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좀비처럼 다가와”… 우크라, 사냥하듯 한명씩 쫓아가 ‘쾅’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드론(무인기)으로 공격해 약 100명을 제거했다며 전장(戰場) 영상을 17일 공개했다. 최근 전투에서 북한군이 수백 명 사상했다는 미국·우크라이나 정부의 언급이 나온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속 특수부대가 최근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찍어서 온라인상에 올린 것이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은 이날 공식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부대 제8연대 소속 병사들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상대로 ‘환영 행사’를 열었다”며 “사흘에 걸쳐 50명을 폭살하고 4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공식적으로 북한군과 교전하는 영상을 내놓기는 처음이다.
SSO가 올린 동영상은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에게 20여 건의 폭탄 공격을 하는 내용이다. 눈 덮인 들판에서 드론의 습격을 받는 병사들, 여러 명이 드론 공격을 피해 황급히 달아나는 장면, 사망자의 시신을 옮기는 장면 등이 담겼다. 영상에 나온 병사가 모두 북한군인지, 러시아군이 일부 섞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전장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모두 북한군 같다”고 분석했다.
영상 속 병사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일반화한 드론 공격에 전혀 대비 못 한 모습이었다. 짙은 색 옷을 입고 흰 눈이 덮인 들판을 줄지어 이동하다 상공의 일인칭 시점(FPV) 드론에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또 드론을 피해 나무 뒤에 숨었지만 드론이 끝까지 따라가 공격하자 당황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2월 개전 이후 병력과 무기의 열세를 극복하려 드론을 적극 활용해 왔다.
SSO 제8연대 소속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군은 1950~1960년대 구(舊)소련 보병 같은 전투를 했다. 200명 정도가 우리 기지를 향해 총을 쏘며 좀비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북한군은 FPV 드론이 무엇인지 이해 못 하는 듯했다”며 “덕분에 우리에겐 쉬운 표적이 됐지만,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함은 진짜 좀비 같았다”고도 했다.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총알받이 같은 모습”이라고 했다. 한 북한군 출신 탈북민은 “제아무리 특수부대라도 (맨몸으로) 드론 공격을 피할 방법은 없다. 총 한번 쏴보지도 못하고 그냥 죽는 셈인데 이건 ‘총알받이’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영상처럼 허허벌판 뻥 뚫린 전장에서 보병은 드론 공격에 극도로 취약하다”며 “이런 무모한 전장에 자국의 어린 병사들을 내보낸 김정은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북한군이 전투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주장을 연일 내놓고 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17일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을 동원해 사흘째 맹렬한 공격을 해왔고, 북한군의 사상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정보국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도 전날 미국 군사 매체 워존에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대규모 공격 작전을 시작했다. 이 전투에서 북한군이 200명 이상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기습 점령한 쿠르스크를 탈환하기 위해 최근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인 체첸의 특수부대를 비롯해 총 5만여 병력이 투입됐고, 이 중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파병된 북한군이 1만1000~1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FPV 드론
조종사가 드론에 달린 카메라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마치 직접 탑승한 것처럼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이다. FPV는 ‘First-Person View(일인칭 시점)’의 약자다. 넓은 장소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고속으로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어 영상 촬영, 드론 레이싱, 군사작전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군사 분야에서는 정찰·자폭용 등으로 쓰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혼다·닛산 “내년 6월 합병”... 글로벌 3위 완성차 초읽기
- 산청·함양 민간인 희생, 73년만에 첫 국가배상 판결
- KTX 특실, 표값 30% 할인 써놓고 실제론 21%만 할인
- 트럼프 “파나마 운하 통행료 안 내리면 소유권 반환 요구할 것” 엄포
- 스트레이키즈 6연속 ‘빌보드 200′ 1위... 69년 차트 사상 처음
- 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2심 국선변호인 선정
- [만물상] 로봇도 보행자?
- 울산 신한중공업서 50대 근로자, 지게차에 치여 숨져
- ‘이재명은 안된다’ 현수막 가능… 선관위, 편파 논란 일자 번복
- 크리스마스트리가 변기보다 더럽다?… “세균 최대 5배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