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떠나도 팬들은 남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어떻게 2030 여성 팬의 '최애'가 됐나 [천만사④]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발표한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 프로야구 편에서 키움 히어로즈는 다른 구단과 비교해 '튀는' 조사 결과를 나타냈다. 10개 구단 평균 55%인 여성 팬 비중이 키움은 무려 73%에 달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정규시즌 10위에 머물렀던 키움은 어떻게 여성 팬들의 '최애' 구단이 됐을까.
2030 여성 팬들의 야구 사랑은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KBO리그를 다시 인기 스포츠로 돌려놓은 원동력이었다. 10개 구단이 모두 수혜를 받은 가운데 키움은 유독 '젊은 여성 팬'이 두드러지는 팀이었다. 2023 관람객성향조사에서 10개 구단 중 여성 팬 비중이 가장 높았고(73.2%, 평균 55%) 20대(44% 2위, 두산 46% 1위)와 30대(19.6%)를 합친 비율은 63.6%로 1위였다. 또한 고관여팬 비율은 90.4%로 두산(92.7%)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런데 불과 1년 전인 2022년 자료에서는 여성 팬 비중이 52.3%로 다른 구단에 비해 수치가 튀는 팀이 아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키움 여성 팬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때는 2023년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 팬들을 사로잡은 키움은 관중 수에서 큰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키움의 평균 관중 수는 8220명으로 전년 대비 69%나 증가했다. 올해는 평균 1만 1073명, 총 80만 8350명으로 창단 후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KBO리그의 역대 최초 1000만 관중 기록에 키움도 큰 몫을 해냈다.


구단 측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키움 여성 팬덤은 눈에 띄게 강해졌다. 히어로즈는 과거 야구 팬덤에서 소수를 차지한다고 여겨졌던 젊은 여성 팬들을 늘리기 위해 10년 전부터 노력하고 있었다. 그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키움은 11일 서면 인터뷰에서 '여성 팬들의 구매력이 관중 증가에 영향을 끼쳤나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판단한다. KBO가 지난 5~6월에 걸쳐 실시한 팬 성향 조사에 따르면 구단(키움) 여성 팬의 방문 예상 빈도는 15.3회로 남성 팬 13.1회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온라인 예매 성비도 여성 팬이 56.3%로 남성 팬보다 높았다. 응원단장, 치어리더 등 팬들과 거리가 가까운 이들도 여성 팬이 확실히 증가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고 답했다.
또 "여성 팬 증가는 관중 수를 넘어 MD(굿즈) 매출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4% 상승했고 특히 여성 팬들이 선호하는 패션 의류와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상품에서 유의미한 매출 상승이 있었다. 여성 팬의 구매력이 매출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젊은 여성 팬들의 야구 사랑은 이제 10개 구단 모두가 인정하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그렇다면 왜 키움이 유독 높은 여성 팬 비율을 보이는 것일까.
성적이나 스타 마케팅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키움은 202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있었다.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때 KBO 공식 계정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았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 이적하면서 전통적인 인기 요인인 '성적과 스타' 모두 잃은 시즌이었지만 관중이 오히려 늘었다.

키움 측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젊은 여성 팬을 목표로 하는 마케팅을 기획했다. 첫 번째는 저변 확대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으로 인식됐던 프로야구 팬덤에 새로운 세대를 유입시키려 노력했다. 우리 구단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 고객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20대 여성이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강력한 팬덤이 프로야구 전체에 높은 로열티를 구축할 수 있고, 이 로열티가 프로야구 산업화에 있어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키움의 노력은 야구장 밖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대 특상, 여대 야구동아리 일일레슨, 주부야구특공대 등을 통해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키움 측은 "해당 프로그램이 팬들이 야구를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고, 궁극적으로 우리 구단에 대한 흥미를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은 올해 1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키움 측은 "여성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제작하고 있다"며 "선수와 구단 마케팅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더 넓은 팬층을 형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도전 과정을 소개하는 브이로그 콘텐츠가 조회수 44만 회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김혜성 헌정 영상 또한 41만 회의 많은 조회수를 올렸다.

키움은 여러 신규 팬 대상 마케팅 가운데 가장 큰 효과를 본 프로그램은 여대 특강이라고 봤다. 이 프로그램은 2012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히어로즈의 전통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화여대 여대 특강의 경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는 40~50명이 참가했는데, 올해는 무려 350명이 방문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올해는 특강 대상 범위를 넓혔다. 키움 측은 "올해는 가톨릭 대학교에서 진행한 특강은 남녀공학 대학교에서 개최한 첫 번째 사례다.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을 확보하고, 야구의 매력을 널리 알려 프로야구 저변을 넓히기 위해 앞으로는 남녀공학 대학교에서도 특강을 이어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야구장 밖의 프로그램을 강화해달라'는 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키움 측은 "전보다 야구 외적 이벤트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여대 특강에서 나온 피드백 가운데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러한 의견을 적극 반영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응원 문화 측면에서도 점진적인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키움 측은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응원 문화 개선, 다양화를 가장 신경쓰고 있다. 10대부터 30대 여성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 응원 문화를 개선해 팬 경험 만족도를 높이려고 한다. 물론 기존 응원 문화를 좋아하시는 팬들도 많은 만큼 그런 점은 유지한다. 디자인 요소, 전광판 영상 연출 쪽에서 다양한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만 관중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일까
KBO리그는 올해 전무후무한 흥행 돌풍과 함께했다. 그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에도 관중이 줄지 않았고, 시즌 끝까지 꾸준한 관중 수를 유지했다. 모든 구장이 경기당 1만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면서 이른바 인기 팀과 비인기 팀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 결과가 1088만 7705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으로 나타났다.
뉴미디어 중계 유료화라는 파격적인 시도에도 야구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었다. TV와 뉴미디어 시청자 수가 2억 5000만 명을 돌파했다. 역사에 남을 흥행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여성 야구 팬'과 '숏폼 콘텐츠', '비인기 팀' 세 가지 키워드 속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들어봤다.
① 유행해서, 친구따라 왔다가, 컬래버 굿즈로 '입덕'…Z세대 여성들은 이렇게 야구에 빠진다
② "네 영상 알고리즘 뜨더라" 40초 영상이 '야알못'도 사로잡았다, '숏폼 허용' 얼마나 통했나
③ '창단 첫 1만 관중 시대' NC는 이렇게 스몰마켓 한계를 극복했다, 극복하려 한다
④ 이정후 떠나도 팬들은 남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어떻게 2030 여성 팬의 '최애'가 됐나
⑤ '덕질' 끝에는 콘텐츠 생산이…SSG 팬들은 직접 만든다, 매거진·그래픽·웹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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