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대미흑자에 발목…현지투자 늘리고 미국산 수입 확대 나서야

김형욱 2024. 12. 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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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제다]
최대 리스크 '트럼프 2기'
韓, 미의 10대 무역적자국 중 하나
트럼프, 통상압력 우선 타깃 가능성
트럼프 취임전 인수위와 협상 시급
현지투자 확대 따른 일시적 흑자 어필
'美원유 수입 확대' 협상 지렛대 삼아야

[이데일리 김형욱 서대웅 하상렬 기자] “관세는 아름답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 등을 대상으로 잇따라 취임 후 관세 폭탄을 예고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관세 압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탄핵 정국에 따른 리더십 공백으로 트럼프 측과 접촉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내수 부진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리더십 공백에 무역수지 흑자가 불안 키워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무엇보다 올해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확실시되며 불안을 키우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미국의 무역적자 순서대로 통상 압력을 가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최근 한국의 정세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달 10일까지 510억달러(약 73조원·통관기준 잠정)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미 역대 최대인 지난해 연간 흑자 444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 실적이 확실시된다. 대미 흑자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흑자(437억달러) 규모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달러와 비교하면 3배가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대미 무역수지가 늘어나며 미국의 무역적자국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2021년까진 미국 10대 적자국에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2022년 9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 8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연간 기준 일본을 제치고 무역적자 7위에 올라설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을 전후해 관세 압박을 가한 나라는 중국과 베트남, 멕시코와 캐나다 등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국이다. 8번째인 한국은 그간 이 같은 압박에서 비켜 서 있었지만, 최근 대미 흑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세 본보기’ 될라…“상징적 대화채널 확보라도”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에 리더십이 부재한 탓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압박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배터리와 반도체 등 우리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투자를 확대한 점이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난 것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공격적인 통상 정책 1차 타깃이 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상징적으로라도 워싱턴과 대화채널을 확보하는 등 대행체제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흑자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무역수지를 낮추기 위한 대 미국 수입 확대 방안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현 대미 흑자 증가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와 보편관세 부과 후 물가 상승을 우려한 미국 내 소비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특히 트럼프 신정부가 적자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투자 인센티브를 줄인다면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대외적 행보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권한대행 체제인 점을 고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경제팀의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로드쇼를 진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와 접촉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미 수입 확대를 통해 대미 무역수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출범 직전인 2016년 대미 무역수지는 232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3년 연속 감소해 2019년에는 115억달러가 됐다.

구 교수는 “우리의 미국산 셰일오일·가스 수입액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트럼프 신정부와의 협상 때 이 수입량을 늘리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도 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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