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24년 독재의 상처…최소 10만명 묻힌 암매장지 발견
내전 기간 실종자 총 15만여명…집단 매장지 66곳 추정
목격자 “7년간 수시로 냉동트럭에 시신 싣고와 묻었다”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렸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24년 독재가 종식되자 15만명에 이르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 시리아 전역에 흩어진 학살 매장지가 속속 발견되면서 참혹했던 공포정치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실종자위원회(ICMP)는 시리아 내전 기간 불법 구금과 납치 등으로 총 15만70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의 비밀경찰이 실종자들을 고문·살해한 뒤 암매장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집단 매장지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본격화됐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인권단체들은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쿠타이파에 대규모 매장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현장을 방문한 시리아비상태스크포스(SETE) 대표 모아즈 무스타파는 이곳에 최소 10만명이 암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매우, 거의 부당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낮춰 잡은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깊이 6~7m, 너비 3~4m, 길이 50~150m에 이르는 구덩이들이 발견됐으며, 암매장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로부터 “2012~2018년 일주일에 2차례씩 냉동 트레일러 트럭 4대가 각각 150구 이상의 시신을 싣고 왔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전쟁범죄 담당 미국 대사를 지낸 스티븐 랩도 해당 지역을 둘러본 뒤 “확실히 10만명 이상이 매장됐을 것”이라며 “나치 이후로 이런 집단 학살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 묻힌 이들은 비밀경찰에 체포됐다가 구금 중 고문 등으로 사망한 사람들로, 시리아 공군 정보사령부가 시리아 전역 군병원과 교도소 등에서 시신을 모아 집단 매장지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암매장에 참여했던 이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쿠타이파 집단 매장지의 존재는 2011~2018년 묫자리 파는 일을 했던 한 남성이 2018년 유럽으로 탈출해 2020년 독일에서 열린 시리아 정부 관리들에 대한 재판에서 증언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남성은 “일주일에 4차례씩 300~700구의 시신을 실은 트럭 여러 대가 다마스쿠스 북쪽 쿠타이파와 남쪽 나즈하에 있는 매장지로 시신을 호송했다”면서 “시신의 가슴이나 이마에는 식별 번호가 있었고, 심각한 고문과 훼손 흔적이 보였다”고 증언했다.
쿠타이파에서 암매장 작업용 중장비를 조작했던 이삼 사드도 영국 채널4 뉴스에 신선식품 트럭처럼 생긴 물류회사 냉동차에 시신들이 실려 왔으며, 7년간 날마다 불려나와 암매장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쿠타이파에 묻힌 시신이 10만~15만구 정도로 추정되지만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채널4 뉴스는 쿠타이파 매장지가 “21세기 최대 집단 무덤”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나즈하 매장지 인근에 살고 있는 농부 압 칼리드는 로이터에 “트럭에는 항상 경비 차량이 따라붙었고 주민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시신과) 함께 무덤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시리아 민간 구호단체 화이트헬멧은 이런 집단 매장지가 시리아 전역에 최소 13곳이 있으며, 이 중 8곳은 다마스쿠스 인근에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ICMP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매장지까지 포함하면 시리아 내 66개의 집단 무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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