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데이비스, 실패하면 오그레디 아닙니까...플로리얼, '대전의 봄' 넘어 한화를 신구장 가을야구로 이끌까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30홈런-30도루도 가능한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했다. 하지만 약점도 뚜렷하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27)은 '제2의 데이비스'가 될까, 아니면 실패한 외국인 타자의 대명사가 돼버린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전철을 밟을까.
한화는 지난 13일 새로운 외국인 선수 2명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우완 투수 코디 폰세(30)는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외야수 플로리얼은 총액 85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의 조건에 각각 사인했다.
지난달 24일 라이언 와이스와 최대 95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한화는 폰세와 플로리얼의 영입으로 2025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몸값은 폰세가 더 높지만, 팬들은 플로리얼의 한화행에 주목했다. 뉴욕 양키스 시절 팀 내 유망주 1위까지 차지했던 화려한 경력과 한화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호타준족 중견수'라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플로리얼은 1997년생으로 키 185cm, 체중 88kg의 탄탄한 체격조건을 갖춘 우투좌타 외야수다. 2015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그는 일찌감치 최고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19시즌을 앞두고 매긴 유망주 순위에서 MLB파이프라인, 베이스볼아메리카, 팬그래프가 모두 플로리얼을 양키스팀 내 유망주 1위로 뽑았다.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파워, 중견수로서 넓은 수비 범위와 강력한 어깨를 갖춘 플로리얼은 '5툴 플레이어'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플로리얼의 뛰어난 재능은 빅리그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2020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그는 양키스에서 4시즌 동안 48경기 타율 0.209(115타수 24안타) 1홈런 11타점 6도루 OPS 0.60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소속으로 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173(98타수 17안타) 3홈런 11타점 2도루 OPS 0.631의 성적을 거뒀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84경기 타율 0.192 4홈런 22타점 8도루 OPS 0.62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달랐다. 통산 745경기 타율 0.265 111홈런 415타점 172도루 OPS 0.808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2023년) 트리플A에서는 101경기 타율 0.284 28홈런 79타점 25도루 OPS 0.945를 기록,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펄펄 날았다.
한화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플로리얼이 '제2의 데이비스'가 되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6시즌(1999~2002, 2004~2006) 동안 뛰며 통산 836경기 타율 0.313 167홈런 591타점 108도루 OPS 0.916의 화려한 성적을 남긴 데이비스는 한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로 꼽힌다. 데뷔 첫해(1999년) 30홈런-35도루를 기록하며 30-30클럽에 가입했고, 이듬해에도 20-20클럽(22홈런-21도루)에 가입하며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다. 2004년(19홈런)을 제외한 5시즌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이글스 역사상 4번째로 많이 베이스를 훔쳤다(공동 4위 송지만).
플로리얼은 올 시즌은 메이저리그를 오가며 트리플A서 64경기 타율 0.213, OPS 0.691로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482타석)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타석(231타석)을 소화하고도 9홈런 30타점 22도루로 파워와 스피드만큼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트리플A에서 최근 3년 연속 20도루(39-25-22)를 기록한 빠른 발, 상대적으로 투고타저인 인터내셔널리그(트리플A)서 지난해 리그 홈런 6위, 장타율(0.565) 3위를 기록했던 한 방 능력을 KBO리그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제2의 데이비스'를 기대해 볼만하다.
다만 단점도 뚜렷하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삼진이 많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약점이 영향을 미쳤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플로리얼은 최근 3시즌 트리플A서 타석당 삼진비율(K%) 30.3%를 기록했는데, 이는 해당 기간 인터내셔널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한다. 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 비율(SwStr%)은 15.4%로 리그 4위(1,000타석 이상 기준)를 기록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플로리얼은 지난 2시즌 스윙 대비 헛스윙 비율(Whiff%) 36.4%를 기록했다. 리그 수준은 다르지만, 올 시즌 KBO리그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Whiff%이 가장 높은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이 32.4%(스탯티즈 기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플로리얼의 정확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체감할 수 있다. 특히 변화구를 상대할 때 Whiff% 46.3%를 기록했는데, 거의 스윙 2번 중 1번은 헛스윙이었다는 의미다.
플로리얼의 뛰어난 파워, 아쉬운 컨택 능력과 높은 삼진 비율을 보면 2023년 한화에서 뛰었던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떠오른다. 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는 62경기 타율 0.184 4홈런 12타점 OPS 0.671로 플로리얼과 비슷한 성적을 거뒀고, 마이너리그 통산 91홈런 95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 외야수였다.
트리플A 통산 타율(0.284)과 OPS(0.913), 그리고 타석당 홈런 비율(5.2%) 등 정확도와 홈런 생산 능력에서는 오그레디가 플로리얼(타석당 홈런 비율 4.2%)보다 조금씩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빅리그 통산 타석당 볼넷 비율(BB%)은 오그레디가 10.5%, 플로리얼이 10.6%로 거의 비슷했고, K%는 오그레디(30.7%)가 플로리얼(33.3%)보다 오히려 낮았다. 트리플A 성적을 보면오그레디(BB% 10.1%, K% 26.6%)에 비해 플로리얼(BB% 12.5%, K% 30.5%) 더 많은 볼넷을 골랐지만, 삼진도 더 많았다.
2022년 일본 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한 시즌을 보낸 오그레디는 123경기 타율 0.213 15홈런 46타점 OPS 0.696의 성적을 기록하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투고타저인 NPB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리며 파워를 증명했지만, 양대 리그 규정 타석 타자 가운데 타율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정확도가 문제였다.
한화는 2023시즌을 앞두고 총액 90만 달러에 오그레디를 영입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파워'를 보여주기에는 정확도가 너무 부족했다. 결국 오그레디는 22경기서 단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채 타율 0.125(80타수 10안타) 8타점 OPS 0.337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당했다. 마이크 터크먼이라는 검증된 자원 대신 선택했던 거포 외국인 타자의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화는 그해 팀 중견수 타율(0.241)과 장타율(0.312) 최하위, OPS 9위(0.627)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한화는 올 시즌 요나단 페라자가 122경기 타율 0.275 24홈런 70타점 OPS 0.850으로 나쁘지 않은 공격력을 선보였으나 전반기 활약에 비해 후반기 부진이 아쉬웠다. 페라자의 방망이가 뜨겁게 타올랐던 시즌 초반 한화는 리그 1위를 질주하기도 했지만, 그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팀의 상승세도 함께 꺾였다. 봄의 기세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한화는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정들었던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뒤로 하고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에서 2025시즌 새롭게 출발하는 한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을야구가 간절하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한화는 선발투수 엄상백(4년 78억 원)과 심우준(4년 50억 원) 등 외부 FA 영입에 128억 원을 쏟아부으며 포스트시즌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와이스-폰세-류현진-문동주-엄상백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과 올 시즌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불펜은 비교적 탄탄하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존재한다. 플로리얼은 외야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는 동시에 화끈한 타격으로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폭발시켜야 한다. 과연 플로리얼이 '양키스 유망주 1위' 출신 호타준족 잠재력을 터뜨려 '레전드' 데이비스와 같은 활약을 펼칠지, 아니면 약점에 발목이 잡혀 KBO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화 이글스 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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