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尹표 부동산 정책`…8년전 시장 어땠나
尹정부 '270만호 공급'도 타격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앞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국 불안에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아파트 거래량이 단기간 급감했던 전례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되고 조기 대선 시기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택 거래는 이미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쪼그라들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날까지 신고된 기준으로 2829건이다. 아직 신고 기한이 남았지만 석 달 연속 3000건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7월 9206건까지 늘었으나 8월 6490건으로 줄기 시작했고, 9월엔 3131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아파트 거래량은 단기간 뚝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16년 10월 1만3467건이었으나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11월 1만1528건으로 떨어졌고,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2월엔 9654건, 이듬해 1월에는 4627건으로 내려앉았다.
거래량은 2017년 2월까지 4000건대에 머무르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3월 6802건으로 반등했다. 그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5월 19대 대선 때는 1만건대를 회복했다. 탄핵 정국이 이어진 기간 집값도 하락했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석 달간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서울이 0.88%, 전국에선 0.43% 하락했다. 이 시기 충남(-1.85%), 경북(-1.32%), 경남(-1.29%) 등 지방 아파트의 실거래가 하락 폭이 컸다.
그러나 집값은 탄핵 정국보다는 전반적인 주택시장과 거시경제 상황, 정책 흐름에 달렸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2004년 3월부터 헌재가 기각을 선고한 5월까지 2개월 간 서울이 0.39%, 전국은 0.12%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길었던 고금리 기조와 내수 경기 부진, 올 하반기의 대출 규제 등으로 시장의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던 차였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이란 정치 변수가 더해지며 불안정성이 커진 것이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말 그대로 표류하게 됐다. 특히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 전면 재검토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같이 야당 반대가 컸던 정책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 중과세 재검토 또한 대선 공약이었으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내년 5월까지 중과 기간을 한시적으로 유예한 상태다.
당장 내년부터 공급 부족 우려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택 270만가구 공급' 정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올해 36만가구에서 내년 26만가구, 2026년 15만가구로 뚝 떨어진다. 윤 정부는 공급을 늘리려 2022년 8·16대책, 2023년 9·26 대책, 2024년 1·10 대책을 잇따라 내놨고, 지난 8월에는 서울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는 내용의 8·8 대책을 발표했다.
이제 첫 걸음을 뗀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또한 사업 지연 우려가 촉발됐다. 현재 국회에는 재개발·재건축 기간 최대 3년 단축과 용적률 상향을 위한 특례법 제정안, 재건축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 요건을 75%에서 70%로 낮추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는데, 한동안 더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폐지도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벌써 다음 집권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등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복기해보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선 국토보유세 도입과 기본주택 공급, 250만호 공공주택 공급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토보유세란 토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또 2018년 기준 0.17% 수준이었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이상 올려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국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한 기본주택 공급도 공약했다.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30년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100만호를 공급하는 등 임기 내 2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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