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IGM의 경영전략]
[경영전략]
“누가 나에게 말을 걸어옴은 나에게 뭔가 시킬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나에게 이유 없이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면 역시 시킬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시의 일부분이다. 이 시의 제목은 바로 ‘상사’다. 우리는 대부분 상사란 그저 나에게 일을 시키고 감시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뛰어난 리더들은 상사를 보는 눈이 다르다. 나와 팀을 팍팍 밀어줄 수 있는 중요한 사람으로 인식한다. 나에게 권한 위임 및 심리적 지지를 확실하게 해 주고 우리 팀에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해 주는 존재다. 조직 내 이해관계자들에게 좋은 평판을 퍼뜨리고 외부 비난으로부터 나와 팀을 방어해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상사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닌 지원자, 투자자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존하는 최고 투자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의 투자 기준 중 하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라’이다. 응용해 보면 상사로부터의 투자(지원)를 얻는 가장 중요한 기본 조건은 ‘나와 우리 팀의 가치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이제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보자.
성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줘라
우선 XYZ 공식을 활용해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자. 필자가 강의 현장에서 리더들에게 당신의 올해 성과를 적어보라 요청하면 아주 간단하게 핵심만 기술한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구글의 전 최고인사책임자였던 라즐로 보크(Laszlo Bock)는 당신의 성과를 의미 있게 보여주려면 ‘XYZ 공식’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성과를 표현할 때 ‘X라는 결과를 달성, Y라는 데이터로 측정, Z라는 업무를 수행해서’라는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B브랜드의 50억 규모 글로벌 광고 기획 및 수행이 주요 성과라고 하자. 여기에 XYZ 공식을 입힌다면 ‘B 브랜드 프로젝트 팀장을 맡아 10명의 구성원을 이끌고 50억 규모의 글로벌 광고를 기획 및 수행했으며 그 결과 B 브랜드의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에 기여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성과 표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기록이다. 기록을 하게 되면 당연히 팩트,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기억해 정확한 내용의 성과를 보고할 수 있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을 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기대 수준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냈는데 그 이유가 환경적 요소, 즉 운 때문이라고 폄하당할 때도 유용하다.
원래 남이 한 것은 다 쉬워 보이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내가 노력한 부분을 더욱 세부적으로 철저하게 어필해야 하는데 평소 꼼꼼히 기록해 놓지 않으면 기억해 내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성과기록을 위해 ‘워크 저널링(Work Journaling)’을 추천한다. 주요업무에 대해서 적는 것으로 크게 성과기록과 회고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성과기록 부분에서는 우선 어떤 업무인가, 즉 업무 목표, 기획의도, 진행 프로세스, 상세실행 내용과 같은 사실을 기록한다. 다음으로는 어떤 성과가 나왔느냐인데 가능한 한 정량적 성과, 즉 매출액, 영업이익, 고객 수 증가 등의 수치를 사용하면 좋다. 하지만 모든 결과들이 정량적으로 측정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업무가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주었는가를 기준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긍정적인 반응, 아이디어의 파급력 등도 유의미한 성과일 수 있다. 이제 성과에 대한 회고 파트다. 성과를 돌아보며 잘하거나 만족한 점을 파악하고 이를 더 잘하기 위한 방법, 혹은 못하거나 아쉬운 점을 찾아내고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개선 방법을 기록해 놓는 것이다. 회고 기록이 일상화된다면 우리는 확실하게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해
조직에서 성과를 확인하는 회의를 가정해보자. 누구나 계획한 것들이 아쉽게도 달성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죄송하다. 앞으로 잘하겠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과가 아쉽지만 살펴보니 이런 점이 파악되었고 앞으로 이렇게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덧붙이는 사람도 있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더 인정하겠는가.
다음으로는 성과에 대해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우리 팀에 뭔가 자랑할 일이 생긴 상황이다. 이때 “다음 주 업무보고 때 간단히 말씀드리면 되겠지”, “우리 팀이 원래 해야 하는 일을 한 건데 뭘 새삼스럽게”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나서서 공유하는 리더도 있다. 필자 조직의 일화다. 한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교육서비스에 대한 칭찬 메일을 받았고 그는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은 즉시 그 메일을 부서 톡방에 올려 부서원들의 축하를 받게 했고, 동시에 전사 메일을 보내 전 직원에게 알렸다. 필자는 칭찬받은 직원을 다시 보게 됐다. 이에 더해 그 팀장에 대해서는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는구나라고 인식하게 됐다.
이제 공유 시 표현 방법을 살펴보자. 만약 우리 팀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소식지가 오늘 마무리가 됐다면 다음 주 업무보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바로 공유하도록 하자. 전달할 메시지는 “상무님, 오늘 저희 팀에서 담당하는 경영 인사이트 소식지 10호가 발행됐습니다”가 일반적이다. 앞서 소개한 XYZ 공식을 사용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해 보면 어떨까? ‘최신 테크, 디지털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했고 저희 팀 전원이 함께 작성했습니다. 영업팀에서도 앞으로 고객사 미팅 시 활용하기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를 덧붙이는 것이다.
마지막은 상사와 미래가치를 논의하는 것이다. 원래 비싼 주식은 현재가치도 훌륭하고 미래가치도 좋다. 조직의 최고 리더들은 현재 성과만큼이나 미래의 지속가능성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미래성과가 기대되는 사람과 팀에 좀 더 관심을 보이고 지원을 할 것이다. 미래가치를 논의할 때 방향성은 ‘저에게 이런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적합한 질문을 던지며 고민을 해봐야 한다. 우선 성과창출 부분에서는 현재 업무를 어떻게 더 확장할 것인가, 타팀과의 협업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가, 어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대표적일 수 있다. 다음은 사람 관리 측면으로 팀원들의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 팀원 역량을 회사 비전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현재의 일만으로도 너무 바쁘기도 하고 괜히 입방정 떠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미래 성과에 대해 상사와 의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번 시도해 보시길.
아마도 당신의 상사는 현재를 넘어 앞으로의 방향까지 생각하는 당신을 기특해하면서도 든든하다고 여길 것이다. 결국 당장 성과와 연결되지 않더라도 당신의 ‘앞으로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게 되며 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미래가치를 논하게 되면 목표 달성 가능성도 높아진다. ‘공개선언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라는 것이 있다. 말이나 글로 자신의 결심, 목표를 공개하면 그 목표를 더 잘 지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에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안다’는 말이 있다. 상사가 알아서 나의 성과를 알아주고 지원해 주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셀프 홍보의 시대, 나와 우리 팀의 가치를 잘 알리는 것도 리더의 주요한 일임을 잊지 말자.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