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전두환·윤석열…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세계의 창]

한겨레 2024. 12. 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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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0월31일(현지시각) 독일 뒤스부르크시청에서 쇠렌 링크 뒤스부르크 시장(오른쪽)에게 박정희 방독 60주년 기념 현판을 전달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하네스 모슬러(강미노)
|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정치학과 교수

12월3일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은 직권을 남용하고 헌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반역 내란죄를 저질렀다. 이 믿을 수 없는 범죄는 정신착란에 가까운 광기의 결과로 보인다. 이는 그가 이른바 친북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는 야당의 국가 안보 위협 주장을 중심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논거에서 드러난다. 윤석열은 이미 2021년 대선 선거운동 때 친북 반국가 세력이라는 서사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대조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뉴라이트의 우파 반동 세력이 사용해온 낙인찍기 전략을 사용하는, 즉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반공 수사의 새로운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군사반란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박정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유능한 정부 지도자로 묘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는 지난 대선을 가까스로 이긴 뒤 자신이 검사 시절에 직접 감옥에 가두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그 정부에서 일한 뉴라이트 등 보수 우파 인사들이 정부 고위직에 대거 포진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역사 왜곡과 날조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느 도지사가 외국까지 나가서 독재자의 미화에 가담하는 것이 별로 놀랍지 않다. 전국에서 이미 가장 많은 박정희 동상을 둔 기록도 모자라 외국에서도 독재자의 역사를 우상화하기 위해 열심히 뛴 셈이다. 지난 10월 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표단과 함께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일 국빈 방문 당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만난 뒤스부르크를 찾았다. 만남의 장소에 기념 현판을 세우려는 것이었다. 이 계획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함께 온 한국 기자들 앞에서 기념 현판을 뒤스부르크 시장에게 증정하는 등 외교적으로 무신경할 뿐만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였다. 독일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으면 몰라도, 기념 현판 내용은 박 전 대통령의 공로에 대한 설명이 거의 전부이다. 또한 기념 현판 상단에 그의 사진이 있어 이것이 실제로 무엇을 염두에 두었는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놀라운 것은 한국 쪽에서 뒤스부르크를 반동적인 역사 왜곡에 악용하려 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이미 뒤스부르크에 기념패를 세워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집권했을 때 또 다른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거부되었다. 그리고 지금 2024년, 윤석열 정부하에서 이런 종류의 시도가 또 이뤄졌다. 따라서 역사 왜곡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외국으로까지 역사 수정주의를 확장하려는 노력과 한국의 우파 보수 정부의 연관성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도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에서 과거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전환점, 즉 역사관을 바로 세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전직 독재자들의 초상화가 수십년 동안 청와대에 나란히 걸려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이 국군방첩사령부 복도에 다시 걸려 있다는 보도가 최근에 나왔을 때 별다른 반응도 감지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역사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를 잊은 자들은 그 역사를 반복하면서 정죄받게 된다고 한다. 지난 12월3일과 그 후 정부·여당의 행태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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