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사비 600억 못 갚았다"…평촌 트리지아 '악화일로'

확약서상 변제일(18일)까지 납부 못해…연체이자에 부담 커질듯
현대건설 시공단 "조합 집행부 와해…공사비 청구이행 일단 보류"

[아이뉴스24 이효정·이수현 기자] 평촌 트리지아 아파트 정비사업을 추진했던 조합이 약속 기한 내에 공사비 미납금 600억원을 돌려주지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등 시공단은 와해된 조합 집행부의 상황 등을 고려해 당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연체 이자가 계속 쌓이며 조합원들의 부담은 하루가 다르게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 트리지아(융창아파트주변지구 재개발조합)조합은 미납 공사비 납부기한인 이날까지 600억원을 납부하지 못했다.

남우 공사비는 지난해 1월 기준 1296억원이었는데 조합이 분양대금으로 700억원을 냈고, 600억원이 남은 상태다.

옛 융창아파트 주변지구를 재개발해 새로 지은 평촌트리지아는 2417가구의 대단지다. 조합원 물량이 1308가구, 일반 분양 물량은 913가구이며, 나머지 196가구는 임대 주택이다. 공사비 등의 문제로 인해 당초 입주예정일이 지연되며 주목받은 곳이다. 입주는 지난 8월1일에서 약 20일 지연돼 같은 달 20일부터 10월 18일까지 60일간 입주 기간이 주어졌다.

당시 시공단(현대건설·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은 남은 공사비를 받지 못하자 조합원들에게 '조합원 도급공사비 채무 지급 확약서'를 받고 입주시켰다.

확약서는 남은 공사비를 입주기간 60일 이내에 납부하지 못하면 입주기간이 끝나는 10월18일부터 연체이자를 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입주지정기간 만료일인 10월 18일로부터 2개월까지 변제하지 않을 경우 개별 조합원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시공단은 공사비 변제가 되지 않았지만 당장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다리겠단 방침이다. 기한 연장이 아니라 현재 조합의 상황을 고려해 지급 이행이나 소송 착수 등 법적 조치를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시공단 관계자는 "확약서상 변제기일을 넘겼지만 조합원에 대한 즉각적인 개별 청구를 보류했다"며 "입주민들과 조합에 큰 피해 없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조합원의 자금부담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연체이자는 공사비를 완전히 납부할 때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시공단이 개최한 공사비 관련 설명회에 따르면 이미 지난 10월 18일부터 약 2개월간 발생할 연체이자만 약 8억2000만원으로 추정됐다.

연체이자율은 지난 10일 기준 연 7.1%다. 10월 당시에는 연 8%였지만 소폭 조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연체이자율은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예금은행가중평균여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와 가계자금 대출시장 점유율 상위 은행이 정한 연체기간별 가산금리를 합산한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평촌 트리지아' 아파트 전경 2024.07.05 [사진=이효정 기자 ]

"조합장 또 해임"…표류하는 조합

시공단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조합의 집행부가 바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입주 직전인 지난 7월 선임된 새 조합장은 4개월여만에 해임됐다. 지난 14일 조합 총회에서 참석한 조합원 659명 중 652명이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와 기권표는 각각 2표, 5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 조합장 선임으로 입주가 약 20일 지연됐음에도 추가분담금과 맞물린 남은 공사비 납부 문제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면서 해임된 것이다.

새 조합장은 조합원당 1500만~1600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납부하는 대신, 민간 임대 업체 해피투게더하우스에 넘긴 임대아파트를 새로운 사업자에 재매각하는 방안과 보류지 매각 등을 제시했다. 임대아파트는 해피투게더하우스의 반발, 보류지 매각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시공단이 난색을 표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현재 조합은 임원의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단은 새로운 조합 집행부가 꾸려지면 공사비 납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시공단 관계자는 "조합장 해임 이후 조합이 다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공사비 지급에 대한 의지도 보여줬다"며 "1월 조합 총회에서 더 긍정적인 소식과 의결이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