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사제 2’ 웃긴 건 좋다. 그러나…[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12.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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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극 ‘열혈사제 2’ 포스터. 사진 SBS



현재 SBS 금토극으로 방송 중인 ‘열혈사제 2’의 장르는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복합장르의 작품이 나타나는 안방극장에서 한 작품의 장르를 하나로 고정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열혈사제 2’의 경우는 이를 꼭 따져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열혈사제’는 세계관이 있고 앞으로 미래도 펼쳐질 ‘시리즈물’이기 때문이다.

같은 세계관과 설정에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리즈물에서는 그 균형이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보는 사람들이 그 세계가 실제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야 훨씬 받는 감흥의 크기가 크기 때문이다. 겉으로 볼 때는 말이 안 될 것 같은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들의 삶에 대중이 몰입하는 이유는 그들의 고민은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SBS 금토극 ‘열혈사제’ 9회 주요 장면. 사진 SBS 방송화면 캡쳐



‘열혈사제’는 2019년 SBS에서 방송된 이명우·박보람 연출, 박재범 작가 대본의 활극이다. 시즌 1이 전국 시청률에서 22%를 넘는 성과를 거뒀고, ‘특수부대 출신 신부가 당대의 악에게 거침없이 발차기를 날린다’는 설정이 통쾌했다. 거기에 신부 김해일(김남길) 옆에 비리검사 출신으로 개과천선한 박경선(이하늬), 동료 사망의 트라우마로 복지부동이 된 형사 구대영(김성균) 등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지금 방송 중인 두 번째 시즌은 먼저 ‘열혈사제’ 시리즈의 미덕 중 지나치게 한 가지만 가져다 쓰고 있다. 사회에 대한 고찰이나 통찰력있는 풍자와 이를 윤색하는 재미가 큰 두 가지의 요소라면 그중에 재미에만 천착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지나치게.

SBS 금토극 ‘열혈사제 2’ 한 장면. 사진 SBS



이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최근 전파를 탔다. 김해일과 구대영 그리고 부산에서 합류한 형사 구자영(김형서) 등이 할리우드 빌런으로 변장한 분장장면은 애교에 가깝다. 지난 6일 방송된 9회에서 김해일은 공격으로 쓰러졌고, 이 소식을 들은 경찰서장(허순미)은 자신이 식물 서장이 된 이유를 뮤지컬 형식으로 밝힌다.

극 중 중요한 인물이 중요한 설정을 설명하는 장면은 그 형식으로 난데없는 뮤지컬을 택해 시청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리고 서장은 다시 새로운 수사의지를 인형을 이용한 복화술로 전했다. 이 역시 내용보다는 그 전달형식이 뜬금없던 상황이다.

SBS 금토극 ‘열혈사제 2’ 한 장면. 사진 SBS



굳이 이러한 예를 찾지 않더라도 극의 주인공이 되는 일련의 무리 즉 ‘구벤져스’는 시도 때도 없이 분장쇼를 펼친다. 빌런들이 됐다가, ‘파묘’의 주인공이 되고, ‘푸바오’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이 역시 마찬가지다. 의도는 알겠지만, 그 톤이 선을 넘는다.

‘열혈사제’ 첫 시즌에도 코믹한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영화, 드라마 패러디와 주옥같은 명대사가 나왔고 분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 재미에 반대에 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굳건했다. 가상의 도시 구담시를 배경으로 정치와 경찰, 검찰, 종교 등 우리를 둘러싼 이들이 사실은 부정하게 결탁했고 시민의 삶을 정교하게 조종하고 있다는 ‘블랙 코미디’를 전했다.

SBS 금토극 ‘열혈사제 2’ 한 장면. 사진 SBS



이 과정에서 빌런들은 집요했고, 구차했으며 그랬기에 김해일 신부가 ‘사이다 응징’을 가할 때 카타르시스가 컸다. 하지만 ‘열혈사제 2’의 마약 에피소드에서 김홍식의 캐릭터는 사이코패스와 유아기 집착을 넘나들며 혼자 심오했고, 그 밑 부하들은 조폭 코미디의 조연으로 허비됐다.

과연 김해일 신부, 구벤져스가 무엇에 분노하는지 명확하지 않자 이들의 유머, 개그, 분장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무거운 주제 의식을 가볍게 녹여낸 전편의 미덕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더욱더 자극적인, 도대체 수사와 응징에 관련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과장된 개그만이 남았다.

SBS 금토극 ‘열혈사제 2’ 한 장면. 사진 SBS



물론 김남길을 비롯해 이하늬, 김성균, 김형서, 김원해, 고규필, 안창환 등의 호흡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찰떡이다. 배우들이나 제작진 역시 현장에서 나오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웃음이 나고, 재밌는 것과 이 같은 요소가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별개다. 전형적인 현장과 방송의 괴리가 낳는 아이러니다. 촬영 때는 재미있는데 시청자가 당황할 경우, 이 역시도 진짜 코믹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SBS 금토극 ‘열혈사제 2’ 한 장면. 사진 SBS



자연스럽게 이명우PD의 공백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열혈사제’ 첫 시즌은 박재범 작가의 캐릭터에 이명우 감독의 주제 의식이 덧대어졌다. 물론 박보람PD 역시 첫 시즌 연출자이지만 프리랜서로 풀린 이명우PD의 틀에서 웃음만을 빼낸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 2회가 남은 ‘열혈사제 2’는 3편으로의 발전도 계획하고 있다. ‘소포모어(2년 차) 징크스’, 그게 아니라면 남은 2회에 시리즈 특유의 묵직한 주제의식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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