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계엄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정치 개혁 나서야” [세계초대석]
尹 탄핵 후폭풍으로 민생 불안 가중
여야, 국민 앞에 반성… 정쟁 멈춰야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정운영 시스템 한순간에 무너져
한 표라도 더 얻는 쪽에서 권력 독점
현행 소선거구제, 양당 정치 고착화
분권형 개헌 통해 단임제 한계 극복
4년 중임 허용… 책임정치 실현해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국정운영 시스템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수의 공직자, 군인, 정치인이 내란에 동조한 것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이 이러한 비상식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참모나 내각의 총리, 국무위원들이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자질이 부족해 국민이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체제의 문제다.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지위가 문제다.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참모들이 내각이나 다른 선출직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것도 그렇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필요했고 다행스러운 일로 본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과는 사안 자체가 다르다. 헌재는 2004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직무 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파면해야 한다면 법익 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탄핵 결정 기준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입건돼 피의자 신분이 됐고, 검찰 중간 수사 결과에서 범죄 공모 혐의가 파악돼 탄핵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사퇴와 탄핵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전제된 상황이었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안 역시 사안의 엄중함과 대통령의 의도가 너무 위헌적이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으로 참가한 입장에서 헌재의 탄핵 인용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이제부터 정치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비상계엄과 탄핵안 가결 후폭풍으로 국민 부담과 경제·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정국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중심은 민생 정책이 돼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여·야·정 국정협의체 제안을 일거에 거절한 여당의 태도는 옳지 않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불과 두 달 내 대선이 치러져 양극단으로 치달은 정치권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상처받고 자긍심에 손상을 입은 국민 앞에서 반성하고, 정쟁을 멈춰야 한다.”
―선거·정치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양극화된 정치 대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선거제 개편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이다. 이는 그만큼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다는 것이고, 정권을 잡았으니 뭐든 해도 된다는 접근은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5년간의 집권 기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중심의 국정운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권한을 남용하여 군림하고 통치하는 데 치중하기 때문이다. 통치자의 의지나 정치적 고려 때문에 국정운영이 좌지우지될 수 없도록 개헌 등을 통한 정치개혁의 제도적 완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1987년 개헌은 삼권분립의 헌정체제를 정립했으나 대통령과 국회 권한의 불균형과 5년 단임제의 한계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이 같은 정치체제의 폐해를 절감한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9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총리직 등 대연정을 제안했다. 대연정을 무산시킨 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한 박 전 대통령의 거부도 있겠지만 노 전 대통령 지지세력의 반발도 컸다.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작금의 계엄·탄핵 사태를 초래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최소화하려면 국무총리 권한 강화, 인사권 축소, 감사위원 국회 선출 및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총리 복수추천권, 장관 임명동의권 등 분권·견제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 표라도 더 얻는 쪽이 권력을 독점하는 현행 소선거구제 위주의 선거제 역시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구조와 소수 정치세력의 배제, 지역 구도가 강한 곳의 특정 정당 후보 당선 등 갈등을 고착화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대안으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등이 거론된다. 위원장이 가장 선호하는 개헌 방향은.

“일단 우원식 국회의장 등 역대 국회의장들이 꼭 개헌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만큼 개헌 논의가 오랫동안 상당 부분 진행됐다. 체감상 여야가 동의하는 부분이 70%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개헌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도정자문위원장 위촉식 이후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대한 정치적 후원 등과 관련해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는 한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승리가 있었다. 그동안 늘 정치개혁을 하고 싶었고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고 자부한다. 노 전 대통령의 바람처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대화와 협치가 가능한 정치를 실현하고 싶다.”
●1962년 전남 목포 ●고려대 법대 ●사법연수원 19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19·20·21대 국회의원(경기 안산시 상록구갑) ●21대 국회 정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행정안전부 장관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
대담=송민섭 사회2부장, 정리=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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