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게임'이 약점 된 엔씨소프트의 자화상 [시크한 분석]

조서영 기자 2024. 12. 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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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Seek한 종목분석
부진한 성적표 받아든 엔씨
지난 3분기에 적자로 전환
인적 구조조정 카드 빼들어
비용 절감하는 데는 성공
하지만 본업인 게임 위태로워
기존 게임 비롯해 신작 혹평
새로운 게임 스타일 찾아야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20만원대를 오락가락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엔씨소프트 주가가 20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0일엔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9만원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인적 구조조정과 최근 출시한 신작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증권사들은 '인적 구조조정 효과'를 의심하지 않는데, 투심投心은 왜 그리 냉랭한 걸까. 답은 엔씨의 본업에 있다.

"12년 만의 분기 적자." 2024년 11월.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엔씨는 지난 3분기 매출 4019억원, 영업손실 143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줄었고(4231억원→4019억원), 영업이익은 186.5% 감소했다(165억원→ -143 억원).

그간 적자를 찍진 않았지만, 사실 엔씨소프트의 실적은 감소세가 뚜렷했다. 2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2023년 총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20 22년 대비 각각 30.8%, 75.4% 급감했다.

엔씨는 결국 '구조조정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을 통해 1000명가량의 인력을 감축했는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일부 조직을 정리했고 현재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늘 그렇듯 증권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홍 CFO의 말처럼 인력을 줄이면 당연히 비용이 감축돼서다. 교보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5만5000원에서 27만1000원으로 올렸다. 김동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체질을 전사적으로 전환해 고정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도 기존 23만7500원에서 31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력 감축으로 2025년엔 15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정비용의 감소와 2025년 출시하는 신작에서 발생할 매출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적 구조조정이 기업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드는 건 아니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본업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문제는 엔씨의 본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게임은 물론 최근 출시한 신작들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예를 들어보자. 지난 8월 공개한 수집형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용어설명 참조) '호연'은 장르를 어설프게 따라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호연은 게임의 상당부분 디자인을 서브컬처풍으로 구현했는데,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게임의 구성이 서브컬처와 달랐다. 실망한 이용자들은 개발진들의 장르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참고: 서브컬처풍 게임이란 예쁘고 매력 있는 캐릭터들을 앞세워 수집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장르를 말한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241개국에서 출시한 '저니 오브 모나크'도 반응도 좋지 않다. 지난 5일 출시한 저니 오브 모나크는 엔씨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를 활용한 방치형 MMORPG이다. 방치형 게임에선 이용자가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성장한다. 게임의 진입장벽이 낮고 보상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리니지W'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리니지 IP 게임이어서 공개 전 큰 주목을 받았다. 사전예약 800만명을 달성했고, 출시 직후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 게임 1위 자리에 오르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약발은 하루도 채 가지 않았다. 막상 게임을 공개하자 이용자들은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의 차별성 부족을 꼬집으면서 실망감을 표출했다.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저니 오브 모나크'를 출시한 5일 주가(종가 20만6000원)는 전 거래일보다 14.4%나 떨어졌다. 10일 주가는 그보다 7.8% 더 떨어진 19만원에 그쳤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20만원을 밑돈 건 지난 10월 10일(19만8000원) 이후 2개월 만이다.[※참고: 12월 12일엔 20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20만원 대를 다시 회복했다.]

저니 오브 모나크의 예상 밖 부진 때문인지 엔씨소프트가 또다른 MMORPG 게임으로 눈을 돌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회사 홈페이지 내 채용공고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신규 캐주얼 게임 제작 프로젝트'를 위한 기획자를 모집했다. 공고에는 "리니지 IP로 개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새 게임을 통해 엔씨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리니지 IP'로 개발하는 신작도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를 기반으로 만든 양산형 게임이라는 뜻)'란 꼬리표를 떼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업의 DNA를 바꾸지 않는다면 엔씨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거다.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외엔 별다른 변화를 찾아보기 힘든 엔씨는 과연 침체를 털어낼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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