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버티기와 불확실성이란 장막 [관점+]

이윤찬 기자 2024. 12. 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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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
다시 열린 탄핵의 문 : 2부 1편
2024년 12‧3 계엄 충격과 공포 
대외 신인도 순식간에 무너져 
외국인 투자자 줄줄이 셀 코리아 
尹의 계엄이 초래한 위험요인들 
정치도 경제도 불확실성의 늪에
尹 변호인단 “내란죄 요건 안 돼”
불확실성의 늪서 나올 수 있을까
권력은 민심을 넘어설 수 없다. [사진 | 뉴시스]

# 김정'운' 김정'은'

2008년 9월 10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잠재적 변수가 느닷없이 터진 셈이었는데, 더 심각한 문제도 있었다. 김정일의 권력을 누가 이어받을지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다. 미 CIA 조차 후계자란 소문이 돌던 그의 셋째 아들 이름이 김정'운'인지 김정'은'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한반도가 순식간에 불확실성의 늪으로 빨려 들어갔다. 증시는 안갯속에 갇혔다. 예민해진 외국인 투자자는 줄줄이 발을 뺐다. 그날 하루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팔아치운 주식은 6024억원어치에 달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무서운 결과였다.

# 충격과 공포

그 이후 대한민국에선 수많은 변수가 꿈틀댔다. 잊을 만하면 북핵 위기가 터졌고, 대통령이 탄핵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의 날'들을 요약해 기록하면 다음과 같다.

· 2009년 5월 25일 2차 북핵위기
· 2013년 2월 12일 3차 북핵위기
· 2016년 1월 6일 4차 북핵위기
· 2016년 9월 9일 5차 북핵위기
· 2016년 12월 8일 박근혜 탄핵소추 가결
· 2017년 9월 3일 6차 북핵위기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문제의 날'에 주식을 던지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의 방아쇠를 당긴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날(2016년 10월 24일)에도 외국인은 순매수를 이어갔다. 글로벌 경기에 따라 외국인의 투심投心이 냉온탕을 오가긴 했지만, 그 어떤 변수도 대한민국의 펀더멘털과 대외 신인도를 흔들지 못했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충격과 공포의 그날은 달랐다.

# 상상 이상의 위험성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해제한 그날(4일), 외국인 투자자는 423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튿날(5일·-3385억원), 그다음 날(6일·-2492억원)에도 외국인은 '셀 코리아'를 시현했다. 12‧3 내란 사태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거다. 김정일 후계자의 이름이 '(김정)운'인지 '(김정)은'인지도 몰랐던 2008년 9월 그때처럼 말이다.

그 심각함은 외신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윤석열의 계엄령은 한국의 군사독재에 뿌리를 두고 있고, 민관 관계라는 시스템 자체에도 결함(systemic flaws)이 있다(미 포린폴리시·12월 6일)." "이번 친위 쿠데타는 한국을 몇시간 동안 40여년 전 독재시대의 악몽 속으로 되돌려 버렸다(프랑스 르몽드·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멈춰선 폭주기관차

12‧3 사태 후 정국은 질서를 잃었다. 야권이 발의한 '윤석열 1차 탄핵안(7일)'은 부결됐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결과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가 주창한 '질서 있는 퇴진'도 허상虛想으로 끝났다. 2선 후퇴를 거부한 대통령은 되레 섬뜩한 담화문을 내놓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자극했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2차 탄핵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 건(14일) 극단으로 향하던 폭주기관차를 멈춰세웠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세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탄핵안 가결이 끓어오르는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누가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을 없앴다(미 월스트리트저널·WSJ)."

# 불확실성의 시대

그렇다면 우린 '탄핵안 가결'을 기점으로 불확실성이란 장막을 걷어낼 수 있을까. 글쎄, 확신할 수 없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깊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 윤석열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버티기에 돌입했다.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인데, 내란이란 엉뚱한 누명을 뒤집어썼다는 투다.

[※참고: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17일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당당하게 소신껏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구성에 관여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 입장에서 법률적 개념으로서의 내란죄는 일고의 고민도 하지 않는다"면서 "내란죄 성립 요건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이상하다. 온종일 '국민 밖'에서 정치적 주판알만 튕긴다. 명백한 퇴행이지만 그들만 모른다. 여기에 '이재명 사법리스크'란 요란한 변수까지 곳곳에 깔려 있다.

경제라도 좋으면 다행이건만 그렇지 않다. 꽁꽁 얼어붙은 내수는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다. 내수 소비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은 한풀 꺾였다. 올 8월까지 10%를 웃돌던 수출 증가율은 11월 1.4%로 쪼그라들었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이라던 1400원이 붕괴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무장한 트럼프 2기 정부를 '리더' 없이 만나야 한다는 건 그 자체로 불편한 변수다.

[사진 | 뉴시스]

쓸데 없는 비관론이 아니다. 외신은 이미 대한민국을 향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비상계엄 선포가 촉발한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논평을 남겼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겼다. 한국 경제는 성장 둔화와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로 수출 피해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 우리가 찾아야 할 길

12‧3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엔 이전보다 더 짙은 어둠이 깔렸다. '탄핵'이란 법적 시스템이 가동했지만 우린 당분간 대통령이 몰고 온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할지 모른다. 그만큼 위험요인도, 변수도 숱하다. 지금 우린 어디에서 길을 찾아야 할까.

더스쿠프가 628호에서 12·3 내란 사태 후 어둠에 갇힌 대한민국을 분석했다. 1편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과 행보를 탐색했다. 2편에선 원‧달러 환율의 추이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또다른 아티클에선 탄핵 정국 속 청년과 시장의 민심을 들여다봤다. '탄핵 가결 後 : 걷히지 않은 장막' 첫장을 연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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