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내부통제와 외부통제의 균형

내부통제는 무엇인가. 내부통제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즈니스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자율규제다. 금융상품은 실물 상품과는 달리 고객과 오랜 기간 직간접적인 채권·채무의 계약관계를 유지한다. 내부통제는 계약기간 동안 고객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자기통제다. 내부통제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자율규제의 전형이며, 내부통제의 실패는 시장실패의 원인이 된다. 이런 까닭에 내부통제 실패에는 외부통제에 해당하는 정책개입이 이뤄진다.

다소 단순화하면 글로벌 사회의 내부통제 방식은 크게 영국식과 독일식으로 대비된다. 영국식은 책무구조도로 대표되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에게 행위책임을 묻는 탑다운 방식이다. 반면 독일식은 해당 운영사업부 단위의 책임구조에 기초해 내규지침에 따라 준법감시부와 금융범죄 방지부의 감시로 직접적인 행위자에게 책임을 묻는 바텀업 방식이다. 달리 표현하면, 영국식은 수직적이고 독일식은 수평적이다. 이러한 외형적 차이에도 두 방식은 공통점이 있다. 고객의 이익을 중시하는 청렴원칙(integrity) 등에 기반한 원칙중심규제에 따른다.

원칙중심은 규정중심과 대비된다. 규정중심은 하라, 마라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금융규제행정의 오랜 접근법이다. 엄밀히 말하면 규정중심은 규제대상이 아직 자율과 책임을 갖기 어려운 유아적 상태를 가정하는 것이고 원칙중심은 자율과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성인 상태를 가정한다. 영국과 독일 모두 원칙중심인 것은 자율과 책임이 정책의 근간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어린아이를 키울 때 하라, 마라가 심하면 마마보이가 된다. 성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의 시행착오를 지켜보는 부모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원칙중심 접근법의 내부통제 도입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금융회사의 자율과 책임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적정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적정한 인내심의 기준과 구성요소는 무엇인가. 먼저 합리성 테스트에 기반한 규제의 도입이다. 최근 정부의 제재운영지침에 일부 반영된 내용이긴 하나 금융기관과 행위자의 행위가 합리적인지 여부를 규제의 대상으로 해야 한다. 금융기관마다, 금융상품마다, 경제 상황마다 각기 상이한 구체적인 상황에서 천편일률의 규칙이 작동할 수는 없다. 각 상황에 따른 합리성 여부의 판단이 사전심사의 핵심이어야 한다. 둘째, 금융기관과 행위자의 문제상황에 자발적 치유 및 구제 노력을 제재에 앞세워야 한다. 자율과 책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치유와 구제 노력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셋째, 책임을 묻는 방식은 다른 제재에 앞서 민사적 제재를 통해 피해의 구제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자발적 구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넷째, 금융 CEO(최고경영자)의 임기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량이 확인됐다면 현재의 단기적인 경영책임구조를 벗어나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비전으로 경영책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인내심의 기준으로 해 내부통제와 외부 통제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김자봉 은행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