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여당·용산 제치고 거부권 보류..국정협의체 기대 때문
與 "정부 자체결정"..용산 "현안보고만"
배경은 여야정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기대
"거부권 기한 21일 전에 꾸려지면 바람직"
특히 내란·김건희 특검법 처리 부담 커

[파이낸셜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건 법률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 결정을 미뤘다. 이는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자체판단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애초 17일 국무회의에서 양곡법 등에 대한 재의요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국민의힘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는데 재의요구가 가능한 기한이 21일까지로 차기 국무회의 개최 전이라서다.
그러나 한 대행은 거부권 행사를 미뤘고, 같은 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취재진 앞에 나서 “19일이나 20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6개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 실장은 ‘국가재정 영향’과 ‘경제시스템 왜곡’ 정도를 고려한 각 소관부처 검토 결과를 가지고 19~20일 사이에 결론을 내겠다는 설명을 내놨다. 정부 차원에서 숙의가 필요하다는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우리 당은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이후 정부에 달리 입장을 전한 바가 없다”며 “재의요구를 미루기로 한 건 여당이 아닌 정부가 좀 더 숙의해보겠다며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도 한 대행에게 실무적으로 필요한 현안보고만 했을 뿐 거부권 행사 여부를 비롯한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는 없다는 전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한 대행은 대통령실로부터 어떤 현안이 있는지 정도의 보고만 받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눈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정부가 여당과 대통령실을 제치고 자체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보류한 건,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는 국정안정협의체를 꾸릴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당 주도로 넘겨진 법안들에 섣불리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정협의체 구성이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가장 좋은 건 국정협의체가 꾸려져서 법안들이 충분히 논의되는 것”이라며 “6개 법안들은 공포하거나 재의요구를 할 수 있는 기한이 21일이라 그 전에 협의체가 꾸려지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정협의체 구성을 바라는 배경에는 17일 정부로 이송된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진상규명과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에 대한 특별검사법안 2건이 있다. 정국의 화두인 사건들을 다루는 특검법들인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 정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특검법들을 두고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하지만 정부의 가장 큰 기준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가의 미래”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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