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환율에 기름 부은 尹의 실패한 도박 [視리즈]

김정덕 기자 2024. 12. 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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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視리즈 커버스토리
다시 열린 탄핵의 문 : 2부 3편 환율
원ㆍ달러 환율 줄곧 1400원대
내란 사태 이후 더 커진 변동성
수출기업에는 긍정적이라지만
외화부채 늘고 수입가격 상승
일자리와 소비, 전반적 악영향
계엄이 불러온 심각한 후폭풍

지난 2일 1400원대에 진입한 원ㆍ달러 환율이 18일까지(13거래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12ㆍ3 내란 사태가 가뜩이나 높았던 환율을 더 부추긴 결과입니다. 일부에선 환율이 1500원대로 오를 가능성까지 내놓습니다. 더스쿠프 視리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덫: 위험한 환율 편입니다.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선 이후 내려오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0월 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경제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원ㆍ달러 환율 1400원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장중 환율이 종종 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나온 예고였습니다.

당시 최 부총리는 "현재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 다르게 봐야 한다"면서 "외환위기 때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환율 1400원 시대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나 있었던 일입니다. 쉽게 말해 환율이 올라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이를 잠재우려 했던 겁니다.

그로부터 한달 후인 12월 2일 환율은 1401.30원(종가 기준)을 찍었습니다. 17일에는 1438.90원을 기록했습니다. 전고점(2022년 9월 1439.90원)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최 부총리의 예고대로 1400원대에 들어선 거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참고: 장중 환율은 수시로 전고점을 뚫고 1450원을 넘나들었습니다. 1450원은 1500원을 향해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는다는 의미에서 심상찮은 숫자입니다. 불과 며칠 전에 1300원대였다는 걸 감안하면 무려 100원 이상 오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날인 10일 최 부총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가진 '긴급 거시경제ㆍ금융현안 간담회(F4)' 자리에서 "금융ㆍ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다"면서 "시장심리 반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1400원대를 예고하긴 했지만, 지금은 변동성이 너무 심한 만큼 정부가 개입하겠다고 시사한 겁니다.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거죠. 덕분에 그날 환율은 1426.90원으로 전날보다 소폭 내렸지만, 다음날인 11일 다시 1432.20원으로 올랐습니다. 18일 현재 1435.50원입니다.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사실 환율은 2021년 1월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 시작 시기와 딱 맞물립니다. 경제전문가들이 얘기하는 환율 상승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과 함께 찾아온 인플레이션, 2021년 미국의 테이퍼링(달러 통화 회수를 위한 채권 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달러화(안전 자산) 선호, 대미對美 투자 증가 등입니다. 대부분 대외 환경의 변화에 따른 거죠.

문제는 최근의 고환율과 환율 변동성 증가는 대외 환경보다는 국내 환경 변화에 원인이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12ㆍ3 내란 사태'입니다. 대외적으로 멀쩡하게 보였던 대한민국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에 난입하는 모습을 봤으니 대한민국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밖에 없고, 신뢰도가 낮은 국가의 화폐 가치가 낮게 책정되는 건 당연한 이치니까요.

비상계엄 후 환율의 변동성은 심해졌고, 더 빠르게 상승했다.[사진|뉴시스]

일부에선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양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 1440~1450원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무라증권도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5월까지 환율 상단이 1500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그렇다면 고환율 상황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정부와 시장이 환율을 예의주시하는 걸까요? 우선 일반적으로 고환율은 수출기업에는 유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양의 물건을 같은 값(달러)에 수출해도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수출 가격을 약간 낮추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실질적인 매출도 늘어나겠죠.

■ 고환율 여파 외화부채 증가 = 하지만 고환율의 이점은 그게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우리 경제에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첫째, 기업들의 외화부채가 커집니다. 기업은 자기자본만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데, 해외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외화를 빌려서 투자하죠. 그런데 환율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외화부채가 함께 늘어납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투자를 크게 늘린 기업들(삼성전자ㆍ현대차ㆍLG에너지솔루션 등)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례로 올해 3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설비투자를 결정한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기준 외화부채는 169억8500만 달러입니다. 당시 환율은 1300원대 초반이었기에 원화로는 22조4131억원입니다.

하지만 18일 환율(1435.50원)을 적용하면 외화부채는 24조3820억원이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빚이 2조원가량 늘어나는 셈입니다. 고환율이 수출기업에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라는 방증입니다.[※참고: 물론 외화부채 규모는 상환 기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고환율 여파 수입가격 인상 = 둘째, 원자재 수입가격도 올라갑니다. 원자재를 들여와서 가공하는 업종이라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정유업계가 대표적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고환율로 인해 경영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역시 석유 정제를 통해 나오는 나프타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계에서도 우려는 적지 않습니다. 그 외 건설업과 유통업 등도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전망이 높습니다.

물론 외화부채 증가와 원자재 수입가격을 고려하더라도 수출 증대 효과가 더 크다면 무조건 고환율을 악재로 보긴 어렵겠죠.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은이 내놓은 '이슈 모니터링: 환율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고환율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서는 "고환율(당시 평균환율은 1300원 미만)이 지속할 경우, 국내물가 상승효과가 수출가격경쟁력 제고 효과를 웃돌아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제조업에선 적정 환율 수준을 1200원대로, 건설ㆍ서비스업에선 1100원대로 제시했습니다.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지금 상황에선 제조업도 웃을 수 없겠죠. 심지어 지금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1500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니까요.

환율이 오르면 해외투자 기업들의 부채도 크게 증가한다.[사진|뉴시스]

■ 고환율 여파 물가상승 = 환율 상승의 부작용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물가도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원ㆍ달러 환율변동이 실물경제 및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2018년)'이란 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전년 동월보다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3% 오른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12월 들어 상승률이 8%대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상승은 필연으로 보입니다.

■ 고환율 여파 다양한 연쇄효과 = 더 큰 문제는 고환율의 여파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업이 힘들어지면 일자리가 늘기 어렵고,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줄어듭니다. 소비 감소는 다시 경기침체를 부추깁니다. 환율의 연쇄효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바로 이게 12ㆍ3 내란 사태로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하지만 이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은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듯합니다. 그는 12일 오전 열린 긴급담화에서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느냐"면서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놨습니다. 원ㆍ달러 환율이 더 출렁일지 모르겠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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