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호외 광주지역신문…5·18 '빨간펜 검열' 1면에
광주일보, 1980년 계엄군 검열로 삭제된 기사 1면에 실어
경인일보 "민주주의 시민 이룬 역사 현장" 영남일보 TK 민심 전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지역신문들도 호외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탄핵 가결 소식을 전했다. 특히 다수 광주·전남 지역 일간지가 호외를 발행했다. 광주일보는 1면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검열로 기사가 삭제됐던 광주일보(옛 전남매일신문)의 지면을 실었다.
광남일보는 호외 1면에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탄핵 집회 참석자들이 가결 소식에 환호하는 사진을 실었다. 이어진 기사 <“늦었지만 당연…'광장 민심'이 대한민국 구했다”>는 “2024년의 광주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바로 세웠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자녀, 손자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정수창씨(75세)는 광남일보에 “손주들에게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함께 이 자리를 찾았다”며 “44년 전인 1980년 헌정 질서가 무너졌던 현장을 목도했던 당사자로서 비극이 다시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매일신문도 호외에 실린 기사 <“오월정신의 승리” 광주시민 환호성>에서 “1980년 계엄군에 의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짓밟혔을 때 이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광주시민들의 행진과 목소리가 다시 한번 거리를 가득 메웠다”며 금남로 일대 집회 현장을 보도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탄핵소추안 제안설명 전문을 기사로 싣기도 했는데, 제목은 “1980년 5월 광주, 2024년 12월의 우리를 이끌었다”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었다.
광주일보는 1면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검열로 기사가 삭제됐던 광주일보(옛 전남매일신문)의 지면을 실었다. 계엄군의 광주 진압으로 신문이 휴간한 뒤 재발행된 1980년 6월2일 광주일보에 실린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계엄군의 검열로 109행 중 33행만 지면에 실렸다.
광주일보는 해당 사진을 실은 기사 <44년 전 '빨간펜 검열' 삭제된 광주일보…하마터면 또 이런 세상 살 뻔했다>에서 “광주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광주의 아픔을 담은 시의 일부가 계엄군의 손에 삭제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지난 '12·3 비상계엄'은 또 한번 국민들에게 이러한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사실상 '친위 쿠데타', '내란'”이라고 했다.
이밖에 무등일보, 전남일보도 탄핵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는 광주 시민들의 사진으로 1면을 채워 호외를 발행했다. 무등일보는 15일 호외 발행 소식을 전하며 “이번 호외는 총 1만부를 찍었고 탄핵의 역사, 비상계엄 이후 11일 간의 시간, 앞으로 남은 과제들, 5·18민주광장 앞 금남로에 나온 시민들 목소리 등 탄핵 내용을 담았다”며 “송정역, 광천동 버스터미널, 5·18민주광장, 전남대 후문,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조선대도서관 등 인파가 밀집한 곳에 전달해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경인일보 “민주주의 시민이 이룬 역사 현장 기록”, 영남일보 TK 민심 전해
영남 지역을 취재하는 영남일보도 호외 1면에 탄핵안 가결 직후 환호하는 대구 시민들의 사진을 담았다. 이어진 기사에서는 대구경북 시민들의 반응을 담았는데, 영남일보는 “환호성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대구와 경북은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각각 75%, 73%라는 압도적 지지율을 보낸 바 있다”고 했다.
김모씨(44세)는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역사적 순간”이라며 “이번 탄핵안 통과를 계기로 앞으로 대구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김모씨(49세)는 영남일보에 “동성로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든 걸 직접 보며 시대가 변해가는 걸 느낀다”며 “다만 이번 탄핵안 통과가 민주당 독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는 1면에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사진을 크게 실었다. 기사 <“우리가 이겼다” 시민들 박수·환호…부둥켜안고 눈물도>에서는 춘천시 거두리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탄핵안 가결 후 기뻐하는 사진을 담았다.
인천·경기 지역신문 경인일보는 1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고개 숙인 얼굴 뒤로 그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집회 사진을 실었다. 경인일보는 지난 14일 호외 발행 소식을 알리며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수십년 우리 삶의 민주주의는 견고했다. 민주주의를 피로 쟁취한 세대와 태생부터 민주주의를 익혀 온 세대가 어울려 살아왔고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어떤 것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해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기에 12월3일은 충격이었다. 12월14일, 오늘의 국회를 기억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인일보는 “분 단위까지 세어 시간을 기록한 건 우리는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합법적인 주권(主權)이 무법한 무력(武力)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역사를, 언론은 기록해야 한다. 그것이 시대가 언론에 부여한 의무”라며 “민주주의 시민이 이룬 그 역사의 현장을 경인일보 기자들이 치열하게 기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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