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발신] 당첨 축하합니다: 당신 노리는 '불법스팸' 더 늘어난 이유

이혁기 기자 2024. 12. 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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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불법 스팸의 위험한 진화 2편
부쩍 늘어난 불법 스팸 문자
국내 중계사들 암암리에 발송
처벌하는 법은 솜방망이 수준
과태료 몇백만원만 내면 그만
정부는 예방 시스템 강화하지만
탐욕 얽힌 스팸, 근절할 수 있나
불법 스팸 문자가 활개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는 법은 솜방망이 수준이다.[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우리는 '불법 스팸의 위험한 진화' 1편에서 불법 스팸 문자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스마트폰에 가득 쌓일 정도로 늘어난 데다 수법까지 다양해지면서 불법 스팸 문자의 위험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 문제는 불법 스팸 문자를 발송하는 업체에 내려지는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란 점입니다. 몇백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문제없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더스쿠프 추적+ '불법 스팸의 위험한 진화' 2편입니다.

요즘 한국인의 스마트폰 문자함은 그야말로 '스팸 무법 지대'입니다. 최근 들어 불법 스팸 문자 수신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불법 스팸 문자 신고 건수는 2022년 3870만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2억1751만637건으로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한국인이 한달 동안 받는 불법 스팸 문자는 평균 11.5통에 달합니다.

사기꾼들이 스팸 문자로 사기를 치는 수법도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로맨스 스캠(Romance Scam‧로맨스 사기)'이 대표적입니다. 일상적인 대화로 친분을 쌓은 다음 돈을 요구해 거절하기 힘들도록 만드는 게 로맨스 스캠의 수법입니다. 처음부터 돈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로맨스 스캠이 뭔지 알지 못하는 사람라면 함정에 걸려들기 쉽습니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불법 스팸 문제를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법 스팸 문자는 대부분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를 통해 발송되는데,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계사‧문자재판매사업자(이하 재판매사)들은 스팸 문자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송출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가 발송하는 불법 스팸 문자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뿌려진 불법 스팸 문자의 86.2%(상반기 기준)를 국내 중계사가 발송했습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1편에서 언급했듯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 시장엔 크게 2개 유형의 사업자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계사'입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의 통신망에 직접 연결해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의뢰받은 문자를 발송합니다.

다른 하나는 '재판매사'입니다.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일감을 따서 일정 수수료를 받고 중계사에 판매하는 게 재판매사의 영업 방식입니다. 사업자 수도 많습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중계사는 10곳, 재판매사는 1174곳에 이릅니다.

이같은 중계사와 재판매사는 자신들이 '불법스팸'의 진원지로 비판 받는 것에 억울함을 표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중계사나 재판매사가 문자 내용을 미리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들의 항변입니다.

하지만 해당 문자가 스팸인지를 구분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한 중계사 관계자는 "스팸 문자 발송을 의뢰하는 업체 중엔 주소지가 일반 주택 또는 아파트로 돼 있거나 홈페이지가 어설픈 곳이 많다"면서 "이런 경우 스팸 문자 발송만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높아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중계사와 재판매사가 스팸 문자를 솎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불법 스팸 문자가 활개를 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불법 스팸 문자를 발송한 업체를 처벌하는 수준이 솜방망이처럼 약하다는 겁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0월 4일 방통위와 KISA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불법 스팸 문자 발송으로 과태료를 처분받은 사업자는 총 73개지만 이들이 받은 과태료 규모는 3억3472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과태료를 많이 낸 업체는 LG유플러스(3680만원)와 스탠다드네트웍스(3200만원)였고, 나머지 사업자들은 적게는 120만원에서 많게는 720만원까지 냈습니다. 이를 두고 이해민 의원은 "사업자들이 반복적·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고 있는데도 처벌 수준이 턱없이 낮다"면서 "불법을 방조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물론 정부도 불법 스팸 문자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기부와 방통위가 지난 11월 28일 불법 스팸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한 게 대표적입니다. 불법 스팸 문자를 통한 부당이익 환수, 대량문자 유통시장 정상화, 불법 스팸 문자 발송 차단 강화, 불법 스팸 문자 수신 차단, 스팸 차단 시스템 구축 등 5개 추진전략을 도출하고 각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추진과제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불법 스팸 문자가 시장에서 뛰어놀지 못하도록 뿌리부터 근절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메신저나 SNS 등 또다른 통신 수단에서 불법 스팸이 증가하는 걸 막을 대책도 단계적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을 막는 생태계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명주 서울여대(정보보호학) 교수는 "팬데믹 국면으로 온라인 서비스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게 지금의 문제를 낳은 듯하다"면서 "사법기관에서 개인정보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시민들을 괴롭혔던 불법 스팸 문자. 내년에는 뿌리를 뽑을 수 있을까요? 현재로선 확실치 않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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