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했다가 ‘날벼락’” 청구서 금액만 월 ‘3000조원’…누가 책임져?[지구, 뭐래?]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1년에 35,917,500,000,000,000원(3경5917조원)”
차마 세기도 힘든 규모. 월로 따지면 3000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1년 국내 총생산(2023년 기준)은 약 2400조원. 1달에 200조원 수준이다. 이와 비교해도 쉽게 체감하기 힘든 규모다.
결과적으로 이 비용은 ‘비효율’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곡물을 대량 생산한다. 그럼 살충제가 필요하다. 살충제는 대기오염와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그럼 이를 막기 위해 또 비용이 들어간다.
곡물을 대량 생산하지 않고, 국가 간 효율적으로 곡물을 배분했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들이다. 이런 비용들을 모두 합산, 추정한 결과가 월 3000조원이다.
다시 말해, 각 국가 혹은 기업에서 서로 합심해 의사결정을 갖는다면, 이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가, 기업 상호 간 영향을 고려한 대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6일 나미비아에서 열린 UN IPBES(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플랫폼) 제 11차 본회의에 참석한 전 세계 147개국 정부 대표들은 ‘넥서스(Nexus) 보고서’를 승인했다. 해당 보고서는 165명의 국제 전문가가 ‘글로벌 위기 해결’에 대해 3년간 연구한 결과물이 담겼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 ▷물 ▷식량 ▷건강 ▷기후변화 등 5가지 요소를 가장 중대한 글로벌 위기로 규정했다. 이에 각각에 위기에 대처하는 국가들의 노력이 또 다른 요소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석했다.
보고서는 상호 간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뤄지는 경제 활동으로 인해 매년 큰 규모의 비용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인류가 불필요하게 낭비한 지구 자원에 ‘값’이 매겨진 셈이다. 이들이 추산한 금액만 연간 최소 10조달러에서 최대 25조달러 수준이다. 2023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2조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파멜라 맥엘위 넥서스 보고서 공동의장은 “많은 기관이 독립적으로 협력하면서, 여러 요소 간의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면서 “현재의 의사 결정은 자연에 미치는 비용을 무시한 채 단기적 재정적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인간이 초래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각 주체의 움직임이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꼽는 것이 탄소 배출의 대표적인 대책 중 하나인 나무 심기다. 나무 심기 운동은 기후 변화에 적은 비용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여겨졌다. 이를 위해 전 세계 40여개국이 2030년까지 3억5000만헥타르의 삼림 복원을 목표로 하는 ‘본 챌린지(Born Challenge)’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나무 심기는 생태계 다양성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국가에서는 생물다양성을 촉진하는 나무보다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는다. 이 경우 토착종 나무는 물론 기존 서식하는 동물들이 사라지며 생태계 자체가 사라질 위험도 있다.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곡물 재배를 늘리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대량 곡물을 키우는 과정에서는 대량의 살충제 등 합성 화학 물질이 사용된다. 이는 토양 오염은 물론 기후 변화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한다. 나아가 날씨와 토양에 민감한 여타 작물의 생산성을 둔화시킬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더해 식량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보고서는 각 요소 간 상호 관계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 70여가지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여러 방안을 통해 지구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국가와 기업이 지출할 막대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핵심 방안 중 하나로는 전 세계 2억명의 사람이 앓는 기생충 질환(주혈흡충증)에 대한 대처 방법이 거론된다. 주로 질병이 발생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를 건강 문제로 해석하고, 약물을 통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생충 문제 해결 방안에 다르게 접근할 경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해당 기생충은 달팽이를 숙주로 삼는다. 이에 세네갈 한 시골 마을에서 이뤄진 한 프로젝트는 수질 오염을 해결해, 달팽이 서식지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 결과 어린이 감염은 32% 감소한 데 이어 식수에 대한 접근성도 해결했다.
해양 보호 구역을 더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호주는 지난 2012년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했다. 당시 비보호구역으로 어부들이 몰리며, 어획량이 되레 감소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해양 보호 효과가 확산하며 되레 어획량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깨끗해진 바다로 인한 관광 수요도 늘어나며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어류를 양식하며 나온 폐기물로 하위 생물인 해양 식물을 양식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폐기물로 인한 오염을 줄이면서, 해양 식물 양식에 사용되는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제안이다. 이 밖에도 환경이나 수자원 중요성에 대한 교육 강화 등 인식 개선 측면의 해결법도 제시됐다.
아스트리드 쇼메이커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총장은 “정책 결정에서 어려운 측면 중 하나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면서도, 복잡성을 헤쳐 나가는 것”이라며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긋나는 요소를 조명하는 것만으로도 자원 회복력을 지원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준표 “명태균 통해 김종인에게 복당 부탁했다고? 명예훼손 고발할 것”
- “사실상 사망 상태”…女동창생 때려 ‘식물인간’ 만든 20대, “테이블이 거기 있었다”며 항
- 선우은숙 “녹취 듣고 혼절”…‘친언니 강제추행’ 유영재 재판 증언
- 아이유가 무슨 죄?…탄핵집회 ‘선결제’했다고 “불매운동”
- 여자탁구 간판 ‘삐약이’ 신유빈, 세계랭킹 톱10 복귀
- ‘고액 체납’ 이혁재 “내가 죽어야 끝나나”...국세청 명단 공개에 ‘억울’
- 병무청, 송민호 ‘부실복무 의혹’ 조사 나섰다…“사실 관계 파악”
- ‘서울의 봄’ 감독 “정신 나간 대통령 어처구니 없는 쿠데타” 尹 비상계엄 작심 비판
- ‘건강 악화’ 고현정 “길에서 쓰러져”…과거 심각했던 몸상태
- ‘불법 촬영’ 황의조, 1심 앞두고 2억 ‘기습 공탁’…피해여성 강력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