 제리 테마'라고 붙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안 맞을 수 있을까 했던, 두 분이 갈수록 케미가 살아난다.
최 : 지금도 안 맞는다.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깨어 있는 지도자를 만나서 점점 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되게 흐뭇하다. 하하.
조 : 설 코치가 자기는 선수 때는 최 감독님과 별로 안 친했는데, '슈팅스타'하고 나서 옛날부터 진짜 친했던 형님 같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Q. 벌써 부상자도 많이 나왔는데, 남은 경기 팀 운용에 대한 고민은?
조 : 박 단장과 최 감독님이 유소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유소년 선수가 강화되긴 한다. 부상도 어떻게 보면 이 스포츠에 굉장히 중요한 스토리 라인이더라. 왜 저 사람이 부상을 당하면 저렇게 힘들어하고 복귀하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고, 복귀했을 때 느낌이 어떤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스토리가 되더라. 은퇴한 선수들이다 보니까 부상 후 복귀가 오래 걸리긴 하는데, 감독님의 뛰어난 용병술과 경기 전략으로 다 커버를 하시기 때문에 시즌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최 : 강점은 절박함이다. 자존심이 강한 친구들이고 은퇴 이후 잊혀가는 자기 이름에 대해서 상당히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되는 시기에 '슈팅스타'를 만났다. 현역 때보다 더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봤다. 워낙 지기 싫어했고 승리를 갈구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줬다. 한마디만 해도 다 이해를 하는 친구들이다.
단점은 아무래도 체력이다. 베스트 일레븐으로 가기 위해 항상 최상의 선수들이 스탠바이를 해야 되는데, 아무래도 선수 교체를 했을 때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온다. 선수들이 뛰는 데 있어서는 체력이나 경기 감각적인 부분에서는 약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Q. 방송이 공개되고 현역 선수들도 연락이 오나?
조 : 요즘 듣기로 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선수들 통해서도 문의를 해오는 걸로 알고 있다.
최 : 처음에 출연을 망설였던 선수들도 지금은 후회를 좀 할 거다. 본인을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고, 이걸 통해 본인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데 엄청난 플러스가 된다. 못 만났던 동료들과 만나 경기를 뛰면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내가 어떻게 설계를 해야 될지 느끼게 된다. 그런 기회를 놓친 거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한다.
Q. 감독으로서 선수들한테 가장 강조하는 것?
최 : '행복 축구'하자. 어릴 때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한 자기 관리를 하고 성인이 돼서도 끊임없는 경쟁을 하며 쉽지 않은 삶을 살았을 거다. 이미 다 경험한 친구들인데 굳이 또 부담과 압박,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니다 싶더라. 그래서 '행복한 축구하자, 단 경기장에 들어가서는 진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어릴 때부터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축구를 했더라면 아마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왜 지도자가 돼서 그런 이야기를 못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사진 = 쿠팡플레이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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