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땡큐" …롯데케미칼, 2조원대 사채 조기상환 위기 넘겼다

박한나 2024. 12.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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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사채권자가 입장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성낙선 롯데케미칼 화학군HQ 재무혁신본부장(CFO)이 19일 시그니엘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채권자 집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 제공.

롯데케미칼이 약 2조500억원 규모의 14개 공모 회사채에 대한 조기 상환 위험을 성공적으로 해소했다.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한 조치 덕분에 사채권자 대다수의 동의를 얻었다. 이번에 유동성 위기를 일부 완화하면서 향후 재무 안정성 강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19일 오전 9시부터 시그니엘 서울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한 결과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공모 회사채 14개 모두에 대한 재무특약의 조정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가결로 '3개년 누적 평균 이자보상배율을 5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특약 조항(제2-3조 제2호)은 완전히 삭제됐다.

◇재무 특약조건삭제·롯데월드타워 덕분 =이날 약 8시간 동안 진행된 사채권자 집회는 사채 계약서를 관리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을 비롯해 사채권자 약 60명이 참석했다. 또 사전에 서면 결의와 구두 합의로 약 90% 이상의 동의를 확보한 상태에서 집회가 진행된 만큼 출석 사채권자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었다.

이번 사채권자 집회 소집은 롯데케미칼이 사채관리계약상 재무특약을 준수하지 못해 EOD 사유가 발생한 탓이다. 롯데케미칼의 이자비용 대비 이자·세금·상각차감전이익(EBITDA)는 지난 9월말 기준 4.3배를 기록해 특약 조항인 5배를 밑돌았다.

이 특약이 적용된 14개 회사채 규모는 2조450억원에 달한다. EDO 사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권리가 발생하지만, 이날 특약 조항 삭제로 채권자의 대출금 조기 회수 권리는 소멸됐다.

롯데케미칼이 마련한 신용 보강 조치가 사채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롯데가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권이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신용 보증을 서는 구조로 롯데케미칼의 신용을 보강했다.

1대 주주인 롯데지주는 실물자산이 없는 만큼 2대 주주인 롯데물산이 6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했다.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를 제공한 것은 그룹 역사상 처음인데, 이를 통해 사채권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신용 문제를 보완하며 신뢰를 확보했다. 특히 14개 중 5개 회사채는 전원 찬성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성낙선 롯데케미칼 화학군HQ 재무혁신본부장(CFO)은 "사채권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것이 (회사채의) 신용 보강 조치였다"며 "이를 롯데케미칼 신용보다 높은 금융권으로부터 신용 보강을 확보하면서 사채권자들이 거의 다 만족했다"고 말했다.

◇특별이자도 제공·"내년 만기 회사채 조달 능력 충분"=롯데케미칼은 은행권 보증 외에 사채권자들에게 특별이자도 제공하기로 했다. 특별이자 수준은 채권의 잔여 기간과 관계 없이 액면금액의 10bp인 0.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향후 사채권자 집회에 대한 법원인가 확정일로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지급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공격적으로 추가적인 자산 매각과 투자 전략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이 당장 9월까지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가 9250억원에 달해 재무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성 CFO는 "내년 만기되는 채권은 사전에 준비해 놓은 PRS(주식수익스와프) 등 자금조달 방안과 새로운 자금 조달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며 "내년에 부채비율은 개별 기준에서 조금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차입금도 더 낮아지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에셋라이트 전략 방향에 따라 저효율 사업의 구조조정과 비핵심 사업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하고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1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월 기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지주도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 15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롯데케미칼은 신규와 경상 투자에 대해선 계획 조정을 통해 현금흐름 개선과 투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성 CFO는 이날 "'EBITDA 이내에서(회사가 벌어들인 운영 이익 내에서)' 투자하는 부분은 반드시 지키도록 할 것"이라며 재무 안정성을 재차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사채권자 집회로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일부 완화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석유화학 업황 개선과 재무 구조 안정화가 필요하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과 자금 조달 환경 변화가 롯데케미칼의 재무 전략에 지속적인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사채권자집회 공고와 공시 이후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법원 인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롯데그룹도 롯데월드타워를 활용한 은행 보증을 추가하는 등 회사채의 신용보강을 목적으로 주채권 은행과 긴밀하게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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