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스러워” 영화 다 찍었는데…주인공 민폐에 개봉 무기한 연기 [영화 결산②]
[뉴스엔 장예솔 기자]
2024년이 저무는 가운데 올 한 해 한국 영화계는 '파묘'와 '범죄도시4'라는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했다. 신선한 소재와 명배우·명감독의 건재함, 새로운 스타 탄생으로 극장가를 꽉 채운 2024년 영화계지만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되는 업계의 불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각기 다른 이슈로 "개봉 무기한 연기"를 자초한 논란의 배우들을 짚어본다.
▲이선균
지난해 10월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선균을 비롯 총 8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선균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그가 비공개 소환을 요구했음에도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세 차례에 걸쳐 포토라인에 세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수사정보 유출에 대한 비난까지 일었다. 이선균은 경찰의 3차 소환조사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마약 투약 혐의가 알려진 후 이선균 주연의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와 '행복의 나라' 개봉은 무기한 연기됐으나 지난여름 우여곡절 끝에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이선균은 세상에 없었다.
이선균은 '탈출'에서 붕괴 직전 공항대교에 갇힌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 역을, '행복의 나라'에서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 역을 맡았다. 이선균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던 '탈출'과 '행복의 나라'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선균은 두 작품을 통해 완벽한 연기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사망 소식에 이선균을 그리워하는 동료 배우들의 애타는 외침도 계속됐다. 특히 지난 10월 초 개최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선균에게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Korea Cinema Award)을 수여했다. 이선균을 기리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 박호산, 송새벽 그리고 김원석, 김성훈 감독 등은 "무슨 짓을 해도 믿는다"며 고인의 선택을 안타까워했다.
▲유아인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수면 마취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181차례에 걸쳐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의 혐의까지 의심된 가운데 유아인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다만 대마 흡연 교사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봤다.
유아인 측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2차 공판과 3차 공판 당시 짧게 자른 민머리에 청록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유아인 측은 "피고인은 이번 사건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며 "자신 때문에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해 돌아가시게 됐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보다 더 큰 벌은 없을 것"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유아인의 마약 파문으로 공개를 앞두고 있던 영화 '승부'와 '하이파이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볼 수 없었다. 이병헌과 투톱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승부'는 스승과 제자이자, 라이벌이었던 한국 바둑의 두 전설인 조훈현(이병헌 분)과 이창호(유아인 분)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그린 영화다.
'하이파이브'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초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써니', '스윙키즈' 등을 연출했던 강형철 감독이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주연배우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개봉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곽도원
곽도원은 현재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 '소방관'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를 담았다.
'소방관'은 2020년 촬영을 완료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개를 미뤄왔다. 그러던 중 주연배우 곽도원이 2022년 9월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서 애월읍 봉성리까지 약 10km를 술을 마시고 운전한 혐의로 입건돼 '개봉 일정 무기한 연기'라는 충격을 안겼다.
지난 4일, 무려 4년 만에 개봉한 '소방관'은 "곽도원 복귀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우려 속에 출발했다.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듯 곽도원이 '소방관' 홍보활동에 전혀 모습을 띠지 않은 가운데 곽경택 감독은 개봉의 시작을 알리는 제작보고회를 통해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며 곽도원을 향한 아쉬움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이어 인터뷰에서도 "유명인의 음주운전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곽도원이 소환되니까 미치겠다. 다 찍어놓고 최초로 개봉 못 하는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단 두려움도 있었다", "과거에 마동석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할 뻔했는데 못한 경험이 있다. 그때 보니 마동석 배우는 스태프나 배우들을 세팅할 때 다른 현장에서의 매너나 사생활도 하나하나 다 체크하더라. 많이 배웠다. 저도 앞으로 그러려고 한다"고 전했다.
'소방관'은 곽도원 논란 외에도 시름을 앓았다. 곽경택 감독 동생인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투표에 불참하면서 '소방관' 불매 운동이 일어난 것.
이에 곽경택 감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당론에 따라 탄핵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인해 '소방관'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저 또한 단체로 투표조차 참여하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 건 마찬가지"라며 "저는 대한민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전 세계에 창피를 준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탄핵당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뉴스엔 장예솔 imye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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