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몰락 자초한 尹…韓 국민들은 성숙” 극과극 평가
‘응원봉’ 시위 탄생 시킨 2030에 “韓 민주주의 희망”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자 각국 주요 언론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도박’으로 몰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외신은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문제가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이었다고 지적하며 탄핵안 통과에도 당분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준 국민들의 ‘응원봉’ 시위는 한국 민주주의 미래 희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대통령은 어떻게 자신의 몰락을 결정지었나’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품위 있는 퇴진’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마다하고 비상계엄 도박의 판돈을 키우는 쪽을 선택해 몰락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이후 국민의힘이 질서 있는 퇴진을 전제로 국정을 수습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합법적 통치 행위로 정당화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1%로 추락했고 보수 언론조차 등을 돌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나름의 논란을 안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스스로의 행동이었다”며 “계엄 도박이 결국 야당이 오랜 기간 탄핵을 위해 찾아온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NYT도 윤 대통령의 정치적 곤란 중 상당 부분이 김 여사와 관련 됐다고 지적했다. 명품백 수수와 국정·인사 개입 의혹 등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의 상당 부분이 김 여사 문제에서 촉발됐다는 것이다.
외신은 탄핵안 가결에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NYT도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전망했다. NYT는 북한의 핵 위협 증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임박 등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 선출직이 아니어서 정치적 중량감이 없는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한국을 이끌게 된다는 지적도 했다.
BBC도 한 총리와 권한대행 2순위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계엄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FT는 “탄핵안 통과는 권력 남용을 막고 법치주의를 유지하는데 견제와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는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사이먼 헨더슨아시아 담당 부국장의 코멘트도 전했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던 주요 외신들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준 한국 국민들의 ‘응원봉’ 시위를 관심 있게 조명했다. 과거 ‘촛불 시위’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국민들이 이번엔 ‘응원봉’으로 축제 같은 새로운 시위 문화를 보여줬고, 특히 20~30대 젊은층이 탄핵을 주도해 한국 민주주의 미래 희망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가디언은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춤 추고, 노래하고, 포용하고, 저항의 상징이 된 K팝 응원봉을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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