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심판이 빠르냐, 李 선거법 판결이 먼저냐 '시간 싸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오후 4시 시작된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무효 8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국회는 곧바로 탄핵소추 의결서를 헌법재판소와 대통령실에 보냈고 윤 대통령 권한은 정지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이로써 윤 대통령 파면 여부는 헌재 손에 넘어갔다. 정치권은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여부와, 파면될 경우 이어질 조기 대선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헌재 사건과 별도로,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사건 등의 2심 재판도 법원에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심판 사건을 180일 이내에 선고하게 돼 있다. 또 헌법에 따르면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최장 8개월(내년 7월) 내에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탄핵소추로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헌재의 심판 기한인 ‘6개월’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직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헌재에서 치열한 법정 투쟁을 예고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일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지난 11월 1심에서 징역형(피선거권 10년 제한)이 선고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3심은 선거법에 따라 각각 3개월 안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로선 그 전에 헌재 결정이 나오고 조기 대선이 확정됨으로써 변수를 없애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15일 “헌재는 윤 대통령 파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달라”고 했다. 한국 정치의 향방이 ‘사법부의 시계’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정치권의 관심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법원의 이재명 대표 재판에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특히 헌재와 법원의 선고 시기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부 손에 넘어간 두 사람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서 시간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헌재는 16일 첫 헌법재판관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 절차에 들어간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 심판 사건은 180일 이내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저는 잠시 멈춰 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선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근들은 “헌재 심판 과정에서 12·3 비상계엄의 합헌성을 다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선배인 김홍일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변호인단을 물색하며 탄핵 심판에 대비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을 만났다는 한 의원은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反)국가적인 행태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입법 행위에 대해 탄핵 심판에서 설명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담화에서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 “범죄자가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 입법”이라고 한 것도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친윤계에선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선거법 재판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헌재 심판에서 최대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인 비상계엄의 합헌성·내란죄 성립 여부 등을 다투기 위해 증인 신청, 증거 효력에 대해 세세히 따져 헌법재판소법에서 규정한 ‘최장 180일 심리’를 꽉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탄핵과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51조도 거론한다. 윤 대통령이 만약 내란 등 혐의로 기소된다면 같은 이유로 소추된 탄핵 심판은 재판부 재량으로 정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에선 헌재를 향해 “신속한 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 이면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 교사 사건은 지난달 1심 선고가 나왔다. 특히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다. 이 형이 항소심·최종심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10년 제한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선거법에선 항소심·최종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지켜진다면 이 대표 선거법 재판 2심 판결은 내년 2월, 최종 판결은 5월까지 선고되어야 한다. 헌재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다 해도, 그전에 이 대표 선거법 사건 징역형이 확정되면 조기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최대한 끌면서 법원을 향해서는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표가 선거법 사건 항소심 재판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는 등 노골적으로 재판 지연에 나섰다고 지적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지난 9일과 11일 항소심 재판부가 발송한 소송 기록 접수 통지서도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대표로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은 가능한 앞당기고, 동시에 자기 선거법 재판은 최대한 미뤄야 유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헌재는 윤 대통령 파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시기 바란다”며 “그것만이 국가의 혼란과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이 명백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전례보다 시간이 덜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부터 헌재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기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인용)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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