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조국 “이재명 대통령 돼도 혁신당 필요…합당 없다”

기민도 기자 2024. 12. 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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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수감 앞두고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4일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5일 “2016년 촛불 이후 정부가 바뀌었지만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 많은 국민들의 불만”이라며 “이재명 정부, 다음에 들어설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사회경제적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16일 서울구치소 수감을 앞둔 이날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집회에서 한 연설 중에 ‘2016년 촛불혁명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부분에 주목했다며 사회경제적 개혁을 강조한 것이다.

조 전 대표는 전날 기쁨과 아쉬움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하고 행동으로 실천한 혁신당 전 대표로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기뻤다”면서도 “탄핵소추 이후에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대선,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격변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매듭을 짓지 못하고 가게 된 것은 아쉽다”고 했다. 다음은 조 전 대표와의 일문 일답.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13일 창당 선언 후 ‘윤석열 정권 조기종식’을 구호로 10개월을 달려왔다. 어제(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는데, 소회가 궁금하다.

“이제 국회의원도, 혁신당 대표도 아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하고 추진해왔던 정당의 전 대표로서 아주 기쁘다. 2월1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3년은 너무 길다’고 제일 먼저 이야기했다. 299일 만에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됐다. 총선에서 ‘3년은 너무 길다’를 슬로건으로 외쳤고, 탄핵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탄핵안 초안도 저희가 가장 먼저 공개했다. 제일 먼저 윤석열 탄핵을 주장하고 실천해 왔으니 일정한 보람을 느낀다. 다만 시작한 일을 매듭짓지 못하고 가는 게 아쉽다. 우리 역사의 격변기이고, 각 정치 주체가 어떤 주장을 하느냐에 따라 정국의 방향이 잡힐 텐데, 거기에 참여하지 못하니 저로선 아쉽다. 복합적 감정이다.”

―탄핵안 표결 과정은 어디에서 보셨나.

“일부러 집에서 조용히 봤다. 집회에서 시민으로서, 전 대표로서 연설한 뒤 빠져나와 집에 돌아왔다. 대표도, 의원도 아닌 제가 거기 있으면 다른 분들이 가려질 수 있어서다. 집에서 봤고 기쁜 마음으로 결과를 봤다.”

―창당(3월3일) 1년 안에 ‘파면’도 가능할 것 같다. 실제로 이렇게 빠른 탄핵을 예상하셨나.

“명태균 게이트부터 확신했다. 무조건 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황당무계하고 극악무도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미친 짓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혁신당이 탄핵안 초안에 담은 15가지로도 탄핵 사유가 충분했다고 보는데, 그 모든 걸 덮어버릴 정도의 위헌·위법 행위를 한 것이다.”

―탄핵 과정에서 혁신당이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나.

“민주당은 유력한 수권정당 아닌가. 그러다보니 조심스럽게 말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 혁신당은 규모가 작고 빠르게 행동할 수 있는 정당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이 조심스러워하거나 주저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창당을 결심했다. 창당은 어려운 일이다. 총선 당시 나 혼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에 입당하는 방안도 있지 않았겠나. 그러나 민주당이 조심스러워하는 과제들을 추진하려 당을 만든 것이다.

윤석열과 정면으로 싸워야 할 시기라고 봤다. 친구들은 ‘조국이 동을 뜬다’(시위대에서 앞장서 주동하는 것을 이르는 표현)고 했다. 우리의 조직력은 약하지만, 민심의 주파수를 맞추고 그 민심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겠다고 결심했다. 국민들 속에 있는 두려움을 깨고,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제가 대신하기로 결심했다. 당 지지율이 꾸준히 7~10%를 유지하는데, 그런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가 여전히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어제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여전히 망상에 빠져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태균씨가 윤석열을 ‘권총을 든 5살 꼬마’에 비유했다. 얼마나 위험한가. 아둔하고 무지할 뿐 아니라 위험한 사람인 거다. 정상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망상 상태에 있다. 정신의학적으로도 정상이 아니고, 정치·사회학적으로도 정상이 아니다.”

―윤석열 탄핵과 관련해 혁신당에서 남은 역할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두 달 정도 걸릴 것 같고, 동시에 윤석열에 대한 형사 처벌이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만이 아니라 ‘윤석열 일당’에 대한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눈에 드러난 윤석열,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몇몇이 문제가 아니다. 병사들, 하급 장교들을 닦달하며 몰아쳤던 반란 세력이 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도 분명히 공모했다고 본다. 쿠데타를 시도한 세력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혁신당이 강하게 제기할 것이다.

더 길게 보면, 2016년 촛불혁명 이후 정권이 교체됐지만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고 그게 많은 국민들의 불만이다. 다음에 들어설 정부는 사회경제적 개혁, 사회권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주거·돌봄·의료 등등 영역에서 사회권 선진국으로 가는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야 진짜 그 정부가 성공할 수 있고 국민 삶이 나아질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민주당 정부가 서더라도 사회권 선진국을 수립하기 위해서 혁신당 활동은 필요하다.”

―조 전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혁신당의 정당 역량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우려는 자연스럽다. 저도 인식하고 있고 당 소속 의원들, 당직자, 당원들 모두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조국을 대신해 더 역할을 하겠다’는 당원들의 의지가 아주 강하다. 제 선고(10일) 뒤 탄핵까지 사흘새 1000명가량이 입당했다고 한다. 한편으론 안도감이 들고 기쁘다. 역량에 타격이 있을 거라는 우려는 맞다. 그러나 추구하는 목표가 분명하기에 당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옥중에 있는 동안 민주당과의 합당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전혀 그런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과 협력은 하지만 합당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혁신당이 없어도 혁신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흡수되지 않는다. 별도의 틀을 갖고 협력, 견제해야 야권의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된다. 합당한다? 의원 12명이 추가되고 당원이 20만명이 합해지지만, 동력과 확장성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저만이 아니라 의원과 당직자들 모두 같은 생각이다.”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감 생활을 시작하는데, 두려운 마음은 없나.

“20대 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서울구치소에 반 년 있었다. 두렵다는 감정은 아니다. 수감되면 첫째, 불편하다. 자유가 박탈되니까. 둘째로, 정치 현장, 격동의 현장에서 저는 갇혀 있으니 아무 일도 못하잖나. 그에 대한 갑갑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러나 제가 없어도 당원과 국민들이 대체해 주시리라 본다. 저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을 감당하고, 당원들은 역사적 과업을 수행해 주시면, 제가 충분히 (갑갑한 마음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수감 기간에 책을 많이 있게 될 텐데, 가장 먼저 읽을 책은 정했나.

“책을 가져가야 하니, 읽을 책을 뽑고 있는 중이었다. 일차적으로는 지식보다도, 운동을 위해서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 관련 서적을 챙겼다. 그거 말고는 세계사 관련 책들을 좀 뽑았다. 호흡을 길게 하기 위해서다. 감옥에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조국 없으면 당이나 나라나 정국은 어떨까’ 조급함이 생길 것이다. 경험상 역사책을 보면 그게 해소되더라. 길게 볼 수 있으니까. 단발적으로 승부나는 게 아니라, 큰 흐름을 보게 되고 흐름을 믿게 되는 것이다.”

―‘정치를 최소 10년은 하겠다’고 했다.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언제 돌아올지는 지금은 알 수 없으니까 예상하기 어렵다. 그 시점에 국민, 당원들이 이런 역할을 하라고 제게 말할 것이다. 그에 맞춰 역할을 하겠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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