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상실한 밸류업···금융·통신주 품었지만 ‘밸류킬’ 기업은 생존

김경민 기자 2024. 12. 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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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밸류업 지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거래소 제공

KB금융,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KT, 현대모비스 등 5개사가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새로 포함된다. 지난 9월 발표된 밸류업지수를 두고 ‘밸류다운’ 지수라는 혹평이 잇따르자 한국거래소가 지수 개편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세제 인센티브 도입을 위한 세법 개정이 무산된데다, 고려아연·이수페타시스 등 주주가치에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이 여전히 밸류업지수에 남게 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특별변경을 심의한 결과 KB금융 등 5개사를 신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지수 반영일은 오는 20일로, 전체 지수 구성 종목은 기존 100개에서 105개로 늘어난다.

앞서 지난 9월 밸류업지수 초기 발표 당시 주주환원이 우수한 금융·통신주가 대거 제외되면서 국내외 투자자의 평가가 악화되자 거래소는 6월 정기 편입 전 추가 편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유상증자로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했던 고려아연과 이수페타시스 등 이른바 ‘밸류킬’ 기업에 대한 제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명백한 문제가 있는 회사들이 있고 당국과 시장이 (문제에) 100% 공감하는데도 지수에 남아있다는 건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밸류업지수 업종별 시가총액 상위 종목. 시가총액, 주가순자산비율, 자기자본이익률은 지난 9월24일 종가 기준.

국내외 투자자에게 지적을 받아온 선정기준 역시 별다른 변화없이 유지되면서 밸류업지수가 ‘밸류다운’ 지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밸류업지수는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매입·소각률 등 주주환원의 수준보다는 실시 여부로 평가한다. 2년 연속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 가운데 특정 섹터별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기업이 지수에 이름을 올린다. 그렇다보니 주주가치 제고를 지향하는 밸류업지수에서 주주가치가 우수한 기업들은 정작 지수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생겼다. 실제로 지난 13일 기준 코스피100지수와 밸류업지수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2.16%와 2.5%로 0.3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질적 평가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밸류업지수 종목 중 23개가 ESG(지속가능경영)공시에서 B등급 이하를 받았다. 이 중 동서와 이수페타시스는 거버넌스 항목에서 C등급을 받았다. 후진적인 거버넌스로 기업가치 제고에 역행하는 기업도 밸류업지수에 이름을 올렸다는 뜻이다.

밸류업지수 기업의 공시 참여도 미진하다. 밸류업지수는 밸류업 공시(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와 연계한 지수지만, 지난 13일까지 예고 공시를 포함해 밸류업 공시를 올린 밸류업지수 기업은 20개(특별편입 전 기준)에 불과했다. 반면 코스피100 지수 내에선 39개 기업이 공시를 했다. 밸류업펀드의 수혜를 받는 기업 대부분이 밸류업 공시를 하겠다는 예고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시장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사실상 꺾였다고 보고 있다. 배당 우수 기업 주주에게 분리과세로 배당소득세를 감면하고,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자는 정부 세제 개편안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만 준다고 해서 주식을 사는 사람은 없다”며 “밸류업이 장기적으로 가려면 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생각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과 같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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