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김대중] 한국 최초 노벨상 수상자 김대중 -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
1970년대 4대국 안전보장론 제시로 한반도 전쟁 억제와 동북아평화 체제 구축 비전을 제시했던 김 전 대통령은 1978년부터 꾸준히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2000년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자에 선정됐습니다 . 한반도를 넘어 전 지구적 평화공동체를 꿈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렸던 민주·인권·평화는 어떤 것이었는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와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상자 안 이탤릭체 문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입니다.)
■ 정계 은퇴 후 오른 유학길… 평화 구상의 씨앗을 뿌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1993년 1월 영국 케임브리지로 떠났습니다. 당시에 김 전 대통령은 사저 외에 조그마한 재산으로 서울 영등포와 제주도에 땅을 갖고 있었습니다. 떠나시기 직전에 그걸 모두 '사회에 내놓겠다, 국가에 헌납하겠으니 네가 전부 책임을 맡아서 어디에 쓸지 모든 것을 알아서 해달라' 그러시는 거예요. 김 전 대통령께서 평화 문제를 가지고 앞으로 더 일을 하시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어떤 평화 연구기관이나 평화에 관련된 기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 국제 평화연구소, 프리오(PRIO)라고 하는 국제 평화기구로 갔습니다. 한 달 동안 그곳에 있으면서 시스템을 연구했어요. 돌아오시면 이런 평화 기구를 만들어서 일하시면 좋겠다고 보고드렸더니 대통령이 굉장히 반가워하셨어요. 그리고 돌아와서 아-태평화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대통령 퇴임하신 후에 아-태 민주지도자회의를 김대중 평화센터라고 개명해서 2005년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이사장을 하시고 제가 이사로 역할을 하다가 후에 상임이사직을 맡기도 했습니다만, 그런 역사 속에서 그분이 돌아가시는 2009년까지 지근거리에서 도와드리면서 함께 했습니다."
1994년 1월 27일, 그토록 공을 들였던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을 출범시켰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공영의 길을 모색하고, 아시아의 민주 발전과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한 모체였다. -「김대중 자서전 」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노벨상 후보가 된 것은 1987년입니다. 처음 후보에 올랐다고 했을 때 국내에서는 그게 사실이냐 유언비어다 그랬죠. 언론도 많이 보도하지도 않았고. 후보가 되려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분의 추천, 국제 정치 지도자들, 역대 대통령이라든지 또는 유수한 정치 지도자들이 참여해서 청원서 같은 것이 서명이 들어가야 합니다.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가 됐다는 얘기가 매년 나왔지만, 그때마다 한국에서는 '무슨 노벨평화상이냐?' '김대중이 노벨평화상을 돈 주고 사려고 로비한다' 마지막에는 '김정일한테 돈 갖다줘서 (수상) 했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노벨상위원회에서도 어떻게 노벨평화상을 돈 주고 사나… 국제적으로 이해도 안 된다 이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결국 김대중에 대한 정치적인 거부와 지역 차별, 전라도 출신이고, 거짓말쟁이고, 빨갱이고… 군사 정권부터 낙인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죠."
■ 노벨평화상 100주년의 해에 한국인 최초 수상자가 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40여 년간 한국과 동아시아 전반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6·15 남북 공동선언 등 남북 화해와 긴장 완화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또한 새천년 최초 수상자이면서 노벨상 100회 수상자였고, 노벨상 100년 역사상 위원회 반대 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되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하였다. -「대통령 기록관」<이 기록 그 순간 (상세)> 발췌
"2000년에 노벨평화상 수상이 거의 확실시됐지만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마침, 그때가 노벨평화상 100주년이니까 '올해 수상하시면 참 의미가 있겠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평생 민주주의· 인권·평화를 위해서 헌신하고 또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고 40여 년간 망명 생활하고 6년간 감옥생활을 하신 게 국제사회에 다 알려졌거든요. 특히 1980년 광주 5·18 내란 음모 사건 수괴로 사형 선고를 받으니까, 국제사회에서 '세이브 김대중' 김대중을 구하자는 운동이 전직 대통령이나 여러 주요 인사들로부터 활발하게 일어났죠. 김대중 대통령이 널리 일찍부터 민주주의·인권·평화를 위한 정치 지도자로서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벨평화상 선정 사유를 보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서 헌신했고, 아시아 민주주의, 동티모르의 독립과 수난에 대해서 또 아웅 산 수치의 민주주의를 지지했고. 일본과 화해를 했고…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 관계 협력을 이뤄냈다' 이런 것들이 모두 포괄돼 있습니다. (노벨상 위원회가) 김대중 대통령을 정말 존경해 예우를 갖췄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수감 당시 입었던 옷과 자료들을 다 달라고 해서 지금 스웨덴의 노벨 기념관에 전시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주요한 곳에서 순회 전시도 했어요.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대통령으로서 수상자가 된 거죠."
■ 지구적 위기의 대안, 김대중의 코스모 민주주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인권·평화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서구적 민주주의 인권·평화와는 전혀 가치 개념이 다릅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서구 민주주의로 이행'이라고 하는 트랜짓(transit)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서구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아닌, 도리어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한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뉴스위크가 김대중 대통령을 '세계를 변혁시킨 11인의 트랜스포머 중의 한 사람'이라고 선정했었죠."
"대통령께서 일찍이 민주주의는 인간 간의 세계만이 아니라 자연의 생명붙이에도 그들의 생존권의 보장이 이루어지는 글로벌 민주주의, 더 나아가서 코스모 민주주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코스모 민주주의라는 것은 자연 생명의 권리, 더 나아가서 우주 생명의 권리, 그래서 생태학적인 인간과 자연은 생명의 유기적 관계 속에 있고 지구도 우주와 관계 속에서 유기적 생명 관계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2000년에 '새천년 환경 비전' 선포를 할 때도 그런 철학에서 만든 것입니다. 집권 당시 법 제정에서도 약자들의 권리를 먼저 우선으로 했습니다. 여성 차별금지법, 장애인 권리 법을 만들었고,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도 만들고 한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평화의 파괴 가장 중심에는 빈곤이 있다. 민주주의가 해결해야 할 것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빈곤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빈곤 문제를 중심에 뒀죠. 대통령께서는 '평화는 정의와 입맞춤을 하는 것이다. 체제 유지가 아니고 현상 유지가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인권·평화는 약자들이 자기 권리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인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이루어질 때 가치가 있는 거죠."
빈곤이야말로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엄중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되는 빈곤은 빈곤계층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차별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사회 통합의 중요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종교·인종·문화 간의 갈등과 분쟁의 뿌리에도 빈곤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빈곤 문제의 해결 없이는 지금 세계를 불안 속에 몰아놓고 있는 테러리즘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 제57차 세계보건기구 WHO 특별연설 「건강과 빈곤퇴치가 인류 행복의 시발점」2004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도입할 때 한나라당이나 심지어 민주당 안에서도 왜 공짜로 돈 주나 이렇게 비판했거든요. 그런데 그것 자체가 바로 민주주의·인권· 평화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는 구호가 아니라 내재적 삶으로부터 실천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자꾸 민주주의·인권·평화를 말하지만 자기 삶은 정반대로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김 전 대통령은 모든 정책에서 민주주의·인권·평화가 내재적으로 생활화할 수 있도록 실천한 겁니다. 가난한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 사람 중심의 사고죠. 체제 중심이 아니고. 김대중의 민주주의·인권·평화 정신을 우리가 제대로 실천하려면 사람의 존엄과 자주적 권리, 평등한 관계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하는 민주주의·인권·평화의 내재적인 실현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거죠."
" target="_blank" title="뉴스(새창)">[다시 만난 김대중]⑨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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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김대중] “한일 외교의 선구자” - 이종찬 광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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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선 기자 (b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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