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시추 강행…포항 어민들 “홍게 제철인데”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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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장은 19일 한겨레에 "시추 때 나는 소음과 진동이 어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추를 강행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시기도 왜 하필 조업 성수기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홍게잡이 배 80% 이상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예정지 인근에 어구를 두고 조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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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인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경북 포항 어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막대한 조업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어민들을 외면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장은 19일 한겨레에 “시추 때 나는 소음과 진동이 어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추를 강행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시기도 왜 하필 조업 성수기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는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홍게잡이를 하는 선주들로 구성돼 있다. 협회에 소속된 홍게잡이 배는 32척, 선원은 모두 220여명이다.
김 회장은 “홍게잡이 배 80% 이상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예정지 인근에 어구를 두고 조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게잡이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성수기다.
김 회장은 “시추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반경 20㎞에 이른다는 논문도 있다”며 “게는 예민한 어종이라 작은 변화에도 서식지를 옮기는 탓에 조업이 까다로운데, 본격적으로 시추가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나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시추 예정지 인근의 어구를 옮기라는데 서식지에 맞춰 설치한 어구를 도대체 어디로 옮기란 거냐”며 “다른 어장을 피해 옮길 곳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 140억배럴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석유공사는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가 지난 17일 부산항을 출발해 동해 대왕고래 유망구조 지정 해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시추선은 포항에서 동쪽으로 40㎞가량 떨어진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자리 잡고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어민들은 한국석유공사 등이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시추 작업을 시작한다며 반발한다. 김유기 연안통발자망선주협회장은 “시추 예정지 주변으로 설치해둔 어구가 한가득인데, 충분한 협의도 없이 시추선만 덜렁 와서 작업을 시작하는 건 어민들하고 어디 한번 해보자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연안통발자망선주협회는 대게와 홍게는 물론 고둥, 새우, 오징어 등 조업을 하는 28척의 어선 선주들이 모인 단체다. 140여명이 이들 어선에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 김 회장은 “날씨가 조금만 궂거나 먼바다에 지진만 나도 꼬박 며칠은 어종들이 꽁꽁 숨어 잡히지 않는다. 시추 때는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징어처럼 어두운 밤에만 조업해야 하는 어종도 있는데, 커다란 시추선이 밤새 불을 밝히고 있으면 (어종들이) 잡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노한 어민들은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어민들은 지난 18일 오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을 항의 방문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과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어민들은 2 0일 아침 8시부터 하루 종일 50여척의 어선을 동원해 시추선을 둘러싸고 해상시위를 벌인다 . 이후로는 포항시청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 울산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본사 앞에서 차례로 규탄 집회 도 열 계획이다 .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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