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소비 회복 걸림돌 : 1인가구일까 주거비일까
탄핵 정국서 내수 살아날까 1편
한은 “과거 탄핵 땐 소비 일시적 둔화”
윤석열 정부에선 다른 방향성 띨 듯
소매판매 10분기 연속 감소
한은, 1인가구 저소비성향 지적
주거비지출 비중 20%가 문제
전세 기피 현상이 지출 비중 키워
빈틈 많은 전세사기 대응책 원인
# 12·3 비상계엄의 경제적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안정성은 줄었지만,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비가 다시 활성화할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은행은 15일 공개한 '비상계엄 이후 대응방향' 문건에서 "민간소비는 2004년, 2016년 탄핵안이 가결된 분기에 일시 둔화됐지만 이후 개선 흐름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 지금은 다르다. 윤석열 정부에서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지수는 10분기 연속 감소했다. 한은 등은 소비성향이 낮은 1인가구를 걸림돌로 보고 있는 듯하다. 사실일까. '탄핵 정국서 내수 살아날까' 1편에서 답을 찾아보자.
■ 누가 덜 소비하나=가구원 수로 따지면 1인 가구의 소비가 전체 평균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결혼이 특권이 돼버린 한국 사회에서 1인가구는 소비의 걸림돌처럼 인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BOK 이슈노트에서 "1인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이 낮고, 자산 규모가 작으며, 단순·임시직 비중이 높아 경제 형편이 취약하다"며 "1인가구의 소비성향은 팬데믹 이후 오히려 크게 하락해 국내 소비회복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한 신혼부부의 평균 소득이 1년 전보다 7.2% 증가한 6834만원, 전체 가구 평균소득이 6762만원이지만, 1인가구 평균소득은 3010만원에 불과했다(통계청). 1인가구는 대출 비중이 적은 만큼 자산 축적에서도 뒤처지는 모습이다. 가구 단위로 작성한 소득통계를 개인 단위로 변환한 균등화 순자산을 보면 1인가구 순자산은 1억600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2억8000만원에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1인가구의 경제적 취약성이 노령층 비중이 높아서는 아니다. 가구 수로 따지면 노령층 비중이 많지만, 세대별 1인가구 비중은 엇비슷하다. 70세 이상 인구의 1인가구 비중은 19.1%인데, 20대 인구의 1인가구 비중도 18.6%로 높다. 30대의 1인가구 비중은 17.3%로 60대와 같다. 문제는 1인가구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 월세가 문제=1인가구 증가율은 2017~2019년 연간 1% 미만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4년간 매년 1% 이상 증가해 지난해엔 전체 가구의 35.5%가 1인가구였다. 팬데믹 이후 1인가구의 특징은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 비율)이 크게 낮아진 점이다. 1인가구 평균소비성향은 0.78이었지만 팬데믹 이후 0.74로 가장 많이 줄었다.
왜 1인가구의 소비가 가장 많은 제약을 받았을까. 팬데믹 이후 주거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1인가구는 주거비 비중이 20.2%로 전체 가구 평균인 14.8%보다 크게 높았다. 집값 폭등으로 전세보증금은 2019년 798조원대에서 1058조원대로 급증했고, 올해 1~4월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58.0%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았다(국토부 주택통계).
앞으로가 더 문제다. 1인가구의 월세 비중은 42.3%로 전체 가구의 두배에 달한다. 자산 축적 시기인 20대의 월세 비중은 64.1%다. 그런데 월세 비중은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특별법 제정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피해자 구제 범위는 좁았으며, 처음부터 사기를 칠 목적(형법상 사기)을 피해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단순 계약 위반으로 처리하는 관례가 유지되면서 월세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특별법 시행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 사람은 2만2503명인데, 올해 1~11월에만 부동산 담보 대출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13만건에 달한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9703건으로 지난해 10만5614건보다도 많았다.
국토교통부의 선 긋기가 전세사기특별법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원희룡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사적인 권리관계에 국가 개입은 전세사기라는 매우 예외적인 대상에 대해서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안 돌려줘도 형법상 사기의 조건인 기망(상대를 속이려 한 의도)을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급을 보증한 전세보증금 규모가 전체의 12%인 120조원에 달하는데, 이를 사인간 거래로 축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부의 그림자는 1인가구의 미래 소비에도 짙게 드리워 있다. 1인가구의 소비를 활성화하려면, 소득을 높여주든지 소비를 줄여줘야 한다. 그런데 국토부가 지난 8월 '대기업 집주인'이라며 홍보한 '기업형 장기민간임대'는 월세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 이야기는 '탄핵 정국서 내수 살아날까' 2편에서 답을 찾아보자.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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