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 "부정선거 팩트체크하자"…"제 정신인가" 내부 반발
김백 사장 "안 믿지만 팩트체크해보면 진위 드러날 것"…YTN 측 "진위 왜곡 경계, 취재 확정 안 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민영화된 YTN에 취임해 정권 비판적 보도에 '대국민 사과'를 했던 김백 YTN 사장이, 이번엔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한 부정선거 관련 '팩트체크 특집' 방송을 지시하면서 내부 반발을 불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 따르면 김백 사장은 16일 실국장 회의에서 “부정선거가 시스템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부정선거라고 제기된 주장 자체가 거짓으로 드러날 것이 확실하다”며 “보도제작국에서 '팩트추적' 팀의 아이템으로 다루든지 아니면 별도의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는 것을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김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비상계엄을 내린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며 “이 이슈가 정치권에서 대형 이슈로 제기된 만큼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려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저는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면서도 “사회 일각에서 이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마저도 언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에선 언론에서 이러한 진위를 가려줘 부정선거 논란을 불식시켜주길 원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김 사장은 또한 “어떤 제도권 언론도 양쪽의 상반된 주장만을 표피적으로 전할 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구체적 이슈에 팩트체크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YTN이 이번에 부정선거에 대한 팩트체크를 한다면 지루한 공방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발언 끝무렵 “민영화된 YTN은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며 “YTN은 언론기관으로서 우리 책임과 역할만 차분하게 묵묵히 하면 된다”고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군을 선관위에 투입해 무단 점거하고 전산 서버 탈취를 시도하도록 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12일 보도자료에서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제기된 부정선거 주장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통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다”고 일축한 바 있다.
김 사장의 부정선거 관련 지시 이후 YTN지부는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지시”라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건, 대한민국에서 극우 유튜버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그러지 않는다”고 했다. “망상에 빠진 윤석열이 비상계엄이라는 무도한 일을 벌였는데, 이를 비판하고 비상계엄 경위를 탐사보도해도 모자랄 판에 부정선거 주장을 팩트체크하자는 것이 상식적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YTN지부는 “중앙선관위는 이미 수차례 부정선거는 허위정보라고 밝히며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 누군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면, 언론은 팩트체크에 나서야 하는가”라며 “김건희를 비판하면 스토킹이고, 후쿠시마 오염수를 우려하면 비과학적이라고 말하며 윤석열 정권을 비호하는 데 앞장섰던 극우 유튜버 출신 김백 사장이 혹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 사장이 구체적인 편성 관련 지시로 지난해 YTN 노사가 맺은 공정방송 협약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협약은 “편성, 제작, 보도상 실무 책임과 권한은 보도국장에 있으며 사장과 경영진은 편성, 제작, 보도 상의 모든 실무에 보도국장 권한을 보장”하며 “보도국장은 사장 등 경영진으로부터 공정방송을 훼손하는 부당한 지시를 받을 경우 거부”해야 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YTN지부는 “김백 사장은 물론 김종균 보도본부장, 김응건 보도국장이 신경 써야 할 것은 부정선거 주장 따위가 아니다”라며 이날 YTN 시청자평가위원의 방송 모니터링 결과를 들었다. 시청자평가위원이 “탄핵 찬반 집회 현장을 화면 양분할로 보여줘 상황에 대한 오독을 부를 수 있다. 이런 양분할이 계속된다면 엄격한 의미에서 일종의 오보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다. YTN지부는 “100만 명 이상이 모인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와 수만 명 수준의 광화문 앞 탄핵 반대 집회를 같은 카메라 앵글로 보여주면 인원수마저 비슷하게 보인다”며 “이런 것이 사실 왜곡이고 사실상의 오보”라고 했다.
YTN지부는 유진그룹과 김백 경영진을 향해 “공정방송 제도들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마치 계엄군처럼 YTN을 장악했다”며 “윤석열이 탄핵을 피하지 못했듯 그의 추종자 김백 사장은 해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YTN 측은 이날 지부 성명에 대해 “대표이사 발언의 확대 해석과 진위 왜곡을 경계하며, 후속 취재물 등과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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