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응시자, 정아은 작가 별세…향년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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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하트' '잠실동 사람들' 등 리얼리즘 소설과 최근작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등 논픽션까지 종횡무진 현실문학 세계를 파헤쳐 온 정아은 작가가 별세했다.
1975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정 작가는 세종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원, 컨설턴트, 외국계 회사 통번역, 헤드헌터, 단행본 번역 등의 다양한 사회 경험 뒤 소설가로 전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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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르포까지 비판적 리얼리즘 돋보여
‘모던하트’ ‘잠실동 사람들’ 등 리얼리즘 소설과 최근작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등 논픽션까지 종횡무진 현실문학 세계를 파헤쳐 온 정아은 작가가 별세했다. 향년 49.
유가족에게 소식을 들은 출판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작가가 지난 17일 저녁 세상을 떠났다. 사고사로 전해졌다. 고우리 마름모 대표는 19일 한겨레에 “가족도 이튿날 소식을 알게 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1975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정 작가는 세종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원, 컨설턴트, 외국계 회사 통번역, 헤드헌터, 단행본 번역 등의 다양한 사회 경험 뒤 소설가로 전향했다. 소싯적부터 예민하고 감성적인 편으로, 밖에서 어울리기보다 혼자 책 읽기를 즐겼다는 게 그의 회고다. 하지만 교직 자격도 지녀 지난달 중고교에서 단기 교사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가 작가로 이름을 알린 건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을 통해서다. 252편 응모작 가운데 ‘모던하트’는 헤드헌터의 세계를 중심으로, 학벌주의, 뉴미디어, 경쟁과 생존 등 실태를 형상화한 ‘징후적 문학’으로 호평받았다. 작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설을 쓴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어 속이 시원하네요. 글쓰기의 면허증을 땄다고나 할까요?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동안은 여건도 안 되고 ‘자격’도 없는 것 같아 주저했는데, 이제는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기쁩니다”라고 언론에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앞서 6년 동안 문학상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작가가 결심하길, 마지막 투고가 한겨레문학상의 ‘모던하트’였다.
공식 데뷔 뒤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등의 장편소설, ‘킬러 문항 킬러 킬러’ 등 앤솔러지,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등 에세이를 펴냈다.
정 작가의 문학적 좌표는 핍진한 리얼리즘이다. 교육 현장, 외모 지상주의, 노동의 소외, 대중의 광기, 지식인의 위선 등 당대 첨예한 현실을 앞장서 정면 응시해 온 결과다. 공식 작가 생활 만 10년째 되던 지난해 ‘악의 기원’을 좇아 내놓은 전기적 르포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두고도 주변은 놀랐으나 작가로선 자연스런 경로인 셈이다. 정 작가가 준비 중인 신작 목록에 또다른 현대사 인물 논픽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 작가는 지난달 22일 한겨레에 “정치적 인물들이긴 하지만 정치적이지만은 않은 정치사회 분야의 책을 2025년 상반기 출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등단하던 2013년 말했다.
“저는 특이한 소재나 까다로운 문체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평이한 문체와 일상의 소재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요? 결국은 인간 아닐까요? 저는 길을 가다 어느 집을 보면 거기 어떤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의 삶은 어떠할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그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소중한 무언가가 있겠죠.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은 커다란 우주 하나와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영혼들에게 존재의 연유와 정당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그들을 대신해 소리쳐 주고 싶은 게 제가 소설을 통해서 하려는 일이에요.”
존재의 연유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유가족으로 자녀 둘과 남편. 빈소는 서울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 낮 12시,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원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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