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박스 뺏고 도망가서 쫓아가니..." 홈리스 혐오로 돈 버는 유튜버들

윤유경 기자 2024. 12. 1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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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용산역 인근 홈리스 대상 혐오·폭력 콘텐츠 실태 심각
SNS 영상 보고 찾아오는 학생도 다수…조롱하거나 폭력 행사
콘텐츠로 소비되며 폭력의 대상 된 홈리스, 관할 부처는 방관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지난 9일 오전 미디어오늘이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만난 A씨.서울역에서 거주한 지 1년 가량 된 A씨는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인터넷 방송인들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내 박스를 뺏고 도망가서 쫓아가니 (유튜버들이) 영상으로 찍었다. 거지 분장을 하고 와서는 '우리도 거지에요'라고 하거나, 이불을 훔쳐가놓고 '내 이불 왜 훔쳐갔냐'며 쇼를 하기도 한다. 모자이크를 안 해서 얼굴도 다 노출된다. 몇 명씩 같이 오는데 일주일에 한 팀은 꼭 온다. 막차 시간이 다 될때 와서 새벽까지 돌고 가기도 한다. '길 좀 물어본다'고 하거나 빵을 하나 툭 던지고선 눈 뭉치를 던진 적도 있다. 늘상 겪는 일이다.”

지난 9일 오전 미디어오늘이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만난 A씨는 유튜버 등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당한 일들을 털어놨다. 서울역에서 거리 생활을 한 지 1년 가량 된 A씨는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 방송인들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특히 A씨를 집중적으로 찾아와 공격하는 이는 '신태일'이다. 신태일은 자해, 집 방화 등 선정적 방송이나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 괴롭히는 방송을 주로 해오던 인물로, 유튜브 등에서 영구 퇴출돼 현재는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이들의 영상 조회수와 팔로워 수는 곧 돈이 된다. 빈곤 혐오 산업이다.

신태일의 영상이 나간 후 중·고등학생들도 찾아와 A씨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신태일은 A씨가 '올리브영' 박스를 자리에 가져다 놨다는 이유로 그를 '올리브영 할매'라고 불렀는데, 학생들은 A씨의 자리를 '성지'로 삼아 '인증샷'을 찍거나 소리 지르고 뛰어가기도 한다. A씨가 반발할수록 그들은 더 재미있어하며 그를 조롱한다. A씨의 보금자리엔 유튜버 등 인터넷 방송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우산 세 개가 펼쳐져 있었다.

▲지난 9일 오전 미디어오늘이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만난 A씨의 보금자리.A씨의 보금자리엔 유튜버 등 인터넷 방송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우산 세 개가 펼쳐져 있었다. 사진=윤유경 기자.

“어제(8일)도 중·고등학생 6명이 왔다. 요즘은 내가 없어도 (내 자리를) 사진을 찍고 나를 찾는다고 하더라.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러 오는 거다. 내가 욕을 하고 쫓아내도 학생들은 '아줌마는 왜 거지 생활해?'라고 말한다. 다른 노숙자들이 누워있는 걸 보고도 킥킥거리고 사진 찍고 간다.”

이는 강씨만의 경험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역과 용산역 근방에서 거리상담을 하는 빈곤사회연대와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은 몇 년 사이 노숙인 대상 혐오성 콘텐츠가 월등히 늘어난 것을 체감했다. 발언과 폭력의 수위도 훨씬 심각해졌다. 홈리스행동에서 지난 7월 발행한 '홈리스뉴스' 제126호에도 서울역 서부 텐트촌에 거주하는 정씨(가명)와 최씨(가명)의 유사한 경험이 실려있다.

“한밤중에 네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찾아와 한 텐트 주인에게 '담배를 줄 테니 건너편 편의점에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텐트를 질질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중략) 6월20일경 좀 더 큰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무리로 추정되는 젊은이들이 새벽녘 나타났다. 이들은 '이백원 줄테니 소주 한 병 사오라'며 낄낄댔고, 텐트를 발로 차거나 칼로 찢었다. 그리고 6월23일 새벽 사달이 났다. 이들의 숫자는 네다섯 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텐트를 집어 들고 중림동 쪽을 향해 차도를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신이 나는지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러댔다.” (홈리스뉴스 제126호)

▲홈리스뉴스 제126호 1면 갈무리.

놀라 달려나온 정씨와 최씨는 뛰어가던 이들이 탄 승용차의 차 번호판을 외웠다. 다음날 아침 정씨는 경찰서에 찾아가 사건을 접수했다. 차량 번호 덕분인지 경찰은 일주일 만에 가해자들을 찾아냈고, 이들은 정씨에게 사과했다. 노숙인들에겐 처음 있는 '사과'였지만 그들의 텐트와 몸과 마음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됐다. “걔네들은 그냥 장난으로 오는 거야. 근데 우리한테는 심각하거든. 텐트에 문제가 생기는 것, 테러하는 것. 돈으로 치면 얼마 안 하겠지만, 여기 보면 담배 빵 많아. 밤에 몰래 와서 그러는 사람들이 있어. 이 텐트가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게 기적이라니까. 1년6개월 동안 버티는 게. 상처투성이야 이거.”(최씨)

차별과 혐오를 '유머코드'로 활용하는 인터넷 방송인들

지난 4일 서울역 인근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유튜버들은) 홈리스 한 사람을 계속 찾아가 폭력적 행동을 하거나 앞에서 온갖 쇼를 하는 걸 유머코드로 활용해 방송하고 있다”며 “이유 없이 텐트를 다 찢고 도망가는 등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일들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홍수경 홈리스행동 활동가도 “홈리스의 박스나 텐트 위에 눕는 영상도 있다. 장애 갖고 있는 한 쪽방촌 거주민 분은 찍지말라고 했음에도 영상이 나가 분노하셨다”며 “위험해서 헬멧을 쓰고 주무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을 콘텐츠로 삼는 인터넷 방송 유형은 다양하다. '신태일'처럼 폭력적 공격과 조롱을 하는 인터넷 방송인도 있고, 자선을 요청한다며 노숙인들을 촬영하는 유형도 있다. '노숙인이 안 됐으니 사연을 들어보겠다'는 명목이다. 이들은 노숙인들의 생활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자극적 반응만 잘라내 보여주거나, 노숙인을 돕겠다며 시청자 후원을 요청한다. 홍 활동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출연시켜 유튜브를 통해 후원받는 식”이라며 “여성 홈리스에겐 출산 경험이나 성폭행 경험을 말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 신태일(@shintaeil12)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영상 중 노숙인 혐오성 콘텐츠 일부 갈무리. 주변 배경은 노숙인 신원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했다.

유튜브 촬영으로 인해 노숙인들의 얼굴과 거주지는 그대로 노출된다. 벽이 없는 곳에 거주하는 노숙인들은 유튜버들의 촬영을 막기 어렵다. 텐트를 치고 거리에서 생활하던 A씨는 2년 간 일주일에 한 번 가량씩 젊은 남성 무리로부터 폭행을 당하다 재작년 말 사망했다. 김 활동가는 “한두 번 당하고 나면 텐트를 치고 누워있는 게 불안해져 신경이 쇠약해진다”며 “건강했던 분이었는데 2년 사이 몸이 많이 상했다.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텐트가 망가지는 사고가 있었고, 일련의 일들에 절망해 밖에서 주무시다가 한파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혐오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 목적은 돈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조회수나 후원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활동가는 “과거 아프리카TV BJ들이 서울역 광장에 와서 노숙인들 사이에 들어가 자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장애를 가진 사람의 신체를 흉내냈다. 신고가 이어져 경찰이 제지하니 화를 내면서 '나도 가난해서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뭔데 나를 제지하냐'고 말해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홍 활동가도 “영상의 댓글을 보면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식으로 사람들이 안심이나 위안을 얻으며 홈리스에 대한 혐오가 재생산된다. 홈리스를 소비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폭력의 대상이 된 노숙인들, 관여하지 않는 관할 부처

노숙인에 대한 혐오성 콘텐츠는 플랫폼이 다양화된 최근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혐오 콘텐츠는 수많은 플랫폼에서 생산되고 재확산된다. 김 활동가는 “과거엔 노숙 지역에서 술을 먹고 소리지르는 불량배들이 주된 위협 요소였다면, 요즘에는 아예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콘텐츠들이 거리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폭력의 대상으로 겨냥해 걱정”이라고 했다.

대응 방법은 마땅치 않다. 경찰 신고가 당장 빠른 방법이지만, 노숙인 대부분은 선뜻 신고에 나서지 못 한다. 본인들의 신고가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을 거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홈리스뉴스' 인터뷰에서 “괜히 잡아서 서로 투닥거리기라도 했어봐. 쌍방폭력이라 한다고. 벌금이 한 200만 원 나오잖아? 그 돈이 어딨어 살다 나와야지. 나는 그게 두려운 거야. 불안정하니까”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도 “경찰과 얽히면 주거 부정 등 때문에 오히려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거리 생활이라는 불안정성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해결 의지를 갖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노숙인 대상 폭력에 대해 관할 부처에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공동기획단)은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6월 서울역에서 발생한 홈리스 대상 흉기 사망 사건 이후에도 서울 중구청은 홈리스의 안전 관련 대책에 대해 '새롭게 논의 중인 것은 없다'고 답했다”며 “정부의 정책 실패는 개인을 홈리스 상태에 빠지도록 만들고, 홈리스 상태에서 개인의 안전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 공간에 대한 상업적 지배력이 확대돼 노숙인들이 민간에 의해 퇴거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홈리스행동의 '2024 홈리스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요구받은 노숙인의 비율은 34.6%이며, 이들 중 72.2%가 민간 용역 경비원으로부터 퇴거를 요구받았다.

▲ '중구청 관리구간'으로 명시돼있는 서울역 지하보도. 사진=윤유경 기자.

공동기획단은 해당 성명에서 “사적 소유가 질서인 세상에서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은 갈 곳이 없다. 홈리스 상태에서 공공장소 이용 권리의 박탈이란 곧 존재의 삭제를 의미한다”며 “'노숙'은 주거를 상실한 상태이지 '범죄'가 아니다. 홈리스를 몰아내고 처벌하는 것은 홈리스 상태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김 활동가도 “공공장소는 노숙인들을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밀어내고 있다”며 “홈리스에게 공공 공간이 열려야 하고, 여기서 사람들이 밀려나지 않을 수 있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공공 공간이 야간시간에 홈리스에게 자리 내어줄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고 있어야 '사람을 어디에 가둬야 한다, 보내야 한다, 감시해야 한다' 말고도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이 '불범점거'를 앞세우며 노숙인들의 퇴거를 부추기는 행태도 지적됐다. 홍 활동가는 “일부 언론은 노숙인들이 불범점거하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면 괴롭힘 폭력이 있을때도 '괴롭히지 말라'는 노숙인을 향해 사람들은 '불범점거하고 있는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냐'는 식으로 말한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마땅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언론은 계속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혹한기나 혹서기에 잠깐 와서 노숙인들의 열약한 환경을 보여주고 가기도 하는데, 언론이 관점을 잡지 않고 접근할 때 사람들로부터 막연한 호기심만 자극하고 끝나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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