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한 마리가 나무에 머리와 상체가 박혀있는 듯한 모습이 꼭 만화의 한 장면처럼 웃음을 준다. 이탈리아의 사진작가 밀코 마르체티는 “지난 2022년 4월 23일 이탈리아 라벤나 바냐카발로에 있는 ‘포데레 판탈레오네’ 공원에서 이 사진을 촬영했다”며 “다람쥐 사진을 수년동안 찍어왔지만, 이번처럼 재미있고 이상한 자세는 처음”이라 말했다. 그는 “동호회 등 지인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면, 항상 많은 이들이 보고 즐거워했다”고 이번 대회에 출품한 이유를 밝혔다. 이 만화같은 장면은 실제로는 다람쥐가 나무 구멍으로 들어가기 위해 머리와 몸을 먼저 넣고 지지하던 뒷 다리를 공중에 띄운 순간을 담은 장면이다.
니콘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4)은 지난 11일 마르체티가 찍은 사진인 ‘나무에 박힌 다람쥐(Stuck Squirrel)’가 올해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9000여장의 작품이 출품돼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종합 1위를 포함한 파충류, 조류, 어류 등 10개 분야의 수상작도 이날 함께 발표됐다.
야생동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 사진전은 지난 2015년 영국의 사진작가 폴 조인슨-힉스(Paul Joynson-Hicks)와 톰 설람(Tom Sullam)이 시작했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야생동물의 유쾌하고 코믹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는 동시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함께 갖고 있다. 사진전은 매년 공동 주최한 영국의 야생동물 보호재단인 휘틀리 자연기금(WFN)에 대회 수익금 일부를 기부했다. 휘틀리 자연기금은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80국에서 200가지 이상의 동물보존 활동에 328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다.
올해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 심사위원들은 이번 대회 출품작 9000여장 중 최종 수상작 10점을 선정했다. 스테판 마이어 니콘 마케팅부문 총괄매니저는 “올해 대회는 기록적으로 많은 작품이 출품됐고,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의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