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파·용현파’…12·3 비상계엄 주동한 군내 사적 모임 실체 확인돼
윤석열 대통령이 나온 고교 출신 군인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했을뿐 아니라 전·현직 정보사령부(정보사) 수뇌부가 핵심 참모를 데리고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만나 계엄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군내 사적 모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내 사조직은 ‘하나회·알자회’ 이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충암파’ ‘용현파’ 등 사적 모임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연과 학연, 근무연 등을 기반으로 모여 진급 등을 미끼로 결속력을 다지는 군내 사적 모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전·현직 정보사령부 간부 4인이 경기 안산시의 한 햄버거집에 모여 계엄을 모의할 때 참석한 정모 대령은 경찰 조사에서 진급을 이유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연을 맺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는 당시 현직에 있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사령관을 지내고 퇴역한 노상호 전 사령관 외에 정 대령과 김모 대령이 참석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준비하던 지난 11월부터 진급을 미끼로 부하 군인들을 포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에게 “전역이 몇 년 남았냐” “김 대령이 먼저 여단장을 하고 다음에 너가 하면 되겠다. 내가 많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정 대령은 군내 인맥이 약해 진급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런 제안이 오자 욕심이 생겨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자료를 정리해 달라’는 요구에 응했다고 했다. 김 대령도 문 전 사령관의 요구로 ‘사업(공작) 잘하는 요원’ 명단을 작성해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예비역 신분이었지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의 친분, 전·현직 정보사 군인들과의 끈끈한 인맥 등을 바탕으로 군 인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해온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내란 진상조사단은 전날 정보사 내부에서 입수한 제보라며 “노 전 사령관이 김 대령, 정 대령 등으로 구성된 ‘노상원 라인’을 구축했고, 이 조직을 통해 이른바 ‘OB(예비역)’들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롯데리아 회동에서 정·김 대령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너희가 선관위 전산실에 가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계엄을 준비해왔다고 보고 있다.
한 예비역 중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령들은 장군 진급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면서 “국방부 장관에게 장군 인사권이 집중돼 있다보니 ‘장관과 연이 있다’고 하면 상대가 예비역이라도 충분히 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비롯한 충암고 출신 인사들이 이번 계엄을 주도했고, 김 전 장관이 자신의 측근인 이른바 ‘용현파’를 군과 국방부 요직에 배치한 정황도 다수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두환 군부 독재를 이끈 하나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세상에 알려진 알자회 등도 재조명되고 있다.
사적 모임 결성을 감시해야 할 정보·감찰부대가 되레 계엄 라인에 포섭되면서 감시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 지적도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군무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결사 및 단체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방첩사는 장군급의 친소 관계 등 군내 세평을 수집하고 분석해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걸 못 하고 동조하면 이런 모의를 예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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