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총수일가 ‘미등기 임원’ 22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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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가 계열사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사례가 22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을 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71곳의 소속회사 2753곳 가운데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수는 163곳, 직위 수는 220건으로 파악됐다.
유진(9개), 한화(8개), 에스케이(SK·7개), 하이트진로(7개)도 총수 본인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여러 계열사에서 미등기 임원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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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가 계열사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사례가 22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로서 권한만 행사하고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상법상 책임은 회피하는 ‘꼼수 경영’이 만연한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이런 내용의 ‘2024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지정된 공시대상 대기업집단 80곳의 소속 계열사 2899곳을 대상으로 총수일가의 경영 참여 및 이사회 운영 현황 등을 조사·분석한 결과다.
내용을 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71곳의 소속회사 2753곳 가운데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수는 163곳, 직위 수는 220건으로 파악됐다. 각각 전년 대비 27곳, 39건씩 늘었다. 총수 일가가 경영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권한과 거액의 보수 등 혜택만 챙기는 관행이 더 심화한 것이다.
미등기 임원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되지 않아 상법상 책임을 지지 않지만 명예회장·회장·사장 등 명칭을 쓰며 권한을 행사하고 수십억원대 보수를 받는다. 총수는 평균 2.5개 회사에, 총수 2·3세는 평균 1.7개 회사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특히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들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등기 임원 220건 가운데 54.1%(119건)가 이 규제 대상 회사 직위로 확인됐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이거나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공정거래법은 이런 회사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사업기회 유용 등 부당 내부거래가 일어나기 쉽다고 보고 별도로 관리·규제하고 있다.
가장 많은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총수는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사 중흥건설의 정창선 회장이다. 정 회장은 무려 계열사 12곳의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정 회장의 자녀들도 계열사 14곳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유진(9개), 한화(8개), 에스케이(SK·7개), 하이트진로(7개)도 총수 본인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여러 계열사에서 미등기 임원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미등기 임원 제도를 활용해 의무와 책임은 회피하고 권한만 행사하는 관행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훼손하고 사익 편취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집단 소속 344개 상장사에서 최근 1년간 열린 이사회 안건은 총 9155건으로, 이 가운데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53건이고, 사외이사가 1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진 안건은 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에서 견제 기능을 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안건 대부분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53건 중 부결된 안건은 4건이고, 나머지 49건은 수정돼 의결됐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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