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햄스터의 ‘동종포식’ 왜 일어날까…반려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과 댕기자의 애피랩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요즘은 개나 고양이 이외에도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햄스터는 작은 몸집 덕에 사육 공간도 많이 필요치 않고, 귀여워서 호감이 가요. 그런데 햄스터가 새끼를 낳으면 잡아먹는다는 무서운 이야길 들은 적이 있어요. 정말 햄스터는 동족을 죽이나요, 왜 그런 건가요?
A. 혹시 어린이 애니메이션 ‘방가방가 햄토리’를 아시나요. 주인공 ‘햄토리’는 호기심 많고 활달한 성격에 귀여운 모습으로, 반려인 ‘유나’는 햄토리를 끔찍이 아끼는 모습으로 등장하죠. 이처럼 햄스터는 비록 작지만 반려인과 상호작용도 가능해 많은 반려인의 사랑을 받는 동물입니다.
햄스터라는 이름의 유래 또한 이들의 귀여운 습성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독일어의 ‘저장하다’(Hamstra)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주요합니다. 햄스터는 뺨주머니(볼주머니)를 사용해 먹이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러한 특징이 이름에 반영된 것이란 주장이죠. 잡식성으로 씨앗, 과일, 식물들을 먹 종종 땅에 있는 곤충들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다른 설치류와 마찬가지로 시력이 좋지 않았지만 후각과 청각이 발달했습니다. 자연 상태의 햄스터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로 의사소통하면서 새끼와의 소통, 돌봄, 번식, 위험 경고 등을 한다고 해요. 또 햄스터의 옆구리에는 특수한 향을 분비하는 취선(Scent gland)이 있는데, 이를 활용해 영역 표시를 하거나 의사소통을 하고 배우자나 새끼를 구별해요. 물론 음식을 비축한 장소를 다시 찾는 데에도 후각을 활용하고요.
우리나라에서 햄스터가 반려동물로 널리 키워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저도 반려경험이 있는데요, 어렸을 때 회색 햄스터 한 쌍을 키웠고 새끼까지 태어났습니다. 어린 마음에 꼬물거리는 햄스터 가족이 신기하고 대견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보고 만지기까지 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뒤 새끼 햄스터들이 모두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햄스터가 새끼를 물어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어린 시절의 그 충격은 여전히 잊을 수가 없는데요, 사람으로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걸까요. 먼저 야생 햄스터의 습성부터 알아야 합니다. 자연 상태의 햄스터는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되면서 햄스터들은 불가피하게 많은 시간을 사육장 안에서 보내게 되었죠. 사육장 안에서의 활동을 늘려줄 수 있는 터널이나 회전바퀴 등을 설치해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야생에서보다는 운동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사육하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과밀한 사육환경에서 자라는 햄스터들은 만성 스트레스에 취약지게 됩니다. 이는 햄스터들에게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서로 심하게 싸우는 상황을 만들어 서로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이 극심해지면 햄스터들이 새끼를 죽이거나 서로를 잡아먹는 동종포식(Cannibalism)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동종포식은 햄스터뿐만 아니라 여러 종의 동물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짝짓기를 마친 암컷 사마귀나 거미가 양분 보충을 위해 수컷을 잡아먹는 사례가 있죠. 이런 동종포식은 곤충뿐 아니라 침팬지·사자·북극곰 등의 포유류, 개구리·두꺼비 등 양서류, 갈매기·독수리 등의 조류, 어류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동종포식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자원 부족과 번식, 생존 전략 그리고 스트레스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입니다.
햄스터의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에 어려움을 겪거나 불가능해진 상황 탓일 겁니다. 예컨대, 돌볼 수 있는 새끼 개체 수 이상을 낳거나 약하게 태어나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경우 동종포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 어미가 새끼에게 묻혀놓은 취선 냄새가 사라지거나 새끼를 낳은 뒤 주변 환경이 너무 밝고 시끄럽다면 육아를 하기에 안전하지 못한 곳이라 판단해 새끼를 죽이기도 합니다. 과밀집 또한 동종포식의 주된 요인입니다. 교미 뒤에도 수컷이 계속 암컷과 살게 되거나 태어난지 21일이 지난 새끼가 성 성숙이 이뤄진 뒤에도 여전히 어미와 같이 지내게 되면 스트레스로 인한 동종포식이 일어납니다.
이렇듯 햄스터의 동종포식은 여러 요건과 스트레스가 결합해 나타나는 생존 본능이라고 봐야할 거 같습니다. 다만 특정 먹이나 영양소가 부족해도 동종포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프랑스 북동부의 한 옥수수밭에서는 야생 햄스터들이 새끼를 잡아먹는 포식 행위가 빈번히 일어난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이런 일은 다른 지역의 야생 햄스터들에게는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었는데요, 과학자들은 여러 고심 끝에 옥수수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햄스터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밀을, 다른 한 그룹에는 옥수수만을 급여했습니다. 지렁이와 토끼풀은 두 그룹의 햄스터 모두에게 급여하면서 번식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보통 햄스터는 6~12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는데, 두 그룹 간의 출산율에 차이는 없었습니다. 다만 밀을 급여한 그룹은 새끼 80%가 젖을 떼고 무사히 자라났지만, 옥수수를 먹은 햄스터의 새끼들은 고작 5%만 생존했으며 동종포식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옥수수를 먹은 햄스터들이 옥수수 더미에 살아있는 새끼를 파 묻어놓고는 먹을 것으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이어진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옥수수만 먹은 햄스터들에게 비타민 비(B)3을 보충해주고 출산을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동종포식 행위가 멈추고 새끼들도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옥수수만 먹은 햄스터들은 비타민 비3 부족 현상으로 인해 새끼를 희생시켰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는 특정 영양소의 결핍만으로도 햄스터들이 생존을 위해 동종포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입니다.
이러한 햄스터의 동종포식 행동과 먹이 연구는 결국 농업에서 단일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그 지역의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는데요, 이 연구로 말미암아 2011년 유럽 사법 재판소는 프랑스가 햄스터의 생태계를 잘 보호하지 못할 경우, 2500만 달러(3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햄스터는 마트나 펫숍에서 쉽게 분양이 가능하고, 키우기 쉽다는 인식 때문인지 많이 키워지고 유기되는 일이 잦습니다. 몸집이 작다 보니 동물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작고 귀여운 햄스터지만 엄연히 그들만의 생태계와 문화가 존재한다는 걸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앞으로 햄스터를 반려하실 생각이 있다면, 햄스터가 스트레스에 유난히 취약하고 사육 환경에 민감하다는 사실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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