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조선 ‘빅3′엔… 우리가 만든 밸브 있다”

송혜진 기자 2024. 12. 1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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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장수 기업] [7] 선박용 엔진 밸브 제작사 ‘금용기계’

일본 대표 조선업체인 히타치·가와사키 중공업·미쓰비시 중공업, 중국이 지난 2016년 인수한 세계 2위 선박 엔진 업체 윈지디, 한국의 HD현대중공업, STX 중공업(현 HD현대마린엔진)까지….

전 세계 조선(造船)업을 주름잡는 톱3 국가인 한·중·일(韓中日) 대표 업체들엔 공통점이 있다. ‘선박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선박 엔진의 핵심 부품인 배기밸브만큼 모두 한국 업체가 만든 것을 쓴다는 것이다. 올해로 68년 된, 3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는 대구의 중견기업 금용기계의 제품이다.

금용기계는 전 세계 선박 엔진 밸브 시장의 65%를 차지한 업체다. 전 세계 점유율 1위다. 연간 수주 규모 200조원을 넘나드는 글로벌 조선(造船)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전 세계 조선업체들 대부분이 선박 엔진의 핵심 부품만큼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선박 엔진은 자동차 엔진과 원리가 비슷하지만, 크기가 큰 것은 아파트 5층 규모 정도로 크다. 이 거대한 배기 밸브가 제 역할을 못하면, 엔진이 힘을 쓸 수 없다. 결국 선박의 핵심 동력은 얼마나 정밀하고 강력한 배기밸브를 쓰느냐에 달렸다. 금용기계는 이 배기밸브 안에 장착하는 핵심 부품인 기다린 봉 모양의 스핀들을 질 좋은 니켈 합금강으로 만들고, 배기밸브 내부 가스를 원활하게 배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 시장을 사로잡았다. 현재는 선박 엔진 배기밸브뿐 아니라 풍력·원자력·항공기의 주요 부품 개발에도 착수해 수출 규모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중견기업 금용기계는 전 세계 선박 엔진의 핵심 부품인 배기밸브 시장에서 점유율 65%, 1위를 자랑한다. 이 회사 공장에서 배기밸브를 만드는 직원들 상당수는 20~30대 MZ세대다. 직원들이 배기밸브 옆에 서서‘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일본·중국 선박 엔진업체가 찾는 K부품 회사

금용기계가 지금처럼 전 세계 선박 엔진 밸브 시장의 1위를 차지하기까지는 20여 년이 걸렸다. 창업자인 1대 이금용 대표는 1956년 ‘금용기계제작소’라는 이름의 회사를 내고 1950~1970년대 호황을 누렸던 섬유산업에 뛰어들어 실(絲)로 원단을 짜내는 기계 ‘환편기(丸編機)’를 주로 생산해왔다.

이 회사를 선박 엔진 부품 회사로 영역을 넓히고 확대한 건 2대 이경목 대표다. 그는 해외에서 주로 수입해오던 선박 엔진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집중, 1982년 개발을 시작한 주역이다. 이전까진 국내 조선업체들은 선박 엔진의 배기밸브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특히 일본산을 많이 썼다. 현 이무철 대표는 “형이 관련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일본 관련 업체만 50번 넘게 오갔다고 들었다”고 했다.

1987년은 금용기계가 배기밸브 국산화에 성공한 해다. 현대중공업이 가장 먼저 금용기계 제품을 썼다. 1992년부터는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수출 초창기에는 일본 유명 조선업체 히타치의 협력사인 한 선박 엔진 부품 회사가 금용기계와 경쟁하기 위해 덤핑 판매를 시작해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우린 덤핑 판매에 같이 뛰어드는 대신 오직 제품 기술로만 승부했다. 이후 경쟁사였던 일본 업체는 1990년대 초에 문을 닫았지만 우린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엔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 시작, 지금까지 그 순위는 뒤집어지지 않고 있다. 2006년엔 정부가 지정한 ‘세계 일류상품’에도 선정됐다. 2023년 매출은 1367억원이다.

◇풍력·원자력·항공기 부품 개발에도 나서

현재 금용기계를 운영하는 3대 이무철(67)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다. 엔지니어의 길을 걷다 경영에 합류했다. 그는 매년 십수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하며 제품 기술을 계속해서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엔 선박 엔진 밸브를 넘어, 풍력발전기 부품과 원자력·항공기 부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개발도 시작했다.

2020년에는 신규 사업부를 만들고 우수 벤처기업의 아이디어 제품을 초기 단계부터 공동 개발하고 양산화를 지원하는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 3~4년 일하면, 다른 제조업체들이 너도나도 스카우트해갈 만큼 금용기계는 기계사관학교로 불린다”며 “기계 분야의 전문성을 영구히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과감한 연구·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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