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드론에 총쏘며 좀비처럼 돌진”…미 당국자 “북한군 수백명 사상”
우크라 영상 공개…낯선 무기인 드론에 속수무책
트럼프의 특사 켈로그, 본격 협상 돌입 전 유럽 순방
러시아에 파병돼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던 중 죽거나 다친 북한군이 수백명에 달한다고 미국 당국자가 밝혔다. 전날 미 당국이 북한군 사상자 발생을 처음으로 확인하며 ‘수십명’으로 추산한 피해 규모가 하루 만에 크게 불어났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신속한 종전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가까워질수록 북한군이 전면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미군 고위 관계자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의 교전으로 북한군 수백명이 전사하거나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에서 발생한 사상자가 수백명이라는 게 우리의 최신 추산”이라며 “가벼운 부상부터 전사까지 포함한 수치”라고 했다. 이어 “모든 계급”의 북한군이 타격을 입었다며 “이들은 전투 경험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미 백악관과 국방부 등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때 사상자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수십명’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이날 ‘수백명’으로 늘어난 배경에는 쿠르스크에서 교전이 본격화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기습 점령한 쿠르스크를 탈환하기 위해 최근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전투로 단련된 우크라이나군과 달리 북한군은 현대전 경험이 없다는 점도 북한군 사상자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르스크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제8 특수작전연대(SSO)는 이날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인칭 시점 무인기(드론)’로 북한군 장병과 장갑차 등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낯선 무기인 드론과 마주치자 속수무책으로 도망가거나 나무 뒤로 숨으려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게시물에는 ‘북한군 50명을 사살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 부대의 미하일로 마카루크 하사는 이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군 약 200명이 좀비처럼 우리 기지로 다가왔다. 드론을 향해 총을 쏘는 등 정말 무모했다”며 “우리에겐 쉬운 표적이었다”고 말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이날 온라인 연설에서 “러시아군은 사흘째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맹렬한 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북한군은 이미 큰 손실을 보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최전선에 북한군을 내세워 고강도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된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이 내달 초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국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켈로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등에서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러시아는 방문하지 않을 계획으로 전해졌다.
켈로그의 목표는 당장 어떤 실질적인 협상에 나서기보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전후로 종전 분위기가 최대한 빠르게 무르익을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새해 첫날 직후 시작될 예정인 (켈로그의 유럽) 방문은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얼마나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취임 첫날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그는 전날 대통령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 밝히며 양측의 협상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매체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지방의회·지역당국 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이를 위한 중재자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80839001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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