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동물원] “하마터면 하마밥 될뻔...” 지옥 문턱까지 다녀온 사자의 굴욕
질주 하며 사파리 차량 향해 입 쩍 벌리고 공격도
초식동물로 알려졌지만, 다른 짐승 사냥해 잡아먹는다는 목격담 속출

케냐 마사이마라·탄자니아 세렝게티·잠비아 사우스루앙과 등 내로라하는 아프리카 사파리 국립공원에 가면 통념을 깨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사자·하이에나·코끼리·물소 등 괴수들의 터전으로 탐험을 떠나는 차량이 생각보다 너무 허술하다는 거예요. 탄탄한 방탄유리도 쇠창살도 없습니다. 심지어 덮개도 없는 차량이 부지기수예요. 이런 차에 아프리카가 처음인 사파리 손님들을 싣고 육식·초식짐승들의 코앞까지 가요. 그만큼 사파리 가이드들의 주변 상황 판단 능력과 운전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할 거예요. 그렇다면 베테랑 사파리가이드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짐승은 무엇일까요? 열에 아홉은 아마도 이 짐승을 꼽을 겁니다. 어떤 놈인지 우선 동영상으로 확인하실까요?
야생사진가 겸 사파리가이드 르쿠피에 도미닉(Lekupie Dominic)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짧은 영상입니다. 하마를 저녁식사거리쯤으로 생각했던 무개념 수사자들이 되려 하마밥이 될 뻔했습니다. 1초만 늦었어도 수사자 머리통은 와드득 으깨지면서 하마 송곳니로 피가 줄줄 흘렀을지도 모릅니다. 사자는 이미 저항과정에서 치명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아 온전히 살아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기도 해요. 이렇게 하마들이 우글대는 곳을 다녀야하는 사파리차량 운전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중에는 후진 운전실력도 포함돼있습니다. 앞으로 뿐 아니라 뒤로도 고속으로 질주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죠. 왜 고속후진실력이 중요한지 보여주는 동영상도 같이 보실까요?
남아프리카 크루거국립공원 전문 매체인 레이티스트 사이팅스(Latest Sighting) 페이스북에 올라온 장면입니다. 남아프리카 맨요니 자연보호구역에서 사파리를 즐기던 캐서린 길슨이라는 관광객이 촬영한 동영상인데요. 대자연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떠나간 사파리 여행길이 황천길이 자칫 될뻔했어요. 늪에서 멀찍이 떨어진 찻길에 하마가 떡하니 나와있을 거라고 누가 예측했겠습니까? 운전사 겸 가이드인 샌디소의 판단이 정말 빨랐습니다. 후진 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밟는게 1초만 늦었더라도, 쩍 벌린 하마 입속으로 차체가 빨려들어갔을 겁니다. 한번의 공격으로 차를 전복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사람들은 튕겨나가고 나뒹굴었을테죠. 이들에게 하마가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모릅니다. 이날 상황을 겪은 사람들에게 한동안 하마라는 존재 자체가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아있을지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은 “하마터면 하마밥 될뻔했다”며 웃음으로 털어내려 하겠지만 말이죠.

하마밥? 하마는 엄연한 초식동물인데 어떻게 하마밥이 될 수 있겠느냐며 나무라실법도 합니다. 과장된 표현일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하마가 초식동물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하마는 오랫동안 성질은 포악해도 기본적으로 물에서 풀을 뜯고 사는 ‘베지터리언 괴수’정도로 여겨져왔죠. 하지만 최근 하마는 피와 살도 함께 탐하는 잡식괴수로 재정의되는 추세입니다. ‘잡식괴수’로 재분류되기전부터 일찍이 하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짐승으로 첫손에 꼽혔습니다. 엄청난 덩치와 파워, 거기에 예측불가행동패턴에 포악함까지, 괴수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고르게 갖췄어요.

영국 BBC산하 야생관련 매체인 ‘와일드라이프’는 지난 9월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 10선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하마를 소개했어요. 하마에게 희생되는 사람 숫자는 연간 500명 규모로 사자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 숫자(22명)보다 23배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매체가 묘사한 하마의 습성은 간결해서 더욱 섬뜩합니다. 하마는 사납고 자기 영토를 지키려는 본능이 강한데다, 다 자란 수컷 기준으로 평균 1500㎏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배를 들이받아 전복시키는 습성까지 갖고 있다는 거죠.

BBC 사이언스 포커스 매거진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야생동물 치악력 순위에 따르면 하마의 치악력은 1800psi(제곱인치당 파운드)였어요. 세계 3대 괴물악어(나일악어·바다악어·미시시피악어)에 이은 당당 3위였고, 젖먹이짐승 중에서는 독보적 1위였어요. 재규어·회색곰·하이에나 등 ‘한 이빨’과 ‘한 턱’ 하는 괴수들을 멀찍이 제쳤죠. 이 무시무시한 턱힘으로 최장 75㎝까지 자라는 송곳니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입속으로 빨려들어가는순간 무엇이든 산산이 부서지고 말 것입니다.

하마는 이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괴수로 악명을 떨쳤지만, 그럼에도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덜 했던 까닭이 있습니다. 첫째,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특유의 동글동글하고 토실토실한 모습이 부각되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그려진 측면이 강합니다. 이런 이미지가 집약된 대표적인 사례가 지구촌 온라인 스타로 단박에 떠오른 태국 동물원의 새끼 피그미하마 ‘무뎅’이죠. 하지만, 같은 하마의 무리이긴 해도 피그미하마와 하마의 분류학적 차이는 사람과 침팬지·오랑우탄·고릴라보다 더 크다고 보는게 타당합니다. 피그미하마는 사실상 하마의 탈을 쓴 별개의 종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차이점이 두드러지거든요.

게다가 이들이 성질이 거칠더라도 기본적으로 풀을 뜯고 사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피와 살을 탐하는 육식 맹수에 대해 근원적으로 주는 공포감이 덜 한 면도 있습니다. 코끼리·코뿔소·기린 등 엄청난 파워와 덩치로 무장한 짐승들도 기본적으로 초식이기 때문에 덜 두려운 것처럼요. 그러나 하마의 경우 초식동물이라는 기본적인 명제 자체가 무너지고 있어요. 심지어 하마가 기본적으로 초식이지만 이따금씩 육식을 곁들이는 수준도 아니고 적극적인 사냥꾼이라는 정황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날이 갈수록 발달되어가는 촬영장비의 덕이기도 해요. 하마의 습성을 장시간 촬영·관찰하는 과정에서 여태껏 알지 못했던 습성이 포착됐거든요. 하마가 사는 강이나 호수를 건너던 임팔라나 누 같은 영양들이 하마 공격에 산채로 산산조각나는 경우 말입니다. 일부 하마 개체의 포악한 습성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일상화된 패턴이었습니다. 자신의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침범자는 누구든 죽일 기세로 덤벼든다는 점을 감안해도 하마의 살상은 생각보다 빈번했습니다.

실제로 최근들어 하마를 ‘잡식괴수’로 정의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됩니다. 포유동물을 전문으로 하는 학술지 ‘매멀 리뷰’ 등을 통해 더 이상 하마를 초식동물로 분류해선 안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당당한 포식자로 취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아무리 잡식이라고 해봤자, 하마의 주식은 물풀이고, 간혹 부족한 단백질은 악어 등에게 뜯기다 만 다른 초식동물 사체를 뜯으며 보충하는 정도인줄 알았지만 그 수준도 거뜬히 넘어섰다는 거예요.

하마는 그저 사체를 뜯어먹는 ‘스케빈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냥까지 해서 살과 피를 취하는 ‘헌터’라는 주장이 신빙성을 얻고 있습니다. 영양·누·얼룩말이 실제로 하마에게 사냥당해 잡아먹힌 사례로 제시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족을 포식하는 카니벌리즘 습성까지도 확인이 됐다는 거예요. 이런 하마의 맹수로서의 습성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사냥이 대개는 사람이 포착하기 어려운 밤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거죠. 우리는 악어보다 포악하고, 사자보다 강력하며, 표범보다 식탐이 강하고, 코끼리못지 않게 거대한 파워를 자랑하는 아프리카 맹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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