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트럼프 시대, 리스크와 기회

김형욱 2024. 12. 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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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중단·관세 부과 불확실성 커졌으나
中기업과 경쟁에서 우위 점할 기회이기도
반도체·車·배터리…업종별 맞춤전략 세우고
정부도 대미 무역흑자 설득·축소 노력해야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선거 유세 과정에서 혹은 당선 후 발표하는 경제정책이 우리나라 기업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기업 실적이 타격을 입지 않아도 향후 부정적인 전망 때문에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발언 중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보조금 지급 중단과 관세 부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 같은 발언이 현실화한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인가, 반대로 긍정적인 측면은 없을까.

트럼트 당선인은 현 바이든 정부가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관련 기업이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 액수가 정해지기는 했지만 지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서두르고 있지만 임기 내에 지급할지 장담할 수 없다.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에 대한 보조금 규모는 아직 일부만 지급됐을 뿐 대부분 확정되지 않았다. 태양광 등 업종도 마찬가지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반드시 모든 보조금을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중 자신의 사전에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관세라고 했다. 교역국에 대해 기존 관세에 10~20%의 보편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다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수 있어 단계적인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는 당선 후인 지난달 25일에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국경 관리의 책임을 물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펜타닐 유입 책임을 물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을 방문했으며 멕시코도 국경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중국도 펜타닐 관리를 더 엄격히 하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각종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면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보편관세 부과 땐 그로 인한 수출 감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역시 멕시코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미국의 대(對)멕시코 관세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멕시코에 투자한 우리 기업도 타격을 입지만 그보다 더 오랜 기간 멕시코에 투자한 일본 기업, 최근 투자를 대폭 늘린 중국 기업보다는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다.

트럼프 리스크를 줄이고 트럼프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할 때다. 업종별로 투자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은 보조금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증가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를 고려해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보조금에 집착하다 투자 기회를 놓치고 보편관세가 부과된다면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미국 시장을 내줄 수 있다. 자동차 기업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보다 내연차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라인을 유연하게 구축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은 기회보다 리스크가 큰 점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적절히 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흑자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설득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를 자제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또 미국의 셰일오일 및 가스 수입을 확대함으로써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또 미국이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정부는 멕시코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이 현지 생산물량을 중남미 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으로 맞춤형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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