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 전세대출이 약 아닌 '독'?…"지원 줄여야" 예상 밖 결과

조성준 기자 2024. 12.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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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대출이 오히려 주거 안정성은 물론 삶의 질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는 "공급이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손쉬운 부채 조달은 전세 거주를 부추겼고 이는 가격 상승과 그로 인한 대출량 확대, 주거비용 과소비로 이어졌다"며 "전세가의 장기적 상승은 재정적 지원을 통한 서민의 주거 안정성 확보라는 전세대출 제도의 최초 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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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9일 서울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월세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전세자금대출이 오히려 주거 안정성은 물론 삶의 질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요자들은 전세대출로 인해 소득대비 주거비를 과다 지출하고 있으며, 대출로 인해 시장 전체가 부양돼 전세·매매가가 모두 상승했다는 지적이다. 연구는 전세대출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원이 발간한 '부동산분석'에 이같은 내용의 '전세자금대출이 임차가구 주택수요에 미치는 영향' 논문(우진 한양대 도시공학과 연구원,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공동저술)이 게재됐다.

우 연구원은 임대사업자가 전세 임차를 활용해 자본차익을 추구할 수 있게 하고,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투기적인 행태도 취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는 전세가 상승기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재정 지원책으로 저리의 전세대출 제도를 활용했다. 금리 인하, 임차보증금 한도의 상향을 넘어 지원대상이 확대됐고 최근에는 신혼부부와 청년에 대한 지원도 이뤄졌다.

논문에 따르면 전세대출 이용 가구는 2021년까지 증가하다가 2022년 들어 소폭 감소했다. 특히 전세가가 급등한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23조원 규모였던 대출량은 2021년 말 기준 180조원까지 급증했다.

전세대출 이용 가구의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30대가 30% 이상으로 가장 크며 40대와 50대가 뒤를 잇는다. 또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파트가 약 50% 내외로 가장 많다.

전세대출 이용가구 중 절반은 주택 유형을 바꿨다. 예컨대 빌라에 거주하던 임차인이 기존 임차 계약이 끝나면 대출을 더 일으켜 아파트로 주거지를 옮겼다.

우 연구원은 "전세대출의 이용은 전세 거주로의 양적인 수요 증대뿐만 아니라 질적인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의 소득·자산과는 별개로 전세대출만으로도 주택소비 규모가 커지는 현상도 확인됐다. 부모·친지의 지원, 소득과 자산으로 인한 수요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전세대출을 받음으로 인해 임차 가구의 전세 수요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우 연구원은 "전세대출의 수요증가는 애초 제도의 목적과 달리 서민의 주거소비 규모를 늘리고 이로 인해 전세가와 매매가까지 상승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전세대출이 재정적 지원의 성격으로 제공돼 상대적으로 부채 조달이 쉬워졌고 이는 임차인의 지불 능력 향상과 수요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공급이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손쉬운 부채 조달은 전세 거주를 부추겼고 이는 가격 상승과 그로 인한 대출량 확대, 주거비용 과소비로 이어졌다"며 "전세가의 장기적 상승은 재정적 지원을 통한 서민의 주거 안정성 확보라는 전세대출 제도의 최초 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전세대출 제도의 축소와 전세금의 제도권 금융화도 주장했다. 우 연구원은 "현재 도시가 축소하고 국가도 저성장하는 시대인만큼 전세 시장도 축소할 수 있다"며 "전세대출 등 관련 지원 정책을 축소해 향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비제도권 부채에 해당하는 전세금을 제도권의 영역으로 흡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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