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눠 준 장 1홉

옛말에 ‘장 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장 맛이 달라지는 걸 집안의 우환으로 여길 만큼 중요했던 장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예전에는 장을 담글 때 정성을 다해 길일을 고르고, 부정이 타는 걸 막기 위해 장독대 주변에 금줄을 쳤다. 장은 가뭄·풍수해·화재 등 어려움이 닥칠 때 백성들의 구휼을 위해서나 신하에게 상을 내릴 때 임금님의 하사품 중 늘 우선순위에 드는 품목이었다. 실록에 보면 세종·정조 때 굶주린 백성 1명에게 나누어 주는 식량은 쌀 4홉, 콩 3홉 그리고 장 1홉이었다. 궁에서는 엄격한 장의 관리를 위해 장독대 옆에 집을 짓고 장을 지키며 관리하던 장고마마라는 상궁도 있었다.

이런 우리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지난 3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 1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 목록 61건을 비롯하여 총 66건을 목록에 새로 올렸다. 위원회에서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 하면서 장 담그기가 공동체 문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며 “공동의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대전시 중구 산성동 보문산 자락에서 전통 장을 만들고 있는 고비송 대표는 “장은 한번 담그면 1년 동안 가족의 밥상을 관장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지만 여기에는 수년의 시간이 더해지면 그 맛이 깊어지는 비법도 숨어있다. 많은 발효식품 중에서도 오랜 시간 숙성 과정을 거쳐 천천히 맛이 변화되는 장의 독창성을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어 기쁘다”며 전통 장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은 전 세계의 공동 자산을 보호하고 인류 전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우리만의 것이 아닌 인류 전체의 유산으로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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