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는 왜 알츠하이머 사망률이 낮을까?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4. 12. 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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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 최신 연구 결과
“대뇌의 해마 기능과 연관된 것” 추정
알츠하이머는 해마의 위축과 연관 있고
해마는 택시 기사에게 중요한 ‘주변 위치정보’와 관련
최근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 결과 택시 기사가 미국 433개 직업 중 가장 알츠하이머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맨해근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 결과 택시 기사가 미국 433개 직업 중 가장 알츠하이머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뉴욕 맨해턴 거리를 지나는 택시들. 픽사베이

‘택시 기사와 구급차 운전사의 알츠하이머병 사망 비율이 미국 443개 직업 중에서 가장 낮았다.’

최근 미국 하버드 의대의 아누팜 제나 박사가 주도한 연구의 결과다. 제나 박사는 특정 직업의 이런 낮은 알츠하이머 사망률은 특정 직업이 해마의 활성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해마는 뇌의 변연계 안에 위치한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다. 뇌로 들어온 감각 정보를 단기간 저장하고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해마는 또한 ‘주변 환경과 자신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며,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기능을 한다.

제나 박사는 연구를 위해 미국의 사망 증명서를 분석했다. 이 증명서에는 사망한 사람의 직업과 사망 원인이 기록돼 있다.

분석 결과, 직업적 정보를 가지고 사망한 약 900만 명 중 3.88%는 알츠하이머로 사망 원인으로 적시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택시 기사의 경우 1.03%만이 알츠하이머로 사망했으며, 구급차 운전사의 경우 0.74%만이 알츠하이머으로 사망했다. 택시 기사와 구급차 운전사 모두 나이와 인종, 교육 등 기타 변수를 조정한 수치다.

택시 기사와 구급차 운전사는 왜 이렇게 알츠하이머로 인한 사망률이 낮을까? 혹시 운전이라는 특성이 알츠하이머 발병 및 사망률을 낮추는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제나 박사팀은 버스운전사의 알츠하이머 사망률을 살펴봤다. 버스 운전사의 알츠하이머 사망률은 전체 443개 직업 중 263위를 차지했다. ‘운전’이 알츠하이머 사망률을 낮춘 결정적 변수는 아니었다. 택시 운전과 버스 운전의 차이는 승객의 요구에 맞춰 즉시즉시 공간에 대한 이해를 하느냐, 아니면 정해진 노선에 따라 움직이느냐는 것이다. 이 둘은 해마 활성화에 큰 차이를 보인다.

제나 박사도 이런 통계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해마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는 해마 위축이 가속화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제나 박사도 성명을 통해 “저희 연구 결과는 택시 및 구급차 운전사들의 해마 등의 신경학적 변화가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낮은 이유일 수 있음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전 연구에서도 택시 기사와 해마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런던대학(UCL)의 엘리너 매과이어 박사가 이끈 연구가 그것이다. 매콰이어 박사 연구팀은 면허를 소지한 택시 기사의 해마가 비슷한 나이, 교육, 지능을 가진 다른 사람들보다 커졌음을 보여줬다. 매콰이어 박사팀은 그러나 택시 기사들이 몇년간 택시 영업을 하면서 해마가 커진 것인지, 아니면 이미 평균보다 큰 해마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런던 택시 기사는 공간 지식을 잘 알아야 했으며, 택시업을 할 때도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했다. 테스트도 엄격했다. 런던에서 5번째로 큰 철도 터미널인 런던 중심부 채링크로스 기차역 반경 6마일 내에 있는 약 2만5,000개 거리의 불규칙한 배치와 수천 개의 장소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몇 년 동안 채링크로스 기차역 주변 공간 지리를 암기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런던대학의 휴고 스피어스 박사는 “매콰이어 박사팀의 연구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며 “왜냐하면 이전에는 훈련이나 능숙도 또는 그와 비슷한 것이 알츠하이머와 관련됐다는 증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나 박사팀도 미국의 택시 기사나 구급차 운전사 모두 런던 택시 기사와 마찬가지로 공간 이해력이 높아야 하고, 그런 이해력을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존재라는 것을 중요시한다. 제나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직업이 알츠하이머로 인한 사망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인지활동이 알츠하이머를 잠재적으로 예방적일 수 있는지 고려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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