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라는 프레이밍
[이슬기의 미다시 (미디어 다시 읽기)]
[미디어오늘 이슬기 프리랜서 기자]

야구에 '프레이밍'이라는 용어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이론에도 있지만 여기서는 야구 얘길 하겠다.) 포수가 투수의 공을 받을 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 위해 글러브를 움직이는 행위를 말한다. 속칭 '미트질'이라고도 한다. 올해부터 '로봇 심판'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가 스트라이크·볼 여부를 판정하는 KBO에서는 무용한 기술인가 싶지만, 여전히 공을 던지는 투수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유튜브 '짤'에는 누가 봐도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들어온 공을 힘껏 당겨 욱여넣는 포수들의 모습이 나와 폭소를 자아낸다.
40년 만에 다시 등장한 '계엄'으로 광장으로 뛰쳐나온 이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집회 현장에 K-팝과 응원봉이 등장한 것을 두고 '새로운 집회 문화'라며 MZ세대가 광장을 바꿨다는 분석들이 주를 이뤘다. 기사에 등장한 취재원 대부분이 여성으로 추정되는데도 여성 대신 'MZ' 또는 '청년층'이라는 호명도 이어졌다.
지난 12일부터는 이데일리, 경향신문을 필두로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7일 여의도 집회에 참여한 인원을 연령별, 성별로 추정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집회 참가 10명 중 3명이 2030 여성이라는 내용이었다. 반면 2030 남성은 전체 9% 수준이었다. 이들을 'MZ'라는 말로 한데 묶는 일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를 보여주는 '팩트체크'다.
데이터라는 이름의 팩트체크 이전에도, 집회를 추동하는 힘으로 '젊은 여성'을 지목하는 입과 보도는 있었다. 지난 12일 오전에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그랬다. 그는 정치의식과 실천력을 가진 '젊은 여성의 힘'을 한국 정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현정 앵커는 윤 전 장관의 '젊은 여성' 발언을 정리하면서 거듭 세 번을 '2030', '젊은이'로 맞받았다. 당시는 데이터 기반 기사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K-팝과 응원봉 문화를 향유하는 주된 주체가 젊은 여성이라는 것과 현장 취재로 체감 가능한 분위기 등을 상기하면 이는 '틀린 정리'다. 김 앵커가 평소 패널들 정보의 오류도 콕콕 집어낼 만큼 유능한 인터뷰어인데다, 윤 전 장관이 거듭 '젊은 여성'이라고 고쳐 말하는데도 '젊은이'로 뭉뚱그리는데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였다. 이쯤하면 의도된 무화라고 봐야 한다. 포수가 투수의 공을 잡아 스트존으로 욱여넣듯, '젊은이'라는 이름의 프레이밍이 절로 상기되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이어 '왜 MZ가 아닌 2030 여성인가'를 분석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당장 답을 내놔야 하는 언론이기에, 학문적 엄밀함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코멘트를 해줄 전문가 집단을 찾아나선다. BBC코리아는 지난 13일 <'탄핵 집회', 20대 여성 가장 많고 20대 남성은 가장 적었다 이유가…>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20대 성별 참여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보수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학생의 경우 일상적으로 형성돼있는 커뮤니티 문화가 적은 편”(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남성들은 20대 초반에 군대에 갔다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접속 단절이 발생해요”(서복경 더 가능연구소 대표) 등이다.

그러나 남초 커뮤니티를 통해 '페미 논란'과 '집게손' 프레임을 적극 끌어올려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전방위로 감행해 온 것이 젊은 남성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권 퇴진 집회 같은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커뮤니티 문화가 적다'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어도 '군대로 인한 온라인 커뮤니티 단절'이라는 진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진 몰라도, 경제성을 요하는 언론 지면에 언급하기엔 부차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당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윤석열 후보의 주요 지지층이 '이대남'이었고, 그들은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감각에 민감한 반면 사회 구조적 변혁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다는 것이 성글긴 해도 더욱 이해 가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다. '군대'로 표상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접근성 결여'라는 하드웨어적 진단에는 들 수 있는 반례가 너무 많다.

언론은 어쩔 수 없이 편집된 세계를 수용자에게 보여준다. 그것이 언론의 소명이고 특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 스트존을 살짝도 아니고 한참 벗어나는 볼을 '스트라이크'로 호명하거나, '타자의 어깨에서 무릎 사이'라는 스트존의 정의를 한참 벗어나는 설명을 하면 곤란하다.
사실은 곤란한 정도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별은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나 딥페이크 가해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듯 '메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프레이밍에는 더 이상 수용자가 참지 않는다. 무능인지 무화인지 적극 물을 것이다. ABS 시대에 포수의 글러브질이 투수의 기를 살리듯, 누군가의 기를 살리기 위한 '펜질'로 여겨질 공산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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