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제식 적산 가옥이 ‘우수 한옥’이라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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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매년 선정하는 '서울 우수한옥'에 올해는 일제시대의 '적산가옥'이 뽑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부터 '2024 서울 우수한옥'으로 선정된 6곳을 대상으로 '공감한옥'을 뽑는 온라인 시민투표를 진행 중인데, 향양제 선정 사유로 "1948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한옥으로 큰 도로에 면하는 상업건물과 한 필지 내에 함께 일자형 한옥으로 배치돼 있다"며 "일제강점기 조적 건물과 한옥의 결합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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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매년 선정하는 ‘서울 우수한옥’에 올해는 일제시대의 ‘적산가옥’이 뽑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제9회 서울 우수한옥’ 6곳을 최종선정했다. 서울시는 한옥을 설계·시공한 건축가를 격려하고, 한옥 거주자의 긍지를 높인다는 취지로 2016년부터 매년 ‘서울우수한옥’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은평구 진관동의 명린헌, 강서구 마곡동의 보구녀관, 종로구 가회동의 소오헌, 수경재, 원서동의 무제, 화동의 향양제가 뽑혔다.
문제는 향양제다. 향양제는 도로에 맞닿은 외부가 소위 ‘적산가옥’의 형태를 띠는 일제식 2층 가옥이다. 가옥 옆으론 한옥식으로 된 대문이 있고, 그 안쪽으로 한옥 형태의 건축물이 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부터 ‘2024 서울 우수한옥’으로 선정된 6곳을 대상으로 ‘공감한옥’을 뽑는 온라인 시민투표를 진행 중인데, 향양제 선정 사유로 “1948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한옥으로 큰 도로에 면하는 상업건물과 한 필지 내에 함께 일자형 한옥으로 배치돼 있다”며 “일제강점기 조적 건물과 한옥의 결합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1945년 광복됐는데도, ‘1948년 일제강점기’라고 적시해 선정 사유의 사실관계마저 틀렸다.
건축·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이번 ‘우수 한옥’ 선정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사실상 적산가옥의 형태를 띤 일제식 가옥”이라며 “안쪽에 한옥의 형태가 있다 하더라도 전면에 보이는 가옥이 일제식인데 이를 우수 한옥이라고 선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선정은 한옥의 법적 정의에도 맞지 않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보면, 한옥이란 주요 구조가 기둥∙보 및 한식지붕틀로 된 목구조로서 우리나라 전통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그 부속건축물을 말한다.
건축물대장을 보면, 이 건축물은 2020년 서울시로부터 한옥 수선 보조금 등 4800만원을 지원받고, 또 2천만원 융자지원도 받아 지붕이 세모 모양인 박공지붕에서 평지붕으로 수리하는 등 리모델링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건축가는 “한옥은 처마가 곡선이고, 한식 기와를 사용한다. 또 평지붕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우수한옥으로 선정된 것 뿐만 아니라, 지붕틀을 편평한 평지붕으로 고쳤는데도 한옥 수선 지원금을 받은 것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ㄷ자 모양의 한옥 배치형식으로 선정된 건축물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우수한옥’으로 뽑힌 한옥들은 대부분 한옥 정의에 따른 형태로 인정받았다.
‘우수한옥’으로 뽑힌다고 상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념표식 및 인증서를 받고, 서울우수한옥 및 서울우수한옥 참여 한옥인 홍보, 정기점검과 그에 따른 소규모 수선 등 서울우수한옥 유지·관리도 지원받는다. 한 건축가는 “건축가들에겐 사실상 명예 같은 건데, 이번 서울시의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매년 7~9월 접수받아,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심사위원 7명의 심사를 거쳐 매년 12월 말에 ‘우수한옥’을 선정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선정 때마다 이의제기가 있는데, 올해는 아직 이의제기는 없었다”며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쳤고, 여러 후보작 가운데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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