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슬쩍 추가된 ‘김건희표 밀실 예산’···金, 소록도 방문 직후 기독교기념관 긴급 편성 의혹
“국회 논의 테이블 오른 적 없어”…올해 2월 발간 보고서에만 ‘한 줄’ 추가
(시사저널=김현지·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4년도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 여사가 지난해 11월 소록도 방문 직후 '소록도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예산이 밀실(密室)에서 추가된 정황이 파악되면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원 예산안에 없던 사업이다. 이와 관련한 국회 심사도 없었다. 그런데 "소록도의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을 김 여사가 거론한 이후 최종 예산안에 들어간 것이다. 헌법상 국회의 고유 권한인 국가 예산 심의·확정에 영부인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여사 방문 직후 비용 지원된 건 맞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지난해 말 확정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소록도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건립 예산이 긴급 편성됐다. 소록도교회의 역사를 기록하고 문화·휴게 공간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업이다. 사업주체는 소록도연합교회다. 이번에 새로 편성된 '신규 사업'이다. 기념관 건립 과정에 정통한 핵심 인사는 "6년 전부터 사업을 원했지만 추진이 안 됐다"며 "그러다 김건희 여사 방문 직후 건축비가 지원(예산 반영)된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김 여사의 구체적인 개입 상황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 예산을 요청하지 않았었다. 종교시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5월 국가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 이와 관련한 예산요구서를 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2023년 9월 국회에 제출한 최종 정부 원안에도 이 사업은 담기지 않았다. 예산 심사권을 쥔 '국회 패싱' 흔적도 나타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의 등을 비롯한 소관 상임위원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소록도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예산은 논의 테이블에 오른 적도 없다.
김 여사의 움직임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7일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재 국립소록도병원 등을 방문했다. 당시 소록도의 역사·문화적 가치 활용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록도는 '기념선물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각계각층에 설날 선물을 보낸 적이 있다. 문제는 선물 포장재에 국립소록도병원 환자들이 그린 십자가·교회·성당 등의 그림이 담기면서 불거졌다. 불교계가 반발한 것이다. 당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사과했을 정도였다.
물론, 소록도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사업에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는 있다. 소록도는 섬 전체가 병원이다. 이곳은 과거 한센병(나병) 환자들의 강제 격리 수용소가 있던 아픈 역사의 산물이다. 조선총독부가 개신교 등의 종교활동을 탄압한 일제 강점기 시절, 교인인 환자들을 위해 소록도교회가 등장했다. 소록도중앙교회와 4개처 교회로 구성된 소록도연합교회는 이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100주년 기념관을 준비해 왔다. 막대한 비용이 지원되는 대형 사업이 아니기도 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예산을 지원하는 '매칭사업'인데, 국비는 전체 예산(17억6000만원)의 30% 수준인 5억2000만원이다.
그러나 예산 문제는 과거 논란과는 사안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원 정부안에도 없었던 '김 여사 맞춤형 예산'이 국회 심사도 없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예산안 심의·확정은 헌법상 국회의 권한이다. 하지만 본지가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과 정부 원 예산안 및 관련 회의록 등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예산심사 과정에서 소록도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예산은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2023년 12월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안에만 사업 예산이 추가됐다.
국회 자료에는 이 사업이 단 한 차례만 등장한다. 올해 2월 발간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3년도 심사백서'에서다. 증액 항목 중 소록도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예산이 포함된 대목이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된 원안에 없는 신규 사업이 국회 회의에서 심사도 없이 편성된 사례는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 "'긴급 편성' 배경 몰라" "담당자 부재"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 것도 아니다. 소록도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건립 사업은 1~4월 실시설계를 거쳐 4~12월 시공을 목표로 한다. 기념관을 건립하려면 소록도 내 사용하지 않는 건물(남성교회)을 개조하고 신축해야 한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지난 9월11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런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소록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는 없다"는 일부 주민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지난 11월26일 "현재 기본실시 설계를 위해 공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 5월에야 투자사업의 적정성을 심의한 결과 이 사업을 조건부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소록도연합교회 관계자는 지난 10일 "최근에야 건축 회사가 선정됐다"며 "3개월 이후에나 설계가 완성되고 그때 공사가 진행될 예정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당사자'인 정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소록도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예산에 대해 "정부안에 없던 예산으로 갑자기 신규 편성된 것은 맞다"면서도 "종교시설 예산이 국회 논의 과정에 추가되는 사례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예산의 긴급 편성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 배경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처 내 문체부 예산 담당자가 공석 상태"라며 "사안을 알고 있는 (답할 위치에 있는) 담당자가 없다"고 했다.
시사저널은 김 여사의 설명을 듣고자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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