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안심'인 청년안심주택의 허울 [추적+]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구멍
공공임대 만들고 인센티브 받아
하지만 그 이후엔 공공 개입 못 해
보증금 반환 이뤄지지 않아도
민간임대주택과 다를 바 없어
기업형 임대주택 빈틈 없나
서울에서 집을 빌려야 하는 청년들은 너무 비싼 주거비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시달린다. 이런 걱정을 그나마 없애주는 건 청년안심주택과 같은 '공공公共'의 주택들이다. 하지만 청년안심주택도 무작정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더스쿠프가 '안심' 없는 청년안심주택의 민낯을 취재했다.
공공公共이라는 이름엔 신뢰가 얹혀 있다. 개인이 임대하는 일반 민간임대주택보다 공공임대주택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보증금 문제로 집주인과 다툴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 임대료가 시세보다 저렴하고 대출이 더 쉬울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이런 믿음의 근거는 실체가 없을 수도 있다. '공공지원민간임대'란 이름으로 청년 등에게 공급하는 주택의 얄팍한 사업 구조 때문이다. 이 구조를 살펴보려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 이야기부터 꺼내야 한다.
'청년안심주택'의 사업 구조는 민간업체가 지하철역 주변에 만든 공동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 공급하는 거다. 관리비도 기존 역세권임대주택보다 10%포인트 인하해 싼값을 책정하도록 했다. [※참고: 원래 명칭은 '역세권청년임대주택'으로, 2023년에 변경했다.]
청년안심주택의 유형은 두가지다. 하나는 시세의 85% 수준으로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 다른 하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민간임대주택은 운영사가 소유한 주택으로 임차인과 운영사가 직접 계약한다. 공공임대주택은 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이 매입해 직접 공공기관과 임차인이 계약한다.
민간 시행사와 건설사는 청년안심주택이란 이름으로 시세보다 싸게 임대·공급하는 대신 용적률을 더 많이 받는 등의 혜택을 누려왔다. 가령,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청년안심주택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원래 이 지역의 기준 용적률은 최대 200%이지만 청년안심주택엔 400%를 적용한다. 여기에 공공임대를 15%를 넣으면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가능하고, 이런 방식으로 500%까지 용적률을 완화할 수 있다. 원래 건설 사업에서 종상향을 허가받는 건 까다로운 일이지만 특별히 혜택을 준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안심주택의 공익성을 높게 평가한 결과다.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년안심주택이 '안심'이란 타이틀을 전적으로 신뢰할 만큼 안정적인 건 아니다. 시행사의 상황에 따라 공공지원민간임대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때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올 초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청년안심주택에서는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6가구가 총 2억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 민간임대주택은 운영사와 임차인이 직접 계약한다.
당시 서울시는 임차인들에게 "운영사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라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대신 임차권등기신청 등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임차인은 "입주 전부터 문제가 많았던 현장이었는데 결국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일단 이 현장은 완공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 청년안심주택을 만든 A시행사가 2022년에 시공사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그해 현장이 가압류됐고, 입주가 한달가량 늦춰졌다. A시행사의 경영난은 이곳에 입주하는 임차인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대출을 받는 것도, 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불안했던 시작은 '보증금 반환 불가'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문제는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다"는 A시행사가 청년안심주택으로 개발할 예정인 사업지 5곳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현장은 신탁 방식으로 토지를 관리하고 있다. 신탁사에 넘어간 재산의 법적 권리는 수탁자(신탁사)가 갖고 있다. A시행사가 빚을 지더라도 채권자가 신탁사로 넘어간 재산을 압류할 수 없다는 거다.
이건 쌍문동 보증금 미반환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A시행사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은 시행사가 보유한 재산과 관련해 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다. 임차인들이 지난 2월 A시행사를 상대로 임차권등기를 제출하고 보증금 반환소송을 걸었는데도 곧바로 돈을 돌려받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탁으로 넘어간 재산은 채권자들이 건드릴 수 없다"며 "보증금 반환 소송이 걸리더라도 해당 토지는 보증금 반환의 담보로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참고: 임차인 6가구는 총 2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분할해서 돌려받고 있다. 지난 2월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결과다. 언급했듯 A시행사의 토지는 담보로 사용하지 못했다.]
승소 여부를 떠나 쌍문동의 사례는 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사업지를 선정할 때 사업 주체에 채무 문제가 있거나 가압류된 재산이 있으면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허가 이후에 발생한 현장에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쌍문동 사례는 서울시의 해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에 있는 청년안심주택은 총 59곳(2024년 현재)이다. 그중 21곳은 등록임대사업자와 등록임대주택을 열람할 수 있는 '렌트홈'에서 보이지 않는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하는 주택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의무다. 그렇지 않은 주택은 의무는 아니다. 쌍문동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 또 생길 수 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년안심주택의 사업 허가를 내준 후에도 '까다로운 운영방침'을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안심주택 사업체에 인센티브 등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지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청년안심주택은 이름처럼 안전한 주택이 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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