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기사도 '좌표' 찍자 우르르…의사 댓글부대 "우리 화력 짱ㅋㅋ"

4년 전 전공의 파업 당시 2000년 8월 의약분업 시기에 올라온 기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한 언론사가 '전공의 비대위준비위원장 검거'라는 제목으로 올린 기사에 2020년 8월에야 "지금이 독재정권이냐???" "여기 민주주의 국가 맞나요 ㅠㅠ" "단 한명의 전공의라도 행정처분 시에 가만 안 둔다" 등 반대 댓글이 줄줄이 달린 것이다. 20년 전 기사를 지금 상황으로 오인해 발생한 '촌극'은 얼마 가지 않아 '여론 조작' 비판으로 이어졌다.
의정갈등이 첨예한 올해도 댓글을 통한 의사들의 여론전은 지속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지난달 "긴급 화력지원 부탁 틀톡방(단체 대화방을 비하하는 용어) 좌표찍힘"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분만유도제인 '옥시토신' 제제의 품절 이슈를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비추(비추천) 엄청 찍히는 중"이라고 적었다. 의료체계의 문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댓글(화력)을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현재 이 기사의 댓글은 추천수 상위 5개가 모두 약값을 낮게 책정한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내용이다. "이 정도면 나라가 나서서 애 낳지 말라고 고사 지내는 거다"는 댓글은 네이버 기준 추천 200건에 비추천은 1건에 불과하다.
같은 달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댓글상태 X됐다"는 제목의 글은 '댓글 조작 가이드' 수준이다. 조회수 1만건이 넘는 이 글에서 작성자는 "1순위 우리편 댓글 올리고 댓글 쓰기, 2순위 총알 남으면 비추 신고 필수"라 적고 각 언론사의 의료사태 관련 기사를 '좌표' 찍어 공유했다. 이 기사들의 댓글 분위기를 의사에 부정적인 순으로 △X댐 신작임 △아직 대가리 깨진 댓글 많음 △내릴 댓글 하나 정도 남음 △이미 정복 완(료)료 나누고 이를 기준으로 실시간 '공격 순위'를 매겼다.
의사 '댓글부대'의 영향력은 상당한 것으로 짐작된다. 공격 1순위로 지목된 의대 증원모집에 관한 인터뷰 기사는 네이버 기준 추천 수 상위 10개 댓글이 모두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데, 전체가 메디스테프에 글이 올라온 당일 오후 3~4시 사이 작성됐다. 교육부, 보건복지부에 책임을 묻거나 내년 의대 신입생도 휴학할 수밖에 없다는 등 부정적인 내용들이다. 대부분 추천이 비추천을 압도한다. 메디스테프 글의 작성자는 "아침부터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거의 뒤집혔네요 ㅋㅋㅋ"이라며 "우리 화력 짱"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이 밖에 "댓글 정화 우리 밀리는 중" "댓글 초비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특정 기사를 공유하고 조직적인 대응을 요청하는 행태가 확인되고 있다.
의료사태 관련 기사에 의대생과 전공의 등 의사들만 댓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 혹은 표현의 자유라는 옹호론도 존재한다. 반면 맹목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이 다수이고, 점차 표현 수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내부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한 의대 교수는 "좌표 찍고 몰려가 여론몰이하는 의사들의 '댓글 공작'은 실존한다"며 "심지어 메디스태프 등 의사 커뮤니티 내에서도 댓글로 복귀 의사의 신상을 털고 욕설·비방하며 '인격 살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의료계 블랙리스트'도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달 초에는 한 복귀 의사가 "자살 추천한다. 동료 등에 칼 꽂는 놈"이라거나 "애미 XX, 애비 XX" 등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비방과 욕설에 시달리고 있다며 의사 커뮤니티를 통한 피해 사실을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호소하기도 했다.
임유진 숭실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커뮤니티를 통한 활동이 집단 전체의 여론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공공의 이익에 대한 윤리 의식을 갖고 자신이 쓴 글에 파급 효과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김구라, '빚 17억 변제' 전처 언급…"무속인에 돈 많이 갖다바쳐" - 머니투데이
- 천공 "윤석열은 하늘이 내린 대통령…3개월내 상황 바뀐다" - 머니투데이
- 송민호 또 출근 안 했다…'부실 근무' 논란 다음 날도 '병가' - 머니투데이
- "너 신 받아야돼" 충고에 '순돌이' 이건주 결국…작두 타며 오열 - 머니투데이
- 외도 3번 남편 "모텔서 발가벗었지만…호감일 뿐" 서장훈 '분노' - 머니투데이
- "여권 재발급 빨리 받아야겠네"…20년 만에 수수료 인상 - 머니투데이
- [단독]헌재, 국민의힘이 낸 "내란전담재판부는 위헌" 헌법소원 각하 - 머니투데이
- 부장이 세력과 손 잡고 코스닥 주가조작…대신증권 등 압수수색 - 머니투데이
- 김구라 아들 그리, 모친 '17억 빚' 언급…"집안 풍비박산 나" - 머니투데이
- "내가 찔렀다" 100m 달아났다가 돌연 자수…동창 살인미수 20대의 선택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